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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동선공개…'방역'인가, '인권침해'인가



보건/의료

    확진자 동선공개…'방역'인가, '인권침해'인가

    일부 확진자 "과도한 동선공개로 사생활 침해"
    동선 공개는 감염병 초기 방역 단계에서 핵심업무
    하지만 구체적 기준 없어 지자체마다 공개 범위 달라
    상호 공개, 주소 공개, 모두 공개 제각기
    질본 "공익 목적 크지만 인권도 고려할 것"
    코로나 사태 이후 기준 마련 등 논의 필요성 있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있다. (사진=부산시 홈페이지)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의 동선 공개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확진자가 '과도한 동선 공개로 사생활 침해 등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초기 방역 단계는 물론 전체 방역 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업무이다.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등 공익을 위해서라도 시간대별 동선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지방자치단체별로 공개 범위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이 확산하면서) 역학조사를 지자체로 이관하면서 지자체마다 기준이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세부 기준에 대한 권고안을 만들고 교육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기 방역단계의 핵심 '동선공개'

    확진자 동선공개는 감염병 초기 방역 단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감염병 발병 초기, 보건당국은 '봉쇄 전략'을 구사한다.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전략으로 이 과정에서 확진자의 시간대별 동선을 공개한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과 시간대를 공개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 혼자서 확진자 방문 지역을 다녀간 모든 시민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중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여기를 방문했고 아프면 신고, 검사받으라는 것이다.

    바이러스 수사관 혹은 감염병 소방관 등으로 불리는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을 맡았던 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은 "감염 경로를 찾아내고 공개하는 것은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을 조기에 찾고 격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결국 지역사회 내 추가 환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 요인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당신이 위험요인에 노출돼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경찰이 비밀 수사를 진행하다 이후 지역사회가 위험하고 제보를 받아야겠다며 '공개 수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사진=울산시 홈페이지 캡처)

     

    ◇ '포스트 코로나'…기준 세우고 논의 필요성 있어

    보건당국은 감염병 발병 초기엔 위와 같은 봉쇄전략을 쓰지만 이후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지는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선 '완화 전략'을 활용한다. 바이러스가 퍼질 만큼 퍼졌으니 이제 환자 발견, 환자 치료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 동선 추적은 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한다. 보건당국은 각 개인이 아닌 큰 집단 내 감염을 주로 추적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이단 신천지, 청도 대남병원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별 동선 공개의 범위와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 등의 상호는 물론 주소 전체를 기입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단순 주소만 기입하거나 상호만 표시하는 지자체도 있는 등 모두 제각각이다.

    구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동선 공개도 저희가 역학조사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다 보니까 각 지자체의 기준이 조금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세부 기준에 대한 것을 권고하고 또 교육 등을 통해서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인권 전문가들도 동선 공개의 필요성과 공익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다. 전염병의 특성상 피해를 줄이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 기준안 마련, 권고, 교육 등 코로나 이후 상황을 되돌아보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았던 조영선 변호사도 "전파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찾았다면 시민들에게 공개해 추가 감염을 막을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그렇지 않은 사생활적 측면이 있기에 고려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이 구체적 기준 등을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지역 내 업체, 상가에 대한 폐쇄는 불가피하지만 폐쇄 이후의 조치 등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도 동선공개에 대해 "전염성이 높은 병이기에 '예방'이라고 하는 공익적 측면이 있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공익적 측면이 사생활, 개인의 자유에 월등히 앞서는지는 논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19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하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차분해지면 다시 기준을 세우고 감염병 상황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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