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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왜 필리버스터 꺼냈나…'패트' 허 찌르기



국회/정당

    한국당 왜 필리버스터 꺼냈나…'패트' 허 찌르기

    한국당 29일 필리버스터 신청…與 반발, 본회의 파행
    민생법안 부담 불구, 黃 단식 후 패트 지연 작전
    향후 분수령, 예산안 상정되는 12월 3일부터 처리 '눈치작전'
    치열한 패트 전략 싸움, 사이에 낀 '민식이법'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 열고 한국당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꺼내들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상정을 지연시키자는 계산이다.

    이날 본회의는 민생법안, 비쟁점법안 등 199개의 법안이 상정돼 있었다.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는다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필리버스터를 강행한 것은 황교안 대표 단식 중단 이후 당력 결집을 이어갈 '포스트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향후 분수령은 다음달 2일 내년도 예산안 자동상정 시점 이후가 될 전망이다. 공수처법은 3일 부의된다. 허를 찔린 여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먼저 상정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국당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걸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의 패스트트랙 전략 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은 갈길을 잃은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꺼내든 한국당…黃 단식 후 패스트트랙 지연 작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 관련 질문에 "아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 등 여러 전략들이 테이블에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필리버스터 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후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황 대표가 입원해 있는 연대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필리버스터와 관련한 의견을 교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 원내대표는 "대표와 의견을 나눴고 대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째 벌였던 황 대표의 단식 농성은 지난 28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종료된 상태다. 단식의 핵심 명분은 패스트트랙 저지였지만, 완결은 못하고 어중간하게 마무리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의식 불명에까지 이른 농성 끝에 '당력'은 결집됐고, 이를 이어갈 포스트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를 구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리버스터 신청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이전에 이뤄졌다. 오후 1시40분경 의원총회를 연 나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민생법안이 걸려있어 조금 우려됐지만, 워낙 나 원내대표의 의지가 확고하고 의총이 빨리 끝난 탓에 토론도 제대로 못했다"라고 말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295명) 3분의1 이상(99명)의 서명으로 시작된다. 한국당 단독으로 개시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를 멈추기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이나 국회 회기가 종료돼야 한다.

    마침 이날 본회의는 199개의 안건 상정이 예정된 상태였다. 한국당은 안건 모두를 필리버스터로 걸며, 의원 1명당 4시간의 토론 시간을 배정했다. 소속 의원이 108명인 것을 감안하면 법안 1건에 최대 432시간을 토론할 수 있다. 199건의 법안을 모두 토론한다면 8만5968시간이 소요된다. 민생법안과 비쟁점법안들이 다수 들어있어 부담은 있었지만, 정기국회가 다음달 10일 종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스트트랙 저지에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전략을 눈치챈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이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볼모로 선거법을 '딜'하려 한다며 규탄 대회를 여는 등 강력하게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로 걸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가장 먼저 처리한 뒤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민식이법을 올리기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직권상정을 하지 말 것을 약속해달라고도 했다. 허를 찔린 여당이 선거법을 기습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민식이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 전이다. 이날 처리 예정됐던 208개 법안 중 오전 미리 상정됐던 19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반면, 민식이법을 포함해 이날 법사위 통과된 9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

    본회의 개의를 두고 한국당과 민주당은 치열한 정쟁을 벌였고, 결국 문 의장은 "의결정족수만 충족되면 언제든 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은 재석의원 5분의1 이상 출석시 본회의가 개의된다는 국회법을 들어 문 의장이 '직무유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밤 늦게까지 자리했으나, 결국 본회의는 파행에 이르렀다.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가운데 일부 한국당 의원들 외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며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본회의 파행, 전략 싸움 치열…사이에 낀 '민식이법'

    본회의가 무산된 가운데 한국당은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모양새다. 분수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자동 상정되는 다음달 2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경우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7일 이미 부의됐으며, 공수처법은 다음달 3일 부의된다. 대비태세를 갖춘 민주당이 다음달 3일 이후 본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먼저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당은 보고 있다.

    국회법 제77조(의사일정의 변경)에 따르면 의원 20명 이상이 동의하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본회의 안건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예산안 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우선 처리할 수도 있는 셈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이 우선일 경우 한국당은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정쟁이 이어진다면 정기국회가 끝나고 다음달 11일부터 개의가 가능한 임시국회에서도 파행을 겪고, 다시 한달 뒤인 내년 1월11일 임시국회에서도 파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이 맞물려 있는만큼, 여야가 다음달 2일까지 어떻게 해서든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이 민주당을 향한 '합의 압박'이라는 해석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이 패스트트랙 정쟁을 벌이는 사이,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은 표류가 불가피해 여론의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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