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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 금지할 '과학적 근거' 있나 없나



보건/의료

    중국인 입국 금지할 '과학적 근거' 있나 없나

    "중국인 입국금지" 靑청원 60만 육박
    '신종코로나' 확산에 해외서도 국경 '차단'
    중국인 입국금지로 감염병 막자, 현실성 있을까?
    WHO "발병국 국민 전체 대상 입국 막는 것, 예방 효과 없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과 중국 춘절기간인 2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 한 채 입국을 하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증가하고 있다.(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국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초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중국인의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철 의원은 29일 "우한 등 후베이(湖北)성에서 입국하거나 이곳을 경유한 중국인 등 외국인에 대해 입국 정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검역법 개정안을 오늘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전날 "대만처럼 중국 여행객의 국내 입국 금지 등 추가 전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도 "출입국 금지를 포함해서 모든 조치를 빨리 취해주시기를 촉구한다. 혹시라도 중국 눈치 때문에 우한폐렴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분명히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 자유법치센터, 턴라이트 등도 이날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는 관광 목적의 중국인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에서도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글들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은 나흘 만에 청원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청원에 대한 독려가 계속되며 동의 인원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60만명에 육박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문선웅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역을 거치거나 우한 지역을 거쳐 입국한 사람들 등 국적과 상관없이 이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있어도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복합적인 부분 등을 고려해 얼마나 위중하느냐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국 금지는) 대확산 상황에서나 검토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정부가 우리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긴밀히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입국금지까지는 취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상황 통제 기준이 있는데 그런 것에 따라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판단인 것"이라며 "과거에도 입국금지한 경우가 극소수 있었지만 실익은 없으면서 문제점만 낳았던 적도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이런 태도는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WHO의 국제보건규칙(IHR2005) 제2조는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제18조에서도 의심환자와 감염자에 대한 입국 거부, 감염지역으로 비감염자가 입국하는 것을 방지하는 수준이다. 중국인의 전면 입국 금지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WHO는 앞서 지카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등 과거 수차례 비상 상황에서도 '여행 금지'를 권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과거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발병국 출신의 입국을 제한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WHO는 지난해 7월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했을 당시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 시 모니터링 되지 않는 사람과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 3국 경유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해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WHO는 다만 '과학적 근거'가 명백할 경우 "의심환자나 감염자에 대한 입국 거부, 각 국이 개별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중국 내 확진자가 이날 5974건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현재까지 국경을 폐쇄할 정도로 국제사회와 학계가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국제법상으로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기준으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지난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호주와 캐나다가 입국금지 조치에 나섰다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검역을 더 강화해서 국적에 관계없이 증세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분들을 걸러내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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