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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성 역할 고정관념 넘어선 KBS 이소정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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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계 성 역할 고정관념 넘어선 KBS 이소정 앵커

    이소정 기자, 지상파 TV 최초로 '뉴스9' 메인 앵커 발탁…25일부터 뉴스 진행 시작
    이소정 앵커 "스스로도 놀라…시청자에 다가가려 노력할 것"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여성'이어서가 아니고 앵커로서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
    '중년 남성 앵커-젊은 여성 아나운서'·'남중여경' 벗어난 첫 사례
    양승동 사장 "형식의 변화 정말 중요…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신호 될 것"

    KBS 메인뉴스 '뉴스9' 이소정 앵커 (사진=KBS 제공)

     

    "저 스스로도 놀랐다. KBS가 이런 과감한 선택을 했단 말이야? 진짜 맞나? 정신없는 와중에 곱씹어 보니 그만큼 우리가 절실하고,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앵커 하나 바뀐다고 뉴스가 다 바뀌진 않을 거다. 저도 잘 알고 있다. 이런 과감한 변화와 선택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주면 감사할 거 같다." _KBS '뉴스9' 이소정 앵커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앵커로 사상 첫 '여성 기자'가 발탁된 것을 두고 화제다. 그만큼 '중년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 조합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KBS는 이소정 앵커를 메인뉴스 앵커로 발탁하면서 이 같은 관행을 타파하고 뉴스에 '혁신'을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앵커가 단순히 '여성'이라서가 아닌 '능력' 중심의 발탁이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소정 앵커는 "말 한번 섞기 힘들었던 후배들에게 기대 이상의 응원과 성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이런 변화가 내부적으로도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하루아침에 바뀌기 힘들 거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대화할 수 있는 앵커, 안으로는 후배들과 대화하는 '중간다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소정 앵커 직전 '뉴스9' 앵커를 맡았던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외부 반응이 뜨겁다는 게 더 놀랍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몰랐는데, 다행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성'이어서가 아니고 앵커로서 '능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이소정 앵커를 선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입사한 이소정 기자는 사회부와 경제부, 탐사제작부 등을 거쳐 KBS2 '아침뉴스타임'과 KBS1 '미디어비평'을 진행하며 방송 진행 능력도 검증받은 인물이다. 엄 국장은 "방송에서 검증됐고, 사내외의 추천도 있었다"며 "그리고 여성이란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내부 감수성이나 선택 기준에 있어서 다양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KBS 메인뉴스 '뉴스9' 이소정 앵커와 최동석 아나운서 (사진=KBS 제공)

     

    ◇ '중년 남성 앵커-젊은 여성 아나운서'·'남중여경' 벗어난 첫 사례

    시청자나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중년 남성 앵커-젊은 여성 아나운서'로 이뤄진 뉴스 조합이 전통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앵커는 이른바 '경성뉴스'(정치·경제·사회 등 공공의 문제와 관련된 사실 전달 위주의 뉴스), 여성 아나운서는 '연성뉴스'(스포츠·연예·생활 정보 등 흥밋거리 위주의 뉴스)를 진행하는 쪽으로 치우쳐 왔다.

    한국브랜드디자인학연구 26호 중 '앵커의 성별(Gender Difference)에 따른 시청자의 뉴스 브랜드태도'(2013,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진용주 교수)에 따르면 여성앵커는 신체적 외모와 연령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앵커의 대다수가 34세 이하이고 그 이상 50세까지의 여성 진행자는 7%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여성앵커는 상대적으로 연성뉴스에 치우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뉴스 유형에 따른 남녀뉴스앵커의 선정과 활용에서 국내 시청자들이 경성뉴스와 연성뉴스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TV 뉴스앵커의 성별 이미지를 활용한 시청률 제고 노력보다는 남녀앵커들의 △방송뉴스 지식함양 △취재 경험 강화 △시청자의 궁금증 욕구 해결 등 앵커의 전문성 요인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는 "미국과 영국의 유명 여성 뉴스앵커가 민영뉴스 방송의 수준 향상과 시청률상승을 창출하듯이, 이제는 국내방송에서도 높아진 시청자 수준에 맞게 여성 뉴스앵커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활용이 요구된다"며 "국내방송에서 유명 여성앵커가 지속해서 탄생한다면 뉴스 방송 수준의 향상과 이를 통한 시청자 만족과 뉴스 신뢰도 향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도연 아나운서, 위재천 기자, 이소정 앵커, 최동석 아나운서, 정연욱 기자, 박지원 아나운서 (사진=KBS 제공)

     

    앞서 MBC 임현주 아나운서는 뉴스에서 지상파 여자 앵커 최초로 안경을 쓰고 나와 진행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여성 앵커는 뉴스에서조차 외모적으로 규제받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이자 공영방송 KBS가 전통적인 뉴스 앵커 구성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핵심적인 게 이소정 앵커가 여성이라기 보다는 KBS가 지향해야 할 변화의 방향을 사내 구성원들이 이소정 앵커를 통해 구현해보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열망, 변화에 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며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시청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친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스토리텔링에 적절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KBS 양승동 사장은 "형식 바꾸는 데 이어 보도 내용과 콘텐츠가 변화에 따라가야 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그럼에도 형식의 변화가 정말 중요하다. 거기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이번 주부터 뉴스 앵커가 바뀌면서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앵커와 함께 지난 25일부터 '뉴스9'의 진행은 최동석 아나운서가 맡았다. '주말 뉴스9' 앵커는 '젊음'에 주목해 사회부의 정연욱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뉴스9'를 진행한 김태욱 앵커는 '뉴스12'로 자리를 옮기며, '뉴스12' 여자 앵커에는 2012년에 입사한 이승현 아나운서가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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