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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로 전락한 지자체 코로나19 방역 활동



부산

    퍼포먼스로 전락한 지자체 코로나19 방역 활동

    부산 남구, 직원 100명 동원해 집단 방역 활동
    "방역 효과 없는 보여주기식 불과" 주민들 따가운 눈초리
    마스크 안 끼고 맨손으로 악수하는 사진 홍보용으로 쓰기도
    해운대구는 직원 100명 넘게 모이는 '직거래' 행사 열어...선의 마저 '퇴색'

    부산 남구청 직원 100여명이 지난 4일 오전 관내 5곳에서 방역 활동을 벌였다. (사진=부산 남구청 제공)

     

    부산지역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일선 구·군이 방역 등 대응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보여주기식 방역 활동을 벌이는 등 코로나19 대응 활동이 '퍼포먼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오전 부산 남구의 한 상가 밀집 지역 도로. 부산 남구청 직원 수십명이 형광색 방재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소독 장비를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한 무리를 이룬 직원들은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일제히 소독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앞선 직원이 지나간 자리에 뒤따르던 직원이 다시 소독액을 뿌리면서, 소독액이 같은 자리에 겹겹이 도포되기도 했다.

    이들의 방역 활동은 남구 일대에서 1시간 이상 이어졌다.

    남구가 '직원 방역단'을 구성했다며, 공무원 100여명을 동원해 직접 방역에 나선 모습이다.

    방역 활동에 공무원도 동참하겠다는 취지지만, 주민들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작 방역이 필요한 생활 시설이나 상점 내부는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도로에만 소독액을 뿌리는 모습은 방역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인근 한 상인은 "수십명이 몰려다니며 도로에 소독액을 뿌렸는데, 정작 가게 주변이나 방역이 필요한 구석구석에는 소독약을 뿌리지 않았다."며 "왜 필요한 곳에는 소독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방역을 하느냐고 직접 문제도 제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구가 홍보를 위해 스스로 바이러스 확산 예방 수칙을 어겼다는 뒷말도 있었다.

    남구는 지난달 지역의 한 단체로부터 직원 격려 물품을 전달받았다.

    구는 이를 기념하겠다며 관계자가 마스크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악수를 하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주민 스스로가 방역 주체로서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며 예방 수칙을 준수하자고 독려한 것과 배치되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바이러스 때문에 주민들이 힘들어하는데 공무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았다. 마스크 확보와 직접 방역 등 공무원들이 즉각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차원"이라며 "본격적인 방역을 시작한 뒤 직원들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소독했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4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구청에서 직거래 행사를 열었다. (사진=부산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는 이날 비슷한 시각 꽃 판매가 급감해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위한 꽃 구매 행사를 벌였다.

    행사에는 화훼 농가 관계자, 해운대구 직원 등 100여명이 모였다.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전통 시장과 상가 등 다중 이용 시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100명이 모이는 행사를 강행한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사에 화훼 농가를 돕겠다는 선의가 빛을 바랬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돕자는 '선의' 차원에서 직거래했다. 일반인은 참여하지 않고 직원과 농가 관계자만 만난 자리라서 별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여 접촉하는 자리인 만큼 바이러스 확산 우려도 나올 수 있다고는 생각된다.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방역 등 바이러스 대응 활동이 일종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공무원들이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보다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공무원들이 직접 방역에 나서는 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주민자치 활동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보여주기식 활동에 인력이나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5일 현재 부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모두 85명이지만, 추가 확진자가 1명에 그치는 등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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