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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킴 "댄서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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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리아킴 "댄서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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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집 '리얼리티, 노 리얼리티 발매'…"못생긴 사진 빼지 말라고 해"
    "마마무 '힙' 추던 공무원들…모두가 춤추는 세상 꿈꿔요"

    안무가 리아킴 (사진=연합뉴스)
    국내를 대표하는 '춤꾼' 리아킴(본명 김혜랑)은 한 번도 성공이 보장된 편한 길을 가본 적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파르고 험한 길이라도 묵묵히 걸어갔다.

    지난 5일 발간한 사진집 '리얼리티, 노 리얼리티'(Reality, No Reality) 역시 그런 리아킴의 고집이 엿보이는 책이다.

    보통의 화보가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안무가 리아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리아킴이 춤추는 순간을 포착해 찍은 사진에는 잔뜩 구겨진 얼굴, 접힌 뱃살, 감지도 뜨지도 않아 흰자위만 보이는 눈 등이 가감 없이 보인다.

    지난 11일 리아킴이 대표 안무가로 있는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이하 원밀리언)에서 그를 만났다. 리아킴은 자신의 사진집을 넘겨보며 "출판사에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저도 최대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예쁜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그게 더 잘 팔리지 않겠냐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안무로 표현하려 했던 분위기와 주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판사에 못생긴 사진도 빼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그는 획일화하고 단점은 최대한 숨기려 하는 요즘 K팝 그룹의 안무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K팝을 보면 '예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를 위주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런 것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제 목표인 거 같아요. 노래 가사나 콘셉트에 맞게 안무를 만드는 게 먼저라 생각해요. 가끔 그런 걸 싫어하는 기획사들에 안무를 줄 때 서로 부딪히기도 하죠."

    '리얼리티, 노 리얼리티' 주제는 춤이다. 리아킴이 지금껏 춘 안무를 사진으로 담은 '리얼리티'와 머릿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아직 실제로 구현하지 못한 작품을 담은 '노 리얼리티'로 나뉜다.

    리아킴은 비주얼 디렉터를 맡아 사진 선정뿐만 아니라 책의 디자인과 종이 재질, 콘셉트 등 세세한 것까지 직접 챙겼다. 평소 팬이었던 사진가 조기석이 사진집에 들어갈 리아킴의 새로운 사진을 찍었다.

    '노 리얼리티'에는 평소 리아킴이 관심 있던 인공지능 로봇을 표현한 사진이 수록됐고, 반려동물인 뱀과 함께 찍은 이국적이면서 신비로운 사진도 있다.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뱀 같다는 얘길 많이 해요. 목표가 생기면 그것에 꽂혀서 다른 거를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거든요. '리아킴 로봇설'이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이런 집요함이 리아킴의 성공에 밑거름이 됐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춤을 시작해 각종 세계 댄스 대회에서 1위를 석권했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춤 선생님으로, 또 그들의 노래 안무를 짜준 안무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고 2014년 원밀리언을 설립했다.

    "20대 중반 무렵부터 댄서로 정점을 찍은 나는 앞으로 내려갈 일밖에 없겠구나 하고 자괴감에 빠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외국 댄서가 수강생 수백명에게 춤을 가르치는 걸 봤죠. 저렇게 응원하고 손뼉 치며 즐겁게 춤출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스튜디오를 만들게 됐어요."

    원밀리언이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 햇볕도 안 들고 찬물만 나오는 지하에서 처음 차린 스튜디오에는 수강생 몇 명이 전부였고, 리아킴은 아이돌 연습생들을 트레이닝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러다 리아킴이 춤추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아무리 큰 댄스 대회에 나가도 300명 정도의 사람밖에 제 춤을 보지 못하죠. 그런데 유튜브에 제 춤을 올리자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20∼30만명이 보더라고요. 그때부터 수강생이나 제가 춤추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리아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무렵 리아킴은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 "이제 여기가 우리 무대가 될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현재 원밀리언 유튜브 계정은 구독자가 2천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조회수는 35억건에 달한다.

    이곳은 단순히 춤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댄서들의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소속사' 역할도 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스튜디오다.

    "댄서들은 돈 없고 불쌍하고 양아치 같다는 이미지가 있었죠. 저는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원밀리언을 통해 댄서들도 얼마든지 '직업인'으로, 그리고 '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해요. 원밀리언은 능력 있는 아티스트와 경영을 책임지는 브레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회사입니다"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도 있다. 누구나 즐겁게 춤추는 세상을 만드는 것.

    최근 정부세종청사 직원들에게 리아킴이 만든 걸그룹 마마무 '힙'(HIP) 안무를 가르친 시간이 그의 목표에 확신을 줬다.

    "공무원 사회가 경직되고 위계가 강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강의한 그날에는 선·후배 할 것 없이 다 함께 춤을 추고, 웃고, 땀 흘리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 간 장벽을 낮추는 게 춤의 힘이구나'하고 또 느꼈죠."

    원밀리언 영상을 보고 춤추기 시작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사람, 집에만 있다가 용기를 내 문밖으로 나오게 됐다는 사람들이 원밀리언을 찾아오기도 한다.

    리아킴은 그럴 때마다 현대인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게 바로 춤이라고 깨닫는다.

    "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그걸 누르고 살면 얼마나 삶이 힘들까요. 놀고 싶으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놀 수 있는 게 살아갈 만한 세상 아닐까요? 누구든지 신나게 춤출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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