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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스팔트가 흘러 내려오는 줄…" 분뇨 유출사고 '분통'

[영상] "아스팔트가 흘러 내려오는 줄…" 분뇨 유출사고 '분통'

강릉 사천면 양돈농가서 분뇨 유출…물고기 떼죽음
소유주 사과나 해명도 없어…주민들 "뻔뻔하다" 분노
강릉시, 지난 25일 소유주 강릉경찰서에 '고발' 조치

강원 강릉시 사천면 석교2리 마을이 최근 쑥대밭이 됐다. 인근 양돈농가에서 분뇨를 유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7일 취재진이 만난 석교2리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말도 마, 하천 전체가 시커먼 물로 뒤덮이고 붕어 떼들이 다 죽었다"고 혀를 끌끌 찼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길자(67) 이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은 지난 23일 저녁이다. 양돈농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신 이장은 당일 유난히 심한 악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릉시 사천면 석교2리 인근 양돈농가에서 흘러나온 분뇨로 하천이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한 주민(사진 왼쪽)이 증거 수집을 위해 패트병에 물을 담고 있다. (사진=주민 제공)

 

신 이장은 다음 날 아침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악취의 근원지를 찾았지만, 영문을 몰랐다. 이에 직접 집을 나서 하천을 따라 올라가던 중 인근 양돈농가에서 배수로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시커먼 물을 보고 경악했다.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있잖아요. 그 아스팔트가 물로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시커먼 물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예요. 거품이 있는 시커먼 물... 얼마나 기가 막힌 지. 붕어 떼들은 다 죽어서 둥둥 떠다니고...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분뇨 유출사고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사진=주민 제공)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인근 양돈농가로 종종 악취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강릉시에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터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자 양돈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해주자며 불편함도 참아왔던 주민들은 분뇨 유출사고로 하천 전체가 시커먼 물로 뒤덮이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종범(81) 할아버지는 "지난 일요일에는 온 마을에 악취가 진동할 정도였는데 정말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그런데 정작 해당 양돈주는 '벌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여 황당할 뿐"이라고 분노했다.

심상집(70) 할아버지는 "양돈주는 직원의 실수라고만 할 뿐 정작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 지역에는 모두 나이가 많은 분들이 사시는데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취재진이 찾은 석교2리 분뇨 유출사고 현장으로, 여전히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분뇨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째인 이날 찾은 석교2리 하천 곳곳에는 물 위에 정체 모를 하얀 이물질이 떠 다니고 있었다. 또 분뇨가 유출된 지점의 배수로에는 여전히 검은 때가 씻겨 내려가지 못한 채 굳어 있어 '그날'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강릉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양돈농가의 한 네팔 출신 직원이 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서 분뇨가 배수로를 타고 주변 하천에 유입됐다.

강릉시는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양돈농가 소유주를 강릉경찰서에 지난 25일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석교2리 주민들은 해당 양돈농가가 분뇨를 무단 유출하는 것 같다고 의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주민들은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침을 세울 계획이다.

신길자 이장은 "양돈농가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주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고민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분뇨 유출사고가 발생한 양돈농가로, 주민들은 "사고 이후 소유주가 사과나 설명도 없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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