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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고려대 총장 발언에 "창피하다"…교수들도 비판 가세



사건/사고

    '조국 딸' 고려대 총장 발언에 "창피하다"…교수들도 비판 가세

    학생들 "고대는 학교에 몸담았던 모든 구성원의 정당한 분노를 달래라"
    교수들 "입학 취소 처분은 민감한 사안"…"조사위 가동과 같은 조치 필요"
    시민단체, 18일 고려대 총장을 검찰에 고발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 촉구’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 비리와 관련한 고려대 정진택 총장의 입장문으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정 총장은 지난 15일 밤 "검찰의 정경심 교수 추가기소에 따른 공소사실에는 입학 관련 내용이 없어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자 학교 측의 미진한 대응에 분개한 고려대 학생들이 조 전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총장의 입장문이 발표된 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는 비판의 글들이 올라왔다.

    집회 개최를 건의한 학생은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고려대가 이 사태와 관련해 즉각적인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는 '당시 자료를 전부 폐기해서 모르는 일이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무책임한 말과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입학 취소의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오는 22일 오후 7시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조 전 장관의 딸 부정입학 취소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조민 입학 취소 건'에 관해 정진택 총장님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하기도 했다. 대자보는 학교 측이 조치를 할 수 없는 근거로 든 ▲검찰이 추가기소한 정경심 교수 공소사실에 고려대 입학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 ▲검찰의 수사 결과 이후 학교 측의 처분이 결정된다는 점 등 2가지를 반박했다.

    대자보에서 학생은 "조씨가 허위 체험활동 확인서를 고등학교에 제출해 생활기록부(생기부)에 그대로 기재되게 했다"며 "2010학년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1단계 전형에서 생기부를 60% 반영하고, 2단계에서도 공인시험 성적과 합쳐 70%를 반영해 위조 생기부가 입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사례를 들며 학교가 '선 조치, 후 법정공방'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6년 병설 보건전문대 소속 학생들이 투표권 문제로 본관 건물을 점거하고 교수들을 감금하자 당시 학교는 법적 처벌에 앞서 학적을 말소시키는 출교 처분을 내린바 있다. 이에 학생들은 당시와 비교하며 "고려대는 왜 부정 입학 사태에 대해선 분노하지 않고, 즉각 적극적인 처분도 내리지 않냐"고 반문했다.

    일반 학생들도 상당수 총장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날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만난 공과대학 3학년 이모(25)씨는 "학교가 진상을 규명하는 데에 소극적이라 소속 학생으로서 창피하다"며 "주변 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가 조씨의 생기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며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1학년 A(20)씨는 "학교의 입장이 초반보다 후퇴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계속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만큼 학교는 더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학과 4학년 김모(25)씨는 "이 사안은 한 개인에게 공정성에 반한 특혜를 명백하게 준 것"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 측이 내놓은 조치가 그냥 다 덮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들도 학교의 조치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A씨는 "특정 사건이 검찰 조사, 법원 소송 중인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학교 측에서 결과를 기다렸다"면서도 "학생들의 정서상 학교의 조치가 지지부진하고,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단과대학 평교수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자체 조사위원회를 열어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A교수는 전했다. 또 정 총장이 지난 15일 입장문을 낸 것을 두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총장이 입장을 발표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B교수는 "학생 입학 취소 처분은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어떤 여론이나 정황만 갖고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학교 당국에서 명확한 입장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밝혔다면 오해를 사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판단과 상관없이 문제 제기가 있으니 예비 조사위라도 가동하면서 자료들을 수집하는 노력을 했다면 학교가 사면초가에 놓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고대 교수의회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지난 15일 입장문에서 '조씨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안을 검토하는 대책 회의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몇 차례 회의를 열었는지, 당시 입학사정관 교수들을 조사했는지 등을 묻자 학교 측은 "추가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소극적으로 답했다.

    한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전날 정진택 고려대 총장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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