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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출연자 직접 고용한 '블랙머니' 측 "첫 단추 끼운 것"



영화

    보조출연자 직접 고용한 '블랙머니' 측 "첫 단추 끼운 것"

    제작사, 합법적인 인력 공급 허가 업체와 계약 맺고
    보조출연자들, 중간착취 없이 온전한 임금 받아
    양기환 질라라비 대표 "직접 고용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 영화계에 정착되길"
    문계순 보조출연자 노조위원장 "일한 만큼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줘"

    영화 '블랙머니'가 한국영화 최초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을 통해 보조출연자들과 계약을 해 화제가 됐다. 보조출연자노조는 이를 '직접 고용'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질라라비, 아우라픽처스 제공) 확대이미지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노조를 통해 보조출연자와 계약을 맺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블랙머니' 제작사 질라라비는 올해 6월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하 노조), 한국노동복지센터와 함께 공정노동 준수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기획사에서 맡았던 보조출연자 공급을 노조가 맡은 것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었다.

    올해 4월 크랭크인한 '블랙머니' 쪽이 노조를 만난 건 이미 촬영 중후반부가 진행될 때였다. 제작사 질라라비는 관행대로 기획사와 이미 보조출연 계약을 맺은 상태였으나, 먼저 체결한 곳에 양해를 구한 뒤 노조와 협약을 진행했다.

    이 협약의 목적은 "보조출연자 직접 고용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과 노동인권을 보장함으로써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및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제작사는 보조출연자 인력 공급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단체(노조)와 계약을 맺었고, 보조출연자들은 중간 수수료 없이 임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었다.

    양기환 질라라비 대표는 2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해 온 관행대로 기획사와 보조출연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보조출연자 노조 쪽에서 연락이 와서 만났다. 하지만 저희는 이 상황을 인지한 이상 (보조출연자들) 전체를 간접 고용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계약을 맺은 보조출연자들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집회 장면에 출연했다. 양 대표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파견근로제,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문제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게(보조출연자 직접 고용)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라며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영화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질라라비는 하나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고, 이게 영화계에 안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저는 한국의 영화 제작자들도 (간접고용 문제를) 인지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몰랐기 때문에 그런 거지 알면 충분히 할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지 않겠나. 또 그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와 감독들도 자긍심이 있지 않을까"라면서 "방송사도 그렇고 미디어 전 분야로 확장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양 대표는 "반독과점 영화인 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있다. 제가 그 단톡방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썼고, 제작가협회에도 요청해서 보조출연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라고 부연했다.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문계순 위원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그동안 40~50년 정도 기획사가 파견 허가 없이 인력을 공급해왔다. 저희는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근로자 공급 허가를 받은 업체였으나 '노조'라는 이유로 제작사가 (존재를) 무시해 왔다"라며 "차후라도 질라라비의 양기환 대표 같은 제작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중간 수수료 없이 온전한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된 것을 이번 '직접 고용'의 가장 큰 성과로 짚었다. 문 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촬영해도 1차 기획사, 2차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가면 일당 10만 원이 8만 원, 6만 원으로 점점 떨어지고 최대 50% 이상 차이가 나는 거다. 노조는 중간착취가 없고 일한 만큼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준다. 그게 노조의 역할이기도 하고"라고 설명했다.

    3자간 공정노동 준수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노조는 앞으로도 이 기간에 질라라비가 만드는 작품에 인력 공급을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3일 개봉한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금융 범죄 실화극이다.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주제로 했다. 개봉 16일째인 지난 28일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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