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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 속살] 하버드생들, 왜 총장을 고소했을까



미국/중남미

    [미국사회 속살] 하버드생들, 왜 총장을 고소했을까

    49조원 기부금을 '교도소'에 투자했다며 소송
    '감옥-산업복합체' 도마..군산복합체와 유사

    대학 총장 등을 고소한 하버드대 학생 5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Harvard Prison Divestment Campaign)

     

    하버드대학 학생들이 대학 총장 등 학교 당국에 소송을 제기했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하버드대 학생 5명은 이 대학 총장과 하버드대 기금운용사(HMC) 담당자인 하버드대 경영학과장을 상대로 '감옥-산업 복합체(prison-industrial complex))'에 투자한 것을 문제 삼아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하버드 헌장'을 위반했다며 당장 교도소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하버드 투자철회 운동(Harvard Prison Divestment Campaign) 소속인 이들은 하버드대학이 이 대학에 기부된 409억달러(49조원) 가운데 일부를 '감옥-산업 복합체(PIC)'에 투자해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옥 투자'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PIC(감옥-산업 복합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와 비교되는 이 개념은 민간교도소와 교정당국에 재소자의 생필품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만든 거대한 산업생태구조를 일컫는다.

    이렇게 PIC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은 세계적으로 재소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13년 통계(U.S. Bureau of Justice Statistics)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재소자가 716명으로 세계 1위다.

    2016년 같은 통계에 따르면 229만명이 각종 감옥, 구치소 등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인구(3억 2천만명) 가운데 0.7%가 철창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재소자 비율. 1971년 마약과의 전쟁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픽=위키피디아)

     


    재소자가 우리나라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만큼이나 많다보니 이들 재소자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PIC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재소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다. 이들의 노동력은 제3세계 노동자들보다 저렴하다. 최저 시급도 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파업도 없고, 노조도 없고, 복지도 필요 없다. 게다가 언어 장벽도 없으니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신주단지나 마찬가지다.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아 이윤도 남긴다.

    미국 감옥은 절반 정도가 민간 기업이다.

    감옥 운영 자체가 돈이 되기도 하지만 재소자들에 각종 생필품을 제공하면서 돈을 받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가령 아라마크(Aramark), 소덱소(Aramark), 콤파스그룹(Compass Group) 같은 기업은 감옥에 식품을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이 같은 감옥 사업에 하버드대학까지 나서 감옥 투자를 하는 건 한마디로 이 사업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범죄율과도 관계가 있다.

    FBI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범죄율은 10만명당 567명(98년)에서 361명(2014년)까지 떨어졌다가 373명(2015년) 386명(2016년) 382명(2017명)으로 다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소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범죄자율이 높아진 것 뿐 아니라 미국 사법당국이 범죄자들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징역형을 더 길게 선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강도범에 대해 미국은 평균 1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반면, 캐나다는 5개월, 잉글랜드는 7개월을 선고한다.

    사법 체계도 범죄자들을 더욱 강력히 처벌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소자들 때문에 먹고사는 감옥 비즈니스업자들의 로비를 받아 미국의 사법체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교도소 업체인 코어시빅(CoreCivic), 지오그룹(Geo Group)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주가가 각각 140%, 98%씩 치솟았다.

    이 두 기업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학이 투자한 PIC도 바로 이들 두 민간 교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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