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 '호흡' 비판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요?"

"촬영 3회차쯤 되던 때 진행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껴, 상식 밖의 문제 서서히 체험"
안전 확보하지 않고 촬영하거나 지하철 도둑 촬영 등 현장 컨트롤 안 됐다고 주장
"애정을 갖고 참여한 작품에 너무 가혹한 상처들만 남아"

'호흡'에서 정주 역을 연기한 배우 윤지혜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영화 '호흡' 촬영 현장이 비상식적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윤지혜 인스타그램 캡처) 확대이미지

배우 윤지혜가 오는 19일 개봉 예정인 영화 '호흡'(감독 권만기)이 비정상적인 구조로 진행된 작업이었다며,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지혜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윤지혜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께 이런 소식을 드리게 되어 저도 무척 괴롭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털어놓으려고 한다"라고 썼다.

윤지혜는 돈을 떠나 본질에 가까워지는 미니멀한 작업이 하고 싶었고, 초심자들에게 뭔가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호흡'을 선택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고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윤지혜가 쓴 글에 따르면, '호흡'은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작비는 7천만 원대였고 제작비 부족 탓에 스태프 지인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단역으로 출연했다. 또한 배우가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는 "한 달간 밤낮으로 찍었다. 촬영 3회차쯤 되던 때 진행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고 상식 밖의 문제들을 서서히 체험하게 되었다"라며 "아무리 극단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라도 배우는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현장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온다. 저는 온갖 상황들이 다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현장에서 하필 그런 감정을 연기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윤지혜는 '호흡' 촬영 때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 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야 했고 △지하철에서 도둑 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영화라고 변명 후 정처 없이 여기저기 도망 다녔으며 △행인 통제 못 해서 NG가 날 뻔한 적이 있고 △촬영 도중 무전기, 핸드폰, 알람이 울렸으며 △스태프 지인들이 훈련받지 않은 채로 단역으로 투입돼 감정 유지가 힘들었다면서 "전체로는 전혀 방향성도 컨트롤도 없는, 연기하기가 민망해지는 주인 없는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윤지혜는 '호흡' 개봉을 앞두고 영화와 무관한 마케팅용 사진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되었다며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마음이 힘드니 실없이 장난치며 웃었던 표정을 포착해 현장이 밝았다니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라며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 작품에 너무 가혹한 상처들만 남았고 제가 느낀 실체를 호소하고 싶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kafa와의 작업의 문제점을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라고 전했다.

'호흡'은 아이를 납치했던 정주(윤지혜 분)와 납치된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김대건 분)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질긴 악연을 강렬한 호흡으로 그려낸 심리 드라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KTH상,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작품상, 제17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인디펜던트 등을 받았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는 권만기 감독과 민구 역 배우 김대건만 참석했다. '호흡'은 19일 개봉을 앞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