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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무감염인증' 제안에 "문제있다" 수습나선 보건당국



보건/의료

    정세균 '무감염인증' 제안에 "문제있다" 수습나선 보건당국

    1일 본인 주재 중대본 회의서 '무감염 인증제' 제안
    외교부 "일단은 추진하고 있다"… 보건당국 "논란 소지 있다"
    "외국, 우리 방역체계 신뢰 낮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
    미국 CDC, 우리나라에 견학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건학적이나 의학적으로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대부분 나라는 지역 전파… 이들끼리 무감염 인증, 의미 낮아"
    '의도는 좋았다'지만 사실상 현실성 떨어져 보건당국이 수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안했다고 알려진 코로나19 '무감염 인증제'에 대해 보건당국이 '여러 가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보건학적으로는 의미가 낮다'며 수습에 나섰다.

    3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총리는 지난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의 해외 출장 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감염 인증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현재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한국발 여행객들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이유로 해외를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증하는 증명서를 발급하는 대책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특성상 잠복기이거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차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지게 된다는 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국 등도 우리나라의 방역 노력에 대해 호평을 보내고 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국내 견학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무감염 인증제' 자체가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문제도 있다.

    일단 정부 내 기류는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었던 모양새로 보인다. 다음날인 2일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감염 인증'에 대한 질문에 "약 25개국에 대해서 그런 방안을 협의 중인데, 해당국 정부들이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며 "일단은 추진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었다.

    이 핵심 당국자는 "이 방안을 포함해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며 방안 자체가 실제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다음 날 나온 보건당국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총리께서는 '그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하는 데 좋은 방법이 없겠나"는 취지로 말씀하셨다"며 "정해진 그 틀이 아니라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실제 실행 가능하고 외국 정부의 동의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 차관은 직후 "무증상 상태인 경우에 저희가 이것을 인증하거나 하는 이런 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있어서 다소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 의견들도 있다"며 이 방안에 문제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이 제도 그대로를 '무감염 인증' 방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의 소지도 있고 실무적으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부본부장 (사진=연합뉴스)

     

    곧이어 이어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낮다'며 본격적인 수습에 나섰다.

    권 연구원장은 "코로나19는 열이 나는 경우가 90% 이상이고, 그 다음이 마른기침, 이어 피로감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출국자에 대해 발열 감시를 권고했었다"며 "총리께서 말씀하신 사례는 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 방역체계를 오해하지 않도록 교류에 막힘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방역당국의 역할이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한국의 방역 상황을 외교부 등을 통해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검사량과 감염원 제거 노력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권 본부장은 일부 외국의 경우 사망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하며 이 부분이 "(감염자) 전체를 다 파악하지 못한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망률은 코로나19 사망자를 감염자로 나눠 계산하는데 감염자를 실제 숫자보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사망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장은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에 대해 외국의 신뢰가 그렇게 낮다고는 판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보건학적이나 의학적으로 볼 때 감염이 없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은 누구라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방역체계에 대해 최근 외신들이 최소한 낮은 평가는 잘 하지 않거나, 일부는 아주 후한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감염 인증제'를 시행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 일이라는 이미지로 취급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미국행 모든 항공편에서 시행하고 있는 탑승 전 발열 검사를 가능하면 다른 나라에 대해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등은 우리나라의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대책을 상당 부분 신뢰하고 호평을 보내고 있는 상황인데, 고위 당국자는 "뭐라도 상대국이 안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마련해서 (입국제한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려고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권 연구원장도 이같은 발언을 뒷받침하며 "거기에 더해 어떤 검사를 한다든지 뭘 해서 인증을 만약 요구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로부터 오게 된다면, 저희가 충분한 이론적 근거나 합리성을 제공해서 외교당국이 해당 국가와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WHO 분류를 보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지역 전파로 분류돼 있는데, 우리나라 또한 숫자는 많지만 그러하고 환자가 얼마 없는 인도네시아도 그러하다"며 "국제적으로 볼 때는 똑같은 지역 전파 국가들끼리 무감염 인증제를 요구한다는 것이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낮은 상황의 사례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총리의 제안이 '의도는 좋았다'지만,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지고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수습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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