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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재심 판사, 무죄 선고 후 '특별법 제정' 촉구(종합)



전남

    여순사건 재심 판사, 무죄 선고 후 '특별법 제정' 촉구(종합)

    김정아 부장판사 "장환봉씨, 좌익도 우익도 아니었다"
    "무죄 판결 너무 늦었다" 기립 후 고개 숙여 사과
    이례적으로 여순사건 특별법 입법 필요성 강조

    여순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고 장환봉 씨 유족들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최창민 기자)

     

    1948년 여순사건으로 사형된 3명에 대한 재심에서 72년 만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20일 오후 3시 순천지원 316호 중법정에서 열린 여순사건 관련 재심에서 고 장환봉 씨 등 3명의 유족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고령 제2호 위반은 미군정 시기에 발령되었고 이 사건 당시에는 미군정이 종식된 상태였다"며 "형법상 내란 부분에 관해 검사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제출되었더라도 불법 구금 이후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김정아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장환봉님은 좌익도 아니고 우익도 아니며 국가가 혼란한 시기 성실히 근무했던 철도공무원으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라며 "70여 년이 지나서야 유죄 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밝히며, 더 일찍 명예회복을 해드리지 못한 점을 국가를 대신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 전원이 기립해 유족과 방청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 판사는 판결 선고 이후 여론(餘論)을 통해 "과거사위원회는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예외적으로 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나, 매우 한정된 인적·물적 여건으로 인하여 예외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재판을 통해서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세월의 경과, 관련 기록의 멸실 또는 부존재,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 내용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지난한 과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친 이후에야 유죄의 확정판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두고 과거사정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조치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여순사건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회복 등을 위하여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고 장환봉 씨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로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순천에 도착한 후 이들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계엄군에 체포돼 22일 만에 처형됐다.

    장씨의 딸은 2011년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겠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7년여 만인 지난해 3월 장 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재심개시를 결정다.

    한 달 후인 지난해 4월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첫 재판이 진행됐지만,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실체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1948년 당시 신문기사, 외신 보도, 국회 속기록, 판결집행명령서 등을 찾아냈고 2500여 명의 시민사회, 학자, 정계인사 등의 서명을 받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장씨에 대해 '14연대 군인들이 전남 여수시 신월리 여수일대를 점령한 후 1948년 10월 20일 오전 9시 30분쯤 열차를 이용해 순천역에 도착하자 이들과 동조·합세해 순천읍 일원에서 국권을 배제하고 통치의 기본질서를 교란한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공소사실을 특정했다.

    이어 지난달 23일 열린 6차 공판에서 "장씨의 형법 제77조 내란죄 및 포고령 제2호 위반 국권 문란죄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는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은 72년 전 11월 30일 순천에서 내란죄와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으로 돌아가신 46명과 여순민중항쟁 진행과정에서 돌아가신 희생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어 "절망과 슬픔 속에 일평생 숨죽여 살아왔던 유가족들을 아직도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겁박하는 무리들을 반드시 처벌과 처단, 단죄해야 한다"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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