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리뷰] '나를 찾아줘', 경각심 준다는 명분 앞선 잔인함



영화

    [리뷰] '나를 찾아줘', 경각심 준다는 명분 앞선 잔인함

    [노컷 리뷰]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찾아줘' (사진=㈜26컴퍼니 제공)

     

    ※ 영화 '나를 찾아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흙 묻은 옷을 입고 지친 얼굴을 한 정연(이영애 분)이 넋 나간 듯 갯벌을 헤매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가 낯선 섬에서 심상치 않은 일을 겪었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는 시작이었다.

    정연은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힘든 나머지 윤수가 일주일만 어디에 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조차, 마치 실종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여겨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지고 사는 인물이다.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남편 명국(박해준 분)과 아이 찾기에도 열심이다.

    그런 정연에게 영화는 지나치게 잔인하다. 괴로움과 기쁨을 나누며 의지한 남편도 뺏어간다. 장례식장에서부터 요란하게 울어서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겠다 싶었던 명국의 동생(허동원 분)은 한껏 사람 좋은 척을 하고는, 형이 남긴 보험금을 받자고 협박성 전화를 해 형수에게 돈을 뜯어낸다.

    화상 자국 등 고유한 신체 특징까지 비슷한 아이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만선 낚시터로 간 정연을 맞이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사람들뿐이다. 아이와 남편을 모두 잃은 정연을 애처롭게 여기는 듯하지만, 홍경장(유재명 분)을 비롯한 낚시터 사람들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어서 정연이 떠나길 바란다.

    이때부터는 오로지 정연 혼자 분투하는 구간이다. 명국과 윤수는 환영으로 나타나 각각 포기하지 말라고, 나를 찾아달라고 강조한다. 정연은 혼자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민수의 옷가지와 흔적을 발견하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결정적인 귓속말로 정연에게 힌트를 준 지호는 민수에게도 "형아 엄마 왔었어"라고 알린다. 민수가 자기 이름을 '김윤수'로 기억하고 있다는 장면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정연과 민수의 만남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인다.

    '나를 찾아줘'로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 이영애는 6년 전 아이를 잃은 정연 역을 맡았다. (사진=㈜26컴퍼니 제공)

     

    움직임도 철저히 통제되고, 노예처럼 살던 낚시터 집 탈출을 감행한 두 꼬마 민수와 지호는 하필 가장 악질인 홍경장에게 발각된다. 민수는 두려움에 떨며 파도치는 방파제 끝으로 뛰어간다. 정연만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민수에게 다가가지만, 정연의 품에 민수가 안기기 전 엄청난 파도가 밀려와 민수를 쓸어간다.

    정연이 낯선 곳에서 아들을 찾기 위해 싸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힘없는 지호 정도다. 그에 비해 마을 사람들의 면면은 무시무시하다. 가장 사람다워 보였던 최반장(김종수 분)마저 본인이 곤란해지면 눈빛부터 살기를 띈다.

    '나를 찾아줘'를 보면서 가장 편치 않았던 부분은 아동학대 장면이었다. 김승우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이 작품의 한 지점만 보고 달려갔다고 계속 강조했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영화에서 다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으나 영화 면면을 보면 그 말에 공감이 가기보다는 물음표가 남는다.

    극중 민수와 지호는 이제 초등학생밖에 안 된 체구도 작고 약한 남자아이들인데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다. 이곳의 어른들은 힘으로 밀어붙여 민수의 생식기를 만지려고 하고, 몸 곳곳을 때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쇠사슬에 묶어 놓고, 수갑을 채우며, 방금 숨진 동물을 지고 오게 한다. 심지어 동성 아동인 민수를 성폭행한 경험을 자랑처럼 떠드는 대사도 나온다.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은 잃어버린 아이 관점에서 부모나 가족에게 하는 말이다. '나를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찾아달라'는 메시지다. 영화가 표방하려 했던 선한 의도를 비판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분을 위해, 극에서도 아동학대 장면을 너무 자주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야기의 구성과 몰입도가 좋았기에, 과하게 잔혹한 표현이 더욱 아쉽다.

    14년 만의 복귀작에서 이영애는 아이를 잃고 힘든데도 아이를 찾고 싶다는 희망 하나로 의심, 공포, 불안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정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심리적·신체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캐릭터를 맡아 감정 소모를 많이 해서만이 아니다. 낚시터 사람들과의 갈등이 최정점에 달한 후반부가 아닐 때도, 그의 연기는 빛났으니까.

    유재명이 연기한 홍경장은 흔히 장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악인이 아니라서 더 공포스러웠다. 본인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바로 반말하고, 밥 먹듯이 '~년'이라는 비속어를 쓰고,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리는 등 일상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비열함과 폭력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결정적 공격을 두세 번 당했는데도 끝까지 쫓아오는 무지막지한 생명력 또한 두려웠다. 의뭉스러운 마을 사람들의 연기도 소름 끼쳤다.

    조금 덜 가혹했으면 좋았을 이야기. 정연에게나, 관객에게나.

    27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54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스릴러.

    유재명은 자기 마을에 들어온 정연을 보고 불편해하는 홍경장 역을 연기했다. (사진=㈜26컴퍼니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