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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밝게 빛나는 씩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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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밝게 빛나는 씩씩함

    [노컷 리뷰]

    5일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사진은 찬실 역을 연기한 강말금 (사진=지이프로덕션, 윤스코퍼레이션 제공)

     

    이름부터 복덩이다. 빛날 찬(燦)에 열매 실(實)을 쓴다.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는 감독 아래서 프로듀서를 맡아 영화 한길만 꾸준히 걸었다. "어쩜 그렇게 일을 야무지게 좀 잘해? 보배야. 한국영화의 보배야"라는 극찬을 듣는다.

    그러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는 찬실(강말금 분)에게 '빛나는 순간'을 그리 길게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 시작 2분도 안 돼 비보를 전한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지 감독(서상원 분)이 사망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죽기 전이나 후나 찬실이란 인물은 변하지 않았는데, 세상은 완전히 다른 태도로 그를 대한다. "한국영화의 보배" 운운했던 박 대표(최화정 분)는 지 감독의 영화에 관해 "찬실이 같은 PD가 없어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영화"였다며, 갑자기 찬실의 '무용함'에 관해 떠든다.

    졸지에 '망한' 영화 프로듀서가 되었지만 찬실은 좌절에 빠져 있지만은 않다.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 일을 했던 시간을 추억하면서도,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 친하게 지낸 배우 소피(윤승아 분) 집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새로운 일상을 꾸린다.

    연애도 결혼도 신경 쓰지 않고 일에 몰두해, 거기서 자아와 자부심을 찾았던 여성의 이야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이 갔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은 한 번쯤 거쳤거나 진행형일 고민을 찬실도 안고 있었으니까.

    뜻밖의 불운으로 생긴 찬실의 아픔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아문다. 오랜만에 호감을 느끼는 상대 단편영화 감독 김영(배유람 분), 이사 간 집주인 복실(윤여정 분), 찬실에게만 보이는 비밀스러운 존재 장국영(김영빈 분)… 찬실은 이들과 부대끼면서 저마다의 관계를 형성한다.

    찬실의 예상대로 흘러간 관계는 하나도 없고, 서로 오해하는 때도 있지만 결국 풀린다. 찬실은 영화 이야기를 나눌 동생이, 한글 공부를 도우면서 좀 더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어른이, 막막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껏 물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

    찬실은 완벽하지 않지만 솔직하고 씩씩한 사람이라 왠지 정이 간다. 나름대로 성실히 일해 온 선량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관객은 어렵지 않게 찬실의 편에 서서 응원할 수 있다. 배우 강말금은 담백하고 평범한 얼굴로 잔뜩 끓어오르지도 완전히 가라앉지도 않은 태도의 찬실을 보여줘, 금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외로운 찬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김영 역의 배유람은 어쩐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로맨틱한 남자와 관계 정리 후 애 같아지는 위치를 자유롭게 오가며 좋은 연기를 펼친다. 허풍쟁이처럼 등장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본인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장국영 역은 김영민 덕에 적당한 무게가 실렸다.

    클리셰를 비튼 장면들은 유쾌하면서도 뼈 있다. 낯선 남자에게 호감이 생긴 주인공의 흔들리는 마음을 부도덕한 설정이나 끈적함 없이 표현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이 술을 마실 때도 코가 비뚤어졌을 때 나오는 불쾌한 주정이나 세상을 한탄하는 멘트는 하나도 없다. '현실이 그렇다', '내 말 너무 섭섭하게 듣지 마' 등의 익숙한 대사에 "현실이 뭔데요?", "콕 집어주세요"라고 받아칠 땐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너무 바쁘게 달려오느라고 뒤돌아볼 새 없었던 이들에게, 숨 돌리고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밝고 희망찬 영화.

    5일 개봉, 상영시간 95분 46초, 전체 관람가, 한국, 드라마·멜로/로맨스·판타지.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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