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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결혼 그리고 집…명절 금기어 된 '부동산'



생활경제

    취업, 결혼 그리고 집…명절 금기어 된 '부동산'

    "집 샀냐" "여윳돈은 얼마나?" 꼬치꼬치 경제사정 묻는 질문에 '난감'
    부동산 정책 맞다vs틀리다…보유세 폭탄vs더올려야 정치 다툼으로 번지기도

    12·16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 규제방안이 시행된 20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살얼음판이 따로 없었다. 엘사가 마법을 부린 듯 집안이 얼어붙었다.

    "정부 규제가 집값만 잔뜩 올려놨다"는 시아버지의 말을 시작으로 가족들의 부동산 논쟁이 시작됐다.

    남편은 "무주택자는 평생 갖지도 못할 가격의 집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냐"며 "보유세를 더 올려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놔야 집값이 안정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시어머니가 "정부에서 집을 사고 팔 때 허락을 받게 한다는데 사회주의가 따로 없다"고 거들면서 명절 집안 분위기는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김모(35)씨는 "결혼 후 두 번째 맞는 명절에 안그래도 불편한 시댁인데 집 이야기에 더 불편했다"며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취직'과 '결혼' 다음으로 '부동산'이 명절 금기어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 정책을 쏟아내면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의견이 완전히 갈리면서 부동산 이슈가 정치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지모(40)씨도 집안 어른들의 내집마련 질문을 피하느라 진땀을 뺐다.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집을 사고 싶지 않은 김씨는 청약을 계획중이지만 주변 가족들의 성화에 덩달아 불안한 마음이다.

    지씨는 "서울 집값이 하루에도 몇 천만원씩 오르는데 돈을 얼마냐 모았냐고 경제 사정을 꼬치꼬치 물어봐서 질문을 피하느라 난감했다"며 "아이를 위해서 학군을 따져 집을 미리 장만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루 종일 들었다"고 진저리를 쳤다.

    미혼자들에게 부동산 이슈는 더욱 고역이다.

    공무원인 정모(35)씨는 "결혼과 출산 질문으로 가뜩이나 명절이면 피곤한데 요즘은 부동산 문제까지 얹어져서 더 피곤하다"며 "결혼해서 내집을 장만하라고 결혼과 내집마련 두 가지를 압박하는데 정말이지 명절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0)씨는 "친척 어른들이 보유세 폭탄이라며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는데 듣고 있자니 화가 났다"며 "청년들은 일년에 월세로 600만원 이상 내는데 몇십억 집을 가진 사람의 보유세가 그것보다 적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더니 다들 입을 다물더라"고 전했다.

    부동산 이슈가 어느때보다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최근 급격히 오른 집값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직방의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 거래 상위 10%의 평균 가격은 21억 3,394만원으로 5년 전인 2015년(11억 7,762만원)보다 9억 이상 상승했다.

    이는 하위 10% 평균 매매거래가격인 2억2,670만원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운 차이다.

    상위와 하위 거래액은 갈수록 벌어져 2015년 6.92배에서 2017년 7.61배, 2018년 8.19배, 2019년 9.41배까지 확대됐다. 이는 아파트 매매시장이 과열됐던 2006년 10.68배 이후로 최대 차이다.

    이처럼 부동산 이슈가 명절 밥상에 화두가 되면서 정치권도 부동산 이슈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비롯한 부동산 공약을 총선 결과에 따라 이기는 쪽의 안대로 입법화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보유세는 늘리고 거래세를 낮추자는 방안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에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공약도 발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도 부동산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입장이 완전히 달라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이슈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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