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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딸 시신도 못보게 한 스페인, 근무시간 끝났다며"



사건/사고

    [인터뷰] "딸 시신도 못보게 한 스페인, 근무시간 끝났다며"

    스페인서 피켓시위 중인 고 이지현 씨 부모
    "공무원 퇴근했다" 딸 시신도, 현장도 못봐
    관공서 입장? 자연재해니 법적 처리하라고
    "노래 가르쳐주던 사랑스런 딸, 악몽같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성우(故 이지현 씨 부친)

    지난 21일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유학하던 한 한국인이 관공서 벽에서 떨어진 조형물에 머리를 맞아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부모님은 스페인을 곧장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증거는 남아 있지 않았고 사진이 전부였다는데 그 사진조차 스페인 경찰들이 보여주지 않고 있고 관공서 건물의 주인인 마드리드 주정부는 그저 이것은 자연재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데요.

    이 청천벽력 같은 상황 자체도 억울한데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직접 얘기를 좀 들어봐야겠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머물고 있는 고 이지현 씨의 아버지 이성우 씨 연결을 해 보죠. 아버님, 나와 계세요?

    ◆ 이성우> 안녕하십니까. 이성우입니다.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우선 감사드립니다. 제가 듣기로는 지금 따님이 숨진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부모님이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 이성우> 네. 그저께 시위를 처음 시작할 때 당시 지현이가 쓰러져 있던 그 현장을 같이 지나던 영화 감독이라는 사람이 오셔서 저를 안아주면서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 김현정> 스페인 사람인 거죠.

    ◆ 이성우> 네, 스페인 사람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 목격자가 뭐라고 상황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하던가요?

    ◆ 이성우> 이 건물의 옥상에서 엄청난 벽돌이 떨어져서 지현이를 타격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고 이지현 씨의 부모님이 사고 현장인 마드리드관광청 앞에서 호소문을 들고 서 있는 장면(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 김현정> 아마 여기까지만 들으셔도 여러분 이게 어떤 사건인가, 참 기막히다 하는 생각이 드실 텐데 이 황당한 사고가 어떻게 벌어진 건지 그 자초지종부터 좀 따져봐야겠습니다. 따님이 스페인 유학 중이었던 거죠?

    ◆ 이성우> 네.

    ◇ 김현정>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 이성우> 국민대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5년간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지현이가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고 난 돈으로 스페인의 자라(Zara)라고 하는 의류 업체에 일을 하고 싶어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 여기에 왔었습니다.

    ◇ 김현정> 5년간 직장 생활하고 그 모은 돈 가지고 스페인 의류 업체에 취업하고 싶어서 어학 공부하러 간 거군요.

    ◆ 이성우>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21일날 어떻게 그런 사고가 벌어진 거죠?

    ◆ 이성우> 그건 모릅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벽돌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리를 내었답니다. 목격자의 이야기는 한 15cm 되는 그런 붉은색의 벽돌. 그 현장을 보여달라고 해도 묵묵부답. 권한 밖이다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현장을 당연히 봐야죠. 그 벽돌은 어떤 벽돌이었는지도 봐야 하고 봐야 하는데 경찰이 안 보여주고 있습니까?

    ◆ 이성우> 그걸 위험하니까 소방당국이 건물에 부착돼 있는 것을 다 제거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럼 아직 못 보신 거예요, 아버님 그 실물을?

    ◆ 이성우> 예, 보지도 못했습니다. 보여주지도 않고 수사 비밀이라고 경찰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수사 비밀이요?

    ◆ 이성우> 예.

    스페인 마드리드 관광청 앞에서 호소문 시위 중인 이성우 씨를 당시 현장 목격자인 스페인 시민이 안아주는 장면(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 김현정> 그러면 사진이라도 보셨어요, 그 현장 사진?

    ◆ 이성우>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사관 영사가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그 사진도 보여줄 수 없고 나중에 판사에게 정보 공개 청구를 하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현장 사진도 못 보여준다. 그게 무슨 말이죠? 부모님이, 사망한 피해자의 부모님이 왔는데 사진도 못 보여준다는 게 이게 무슨... 이해가 안 가네요.

    ◆ 이성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 스페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혼자 걸어가고 있었던 건가요, 지현 씨 혼자?

    ◆ 이성우> 예. 주변에, 지현이 옆에 걸어가던 나이 드신 분은 맞지 않고 비극을 피할 수 있었는데 지현이는 떨어진 돌에 맞아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부모님은 그 소식을 듣고 바로 가셨을 텐데 스페인이 워낙 머니까 도착이 그렇게 빨리 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이성우> 소식을 들은 그날 저녁 5시에 출발해서 36시간 만에 마드리드에 도착했습니다.

    ◇ 김현정> 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던가요?

    ◆ 이성우> 저녁이어서 공무원들이 다 퇴근해서 올 수도 없다.

    ◇ 김현정> 볼 수도 없다고요?

    ◆ 이성우> 예.

    ◇ 김현정> 병원에 아버님이, 부모님이 도착하셨는데 따님을 볼 수가 없다고요?

    ◆ 이성우> 예. 문을 닫았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9시에 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지금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36시간 비행기를 타고 딸 얼굴 보러 갔는데 공무원들 퇴근했으니까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얼굴 볼 수 없다고.

     


    ◆ 이성우> 예. 더 기가 찬 것은 아침에 가서 딸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니 장례 업체를 지정해 와야지 딸의 시신을 그 업체에 전해줘서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거다라고 했습니다.

    ◇ 김현정>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장례 업체를 지정해 와야 얼굴 볼 수 있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요? 아까 전에는 공무원들이 퇴근해서 안 된다고 하고.

    ◆ 이성우> 여기 행정 절차가 그렇다는 겁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내 딸인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고 어떻게 장례 업체 지정해서 확인하란 말이냐. 아무리 호소해도 똑같은 말뿐이었습니다.

    ◇ 김현정> 기가 막히네요. 우리 대사관이 거기 있을 텐데 그쪽으로 도움을 청해보지는 않으셨어요?

    ◆ 이성우> 아니, 대사관 직원과 같이 갔습니다.

    ◇ 김현정> 같이 갔는데 그렇게 나옵니까?

    ◆ 이성우> 예.

    ◇ 김현정> 거기 절차가 그렇다. 기다려라. 안 된다. 못 보여준다.

    ◆ 이성우>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아주 격하게 항의를 했더니 판사에게 팩스로 요청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 김현정> 그 관공서 건물주가 주정부니까 주정부가 뭔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할 텐데 주정부의 입장은 뭔가요?

    ◆ 이성우> 자연재해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리하라.

    ◇ 김현정> 그 말은 소송 걸어라? 그날 태풍이 불었고 태풍에 의해서 벽돌이 떨어진 거다. 이런 주장인 건가요?

    ◆ 이성우> 예.

    ◇ 김현정> 그런데 아버님 그 건물 가보셨을 텐데 이게 지금 벽돌이 떨어진 건데. 그러면 태풍에 벽돌이 떨어질 정도로 이게 허술했다면 사전에 관리를 안 한 책임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습니까?

    ◆ 이성우> 2015년도에 안전 검사를 통과했다라는 이야기를 또한 같이 계속했습니다.

    ◇ 김현정> 2015년이요? 그러면 한참 전인데 그 얘기를 하면서 그때는 멀쩡했다. 그러니 우리는 책임 없다.

    ◆ 이성우>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아버님이 이 사연을 SNS에 올리고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서 우리 외교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고 원인 규명을 스페인 측에 요구했다고 제가 들었는데요. 따님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계시는 거죠?

    ◆ 이성우> 예.

    ◇ 김현정> 당장 시급히 좀 이루어져야 될 것. 부모님들이 바라시는 건 어떤 걸까요?

    ◆ 이성우> 우리의 요구는 주정부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또 하나는 지현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그 건물의 구조를 봐야 되겠다. 그런 요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열심히 살던 딸이 지금 이렇게 돼서 더 마음이 아프실 텐데. 마지막 전화하신 건 언제였나요?

    ◆ 이성우> 12월 10일쯤 아빠가 어떤 (외국어) 노래 하나를 배우려고 지현이 보고 소리 나는 대로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게 마지막 지현이의 유서가 돼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이 남겨준 그 가사, 그걸 더 이상 그 노래 들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만질 수도 없고 얘기할 수도 없고 어떻게 집사람하고 내가 살아가야 할지 정말 이 악몽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지금 고국에서도 관심 가지고 이 상황들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힘내시고요.

    ◆ 이성우>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아무쪼록 상황들 잘 정리되고, 스페인 정부가 책임 있는 원인 규명 또 재발 방지 대책 내놓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이성우> 고맙습니다.

    ◇ 김현정> 아버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이성우>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김현정> 참 건강의 말씀을 제가 전해야 하는데 아버님이 오히려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시네요. 스페인 관공서 건물 벽에서 떨어진 벽돌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스페인 유학생 이지현 씨의 아버지 이성우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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