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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흔드는 러시아·사우디…배경엔 미국이 있다



경제정책

    국제유가 흔드는 러시아·사우디…배경엔 미국이 있다

    50~60달러 유지하던 국제유가…30달러로 폭락
    코로나19 영향에 러시아, 사우디 갈등 더해져
    사우디 유가하락 막고자 감산 제안…러시아 거부
    러시아, 감산하면 美셰일오일 도움준다고 판단
    생산단가 높은 美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50달러
    셰일오일에 저유가는 치명적…美업체 주가 폭락
    슈퍼파워 美셰일오일 도산 노리는 러시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있는 원유 정제시설 전경.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고 있다. 올해 내내 배럴 당 50~60달러를 견고히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3월에 들어서자마자 급락해 3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의 여파가 크지만 국제 석유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노림수가 국제유가를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어느새 30달러"…요동치는 기름값

    국제유가는 올해 초부터 배럴당 50~60달러 선을 견고히 유지해왔다.

    미국이 이란의 군부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국제유가는 급등 없이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던 국제유가는 2월부터 점차 하락해 50달러 선으로 떨어지더니 이달 초부터는 30달러 선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며 공장 등이 문을 닫았고 원유 수요가 자연스레 줄었다.

    최근 코로나19가 이탈리아와 이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유가 역시 계속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까지 기싸움을 벌이면서 국제유가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석유시장의 큰 손이자 OPEC(석유수출국기구)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일, 추락하는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추가 감산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를 필두로 하는 비(非)OPEC 산유국은 이를 거부했다.

    추락하는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러시아는 이를 원치 않았고 협상은 결렬됐다.

    러시아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되려 증산을 발표했다. 기왕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라면 판매량이라도 늘려 수익을 방어하겠다는 해석이다.

    결국 국제 유가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0.15달러나 폭락하며 걸프전 이후 최대 낙폭인 24.6%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 슈퍼파워 美 견제하는 러시아의 노림수 '저유가'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내려가는 국제유가를 놔두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산유량 1위 국가로 오른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셰일오일' 시추에 성공하며 산유량을 크게 늘렸고 국제 석유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셰일오일은 지표면 부근에 있는 일반적인 원유와 달리 땅 밑 3000m에 있는 퇴적암 셰일층에서 뽑아내는 원유이다. 시추기술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들다 보니 200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 있었지만 미국은 2008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2011년 끝내 캐내기 시작했다.

    다만 시추가 어려워 생산에 돈이 많이 드는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0달러로 일반 원유보다 높다. 결국 셰일오일의 치명적인 약점은 '저유가 흐름'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내려가는 원유 가격을 붙잡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유가로 미국 내 셰일오일 기업들의 도산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노림수는 곧장 효과를 나타냈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주가는 9일 하루에만 53% 급락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감산을 원치 않고 증산 의지를 내비치자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감산만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도 생산 물량이라도 늘려 석유시장 맹주의 지위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왕위계승을 앞두고 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평균 산유량보다 27%나 많은 양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석유시장 내 슈퍼파워 국가 간의 알력 다툼에 국내 정유사의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러시아는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제안에 참여하며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해당 정책이 오히려 감산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영향력만 키워주는 것으로 판단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다 코로나19 영향이 겹치면서 시장이 더욱 크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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