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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협치, 신뢰와 존중 없인 '구두선'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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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협치, 신뢰와 존중 없인 '구두선'에 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불구대천지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협치의 모양새를 보여줬다.

    남북문제, 경제정책, 정치적 사안, 노동문제, 조국 사태 등 거의 모든 국정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 수뇌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 답례를 계기로 청와대에 모였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고,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1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으며 일본의 경제 침탈과 지소미아(GSOMIA)에 대해서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러한 대화정치 복원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다음으론 황교안 한국당 대표일 것이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심상정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조국 사태 등으로 심화된 국론분열의 후유증이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으로 다소나마 풀릴 전기가 마련됐다.

    협치에 대한 시동이 걸렸으며 예산안 처리와 각종 민생 법안 처리 등도 순탄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이 19일엔 '국민에게 묻는다'라는 주제의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문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협치와 소통의 각오를 밝히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경우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정치에 익숙한 여의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요구된다.

    진정성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 중에서 가장 강점인 부분인 만큼 문 대통령이 협치와 대국민 소통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조국 사태 등 몇몇 정책으로 등 돌린 민심을 상당 부분 다독거릴 것이다.

    황교안 대표 역시 진중한 성향을 가진 법조인 출신으로서 일단 문 대통령을 인정, 신뢰하고 직·간접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협치의 기본이다.

    협치는 상호 신뢰와 양보,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신뢰하면 양보할 수 있고, 양보하면 신뢰가 생기는 것은 인간사의 이치다.

    한국당은 대통령을, 청와대는 제1야당 대표를 존중하며 국정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소통함으로써 신뢰가 쌓인다.

    우리 정치권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총재라는 3김 시절에만 그런 협치의 정치를 했다.

    그것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김종필 총재와의 3당 야합 때(1990년 1월)까지의 약 2년 간을 제외하곤 우리 정치권의 협치란 없었다.

    늘 으르렁거렸고, 정권을 잡으면 독단과 독선의 국정운영을 했으며 야당은 대통령 선거에 실패한 날부터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발목잡기에 골몰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야말로 통합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협치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센 것을 볼 때 임기 전반기는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듯하다.

    12월 내각과 청와대 진용 개편이 예상되는 만큼 협치에 어울리는 인물들을 발탁해야 한다고 본다.

    청와대가 각고의 노력을 하고 그런 인물들을 각료진과 청와대 수석에 포진시키더라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협치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당 등은 청와대가 조금만 잘못을 하더라도 침소봉대하며 공격할 것이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수비하느라 감정적 대응을 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한 치의 양보 없는 전면전을 하느라 협치는 안중에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나 죽기 전에는 정권 안 뺏긴다"며 '장기 집권론'을 설파하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택시 기사의 말을 인용하며 "이 대표가 2년 안에 죽겠네"라고 맞받아치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권은 곧잘 격한 감정적 대립을 일삼는다.

    청와대와 여의도에는 '강기정 정무수석의 예에서 보듯이 '막말'과 '버럭'들이 너무 많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이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 선언을 한 하루 만인 11일 여야는 또다시 상대방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격렬한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순조로운 정국현안 처리에 대한 기대는 난망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개혁법안 등 쟁점에 대한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사생결단을 벌일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고 선언했고, 김무성, 홍준표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을 막지 못하면 한국당은 공멸한다"며 당 지도부의 결사항전을 부추기고 있다.

    자칫 여야 협치는 사전 속의 단어로, 또는 2019년 11월 10일 밤의 정치 키워드에 지나지 않고 바로 사달이 날 조짐이다.

    이와 함께 진영 정치에 물든 현 정치 세력들이 진영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중도 지향적 요구에 귀를 기울일지도 의문시 된다.

    협치를 바라면서도 노파심이 드는 건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유연하지 않은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치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다가도 합의를 하고 'ALL OR NOTHING'이 아닌 주고받는 거래가 되는 사안들이 허다하다.

    오죽했으면 이 시대 최고의 어른이자 지성이라는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가 최근 "운동권 출신은 국제 감각이 부족하고 법조계 사람들이나 공무원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창의력을 갖춘 큰 인재를 못 키운 원인이다"라고 설파했을까.

    정치지도자들에게 창의력과 정치적 상상력은 아주 큰 자산이다.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묘안들은 주로 이런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배태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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