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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에 '헤드록' 건 119구조대원…배심원 7명 중 5명 유죄



전북

    주취자에 '헤드록' 건 119구조대원…배심원 7명 중 5명 유죄

    발목 골절, 전치 6주 상해 진단
    검찰 "맞공격에 해당, 과잉대응"
    변호인 "인과관계 無, 정당방위"
    재판부 요건 안돼 벌금 200만원

    (사진=자료사진)

     

    공격성을 띤 주취자에 '헤드록'을 걸어 발목을 골절시킨 119구조대원의 행위는 정당방위일까, 과잉대응일까.

    법원과 배심원 다수의 판단은 '과잉대응'이었다.

    주취자를 제압하다 전치 6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119구조대원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방법원은 24일 오전 201호 대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조대원 A(38)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자청한 피고인 A씨만 참석했다. 피해자인 B씨는 재판을 받던 지난 10월 30일 당뇨 등 지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숨을 거뒀다.

    시민 배심원 7명 중 5명이 A씨가 유죄라고 봤다.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은 배심원이 제시한 형량은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의 내용 등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골절 상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정당행위 요건에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사 측은 A씨의 행위가 전치 6주 발목 골절의 피해가 가볍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9일 오후 8시쯤 전북 정읍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주취객인 B(50)씨를 제압하다 전치 6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술을 마신 B씨는 출동한 A씨에게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하자 A씨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가겠다"고 잘랐다.

    B씨는 욕설과 함께 A씨의 목을 잡고 밀어붙이며 오른손을 들어 재차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뒤에서 목을 잡고 넘어뜨렸다.

    현장에 있던 B씨 어머니는 "심장이 아픈 아들을 비웃으면서 왜 약 올리느냐"면서 따졌고 이후 B씨는 어머니의 부축을 받고 귀가했다.

    이틀 뒤 B씨는 병원에서 골절 6주 치료 진단을 받았고 A씨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진=자료사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A씨의 행동이 B씨 발목 골절로 이어졌는지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으로 봤다.

    검사 측은 사건 당시의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와 바디캠, 인근 CCTV를 미루어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봤다.

    검사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주먹을 휘두르던 찰나에 피고인을 때리지 못하고 빗겨 나갔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뒤에서 양손을 감싸고 힘껏 세게 잡아당겨 내동댕이치고, 넘어진 몸 위를 올라타 동료가 말리기까지 16초 동안 가슴을 짓누른다"고 말했다.

    이어 "판례는 공격적 의사에 기한 행위는 결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피고인이 뒤에서 공격한 행위의 정도와 방법을 보면 맞공격 정도로 판단될 뿐 정당방위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 직후 피해자가 어머니와 함께 집에 돌아가기 위해 걷다가 쩔뚝거리는 장면이 있다"며 "피해자 어머니의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골절상을 입은 게 명백히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검사 측은 또 동료 소방관의 모습에도 주목했다.

    검사는 "유죄의 증거 혐의를 판단할 때 중요한 건 비슷한 사건과의 차별성"이라며 "동료도 함께 (제압의)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뿐더러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을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A씨의 제압행위와 발목 골절의 인과관계를 파고들었다.

    A씨 변호인은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이 되어야 한다"며 "이사건 검찰 측 제시한 상해 증거로는 전혀 입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행위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는 걸 알 수 없다"며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도 모순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CCTV 영상엔 피해자가 발목을 다친 영상이 없다"며 "피고인이 집으로 가던 중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취객 폭행 뒤 숨진 고 강연희 소방경의 사례를 들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향후 소방관의 대응 정도가 결정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주취자가 욕설과 목덜미를 쥐어 잡으려는 상황에서 제압했는데, 이 행위가 정당방위가 해당하지 않는다면 지금 소방관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법률은 무의미한 종잇조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잘잘못을 떠나서 B씨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한 뒤 배심원과 검찰 측을 향해 "저희는 어느 정도 대응을 해야 하는냐"고 물었다.

    A씨는 이어 "주취자는 항상 있다. 어제도 익산소방서에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있었다"며 "팔을 잡아도 쌍방이다. 제가 맞을 때 옆에 있는 동료가 저를 말릴 수 있겠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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