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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뛰어든 엄마들' 이소현·조성실, 공천 벽 넘을까



국회/정당

    '정치 뛰어든 엄마들' 이소현·조성실, 공천 벽 넘을까

    어린이 문제 전면에 내세우려면 엄마들이 나서야
    "어린이 전담 부처 만들고 싶어"
    "노인정처럼 돌봄교실도 아파트마다 있어야"
    박 터지는 민주-정의 비례대표 경선…원내 입성까지 험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같은 듯 다른 두 엄마가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12호 인재 이소현씨와 정의당 보육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조성실 전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다.

    둘다 '당사자 정치'를 내세운다. 아이 엄마인 본인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당리당략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기성 정치판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한다.

    ◇ "정당 입장만 대변하더라…난 제목소리 낼 것"

    이씨는 "처음에 인재 영입됐을 때 전문지식이 있냐고 비판하더라. 제가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건 전문가도 많고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만큼 아이들의 안전에 관해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을 언급했다. 이씨는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하기 위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을 만난 바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서 민식이법을 볼모로 했다는 논란을 빚었었다.

    이씨는 "나 의원은 '왜 심정을 모르겠냐. 나도 엄마다, 자식 있다'라며 공감해 줬지만, 공개석상에선 달랐다"며 "정당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씨는 21대 국회에 입성하면 당론과 본인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단 당에 들어가면 제목소리를 내기 힘들겠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절실한 마음으로 들어온만큼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진영 논리를 떠나 어린이 문제를 의제화 시키려면 의원 스스로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는 등 현실 정치에 발을 담궜던 조 전 대표는 어린이생명안전법을 입법화했던 과정을 회상하며 "보좌진들 중에 애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관련 법안은 많이 나왔지만 추진력이 없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의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치원 3법'은 정치권에서 다 알고 있던 의제였음에도 법제화되기까지 1년 넘게 걸린 것도 '당사자성의 부재' 때문이라고 봤다.

    조 전 대표는 "어떤 의원들도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문제'를 원내에서 정치적 의제로 삼을 의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어린이 전담 부처'부터 '칼퇴근법'까지…같지만 다른 시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에서 12번째 영입인사 '태호 엄마' 이소현 씨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소현 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은 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왔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두 사람 모두 정치를 시작한 동기는 비슷하지만 지향점은 다르다. 이씨는 아이들의 생활을 바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조 전 대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한다.

    이씨는 교통사고로 금쪽같은 자식을 잃은 엄마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어서 발생한 사고였다. 어떤 엄마들도 자신이 겪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어린이 안전을 전담하는 부처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로 소관이다. 노란 통학버스는 경찰청이 관리한다"며 "이를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비례대표에 도전한 이씨는 "나는 어린이 안전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지원할 분야가 없어 결국 기타 분야에 지원했다"며 "여성·교육·노동·노인 등 굉장히 많은 분야가 있었지만 정작 '어린이'는 없어서 '저는 어디에 지원해야 하나요'라고 당에 묻기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어린이 안전 문제가 여느 때보다 부각된 상황인데 해당 분야가 없다는 게 놀라웠다고 한다. 당초 이씨는 자신과 비슷한 엄마들이 모여 사는 수도권 아파트촌에 지역구 예비후보로 뛰고 싶어했지만, 당의 설득으로 비례대표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여성장애인, 외교안보, 경제, 교육 등 26개 분야에 걸쳐 비례대표 지원을 받았다. 26개 중 어린이와 관련된 분야는 없다.

    조 전 대표는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그룹명을 지은 장본인이다. 또 국회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하준이법'과 '민식이법' 등 굵직한 어린이교통안전법 통과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부모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엄마들의 고용 단절을 막는 게 양육의 질을 높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모가 칼퇴근하는 회사를 다녀도 아이는 10시간 이상 어린이집에 다녀야 한다"며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고용 단절 문제 해결할 수 없다. 주52시간제가 잘 안착하도록 입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인정의 경우 공동주택엔 의무 설치케 하는 법이 있다"며 "아동복지법과 주택법을 개정해 지역 사회에서 초등학생 저학년을 돌볼 수 있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 정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 민주-정의, 한국식 오픈프라이머리 실험…두 엄마, 살아남을까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들의 원내 입성 여부다. 진정성도 있고 정치에 대한 목적의식도 뚜렷하지만, 의원이 되지 못하면 달라질 게 없다.

    이들 앞에 놓인 장벽은 높다.

    이씨가 민주당 비례대표로 공천받으려면 국민공천심사단 투표와 중앙위원회의 순위투표에서 이른바 '당선 안정권'에 들어야 한다.

    '비례 민주당'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7번 안에는 들어야 한다. 제한경쟁분야로 분류된 비례1번(여성장애인), 비례2번(외교·안보), 비례9번(취약지역), 비례10번(사무직당직자)을 제외하면 이씨에게 남은 자리는 3·5·7번 뿐이다. (민주당은 여성에겐 홀수 번호를, 남성에겐 짝수 번호를 부여한다)

    조직력도 민주당과의 연도 깊지 않은 이씨에게 남은 건 전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한 국민공천심사단 뿐이다. 국민공천심사단은 남녀 후보 각각 2명씩, 1인 4표를 행사하게 된다.

    국민공천심사단에서 20명의 후보자를 추린 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단체장·기초의원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순위 투표에 들어간다.

    이씨는 "지원 인원이 총 130명인데, 3명 안에 드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다. 나로 인해 어린이 안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의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의당은 개방형 비례를 표방한 시민선거인단제를 모집했다. 총 10만명 안팎의 규모로, 경선은 1인 1표씩 당원 투표(70%)와 시민선거인단 투표(30%)로 치러진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 장애인, 농어민 할당제를 도입했다. 1·2·11·21(22)번은 청년에게, 7·8·17·18번은 장애인에게, 농어민은 13·14번을 할당했다.

    청년과 장애인이 아닌 여성 후보인 조 전 대표가 당선권에 들려면 3·5번 두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해야 한다.

    당선까진 만만치않지만, 조 전 대표는 "37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정책이 겹치는 분들이 많지만, 나의 영역은 블루오션"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5.5세. 전쟁같은 육아와 양육은 기억 속 먼 옛날 일이 되어버렸을 나이다. 30대 두 엄마의 원내 입성 도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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