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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 박찬주에 다시 보여주고픈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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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청교육대' 박찬주에 다시 보여주고픈 '모래시계'

    박찬주(위)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자유한국당 영입 추진 보류와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아래는 드라마 '모래시계' 포스터(사진=SBS 제공)

     

    이른바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삼청교육대 관련 막말로 다시 한 번 시대착오적인 인권 의식을 드러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박 전 대장은 자유한국당 영입인사로 거론되던 지난 4일,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했던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 번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더욱 불거진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과할 의사가 없다. 사과할 일이 아니고 해명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삼청교육대는 대통령 박정희(1917~1979) 사후 또다시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8월 설치해 이듬해 1월까지 운영했던 기관이다. 5·18 등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열망을 군홧발로 짓밟은 전두환 정권은, '사회 정화'라는 미명 아래 이곳에서 가혹행위 등 인권유린을 일삼으며 국민들 입을 틀어막았다.

    지난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는 주인공 박태수(최민수)의 눈을 통해 삼청교육대 참상을 구체적으로 전한 바 있다. 방영 당시 밤거리를 한산하게 만들어 '귀가시계'로도 불린 이 드라마는, 군사정권 아래 금기시 돼 온 5·18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를 다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아버지의 빨치산 전력에 따른 연좌제로 꿈을 접은 채 뒷골목 세계에 몸을 던진 박태수는, 조직을 떠난 부하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 갔다가 5·18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그 커다란 상처를 안고 서울로 돌아온 태수는 학생운동으로 고문을 받아 몸과 마음을 다친 윤혜린(고현정)과 재회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듯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당대 카지노 대부로 불리는 혜린의 아버지(박근형)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손을 써서 태수를 삼청교육대에 가둔다. "죄명부터 말해 달라"는 태수의 말에 돌아온 것은 군인의 매질뿐이었다. 삼청교육대에 도착한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매타작은 또다시 시작되고, 이곳 관리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너희는 인간 쓰레기들이다. 우리 사회는 너희 같은 암적 존재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성한 우리 군(軍)은 너희 같은 쓰레기들마저도 재생시킬 의무와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실시할 순화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 따라준다면 너희는 새로운 인간으로 재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수감자들은 머리가 깎이고, "정신수양" "개과천선"을 외치며 매일 같이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야만 했다.

    ◇ "개돼지가 다 됐어…두 주일 만에 그렇게 되더라"

    군복무 중이던 태수의 고향 친구 강우석(박상원)은 혜린으로부터 태수가 삼청교육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삼청교육대 업무를 보는 부대 상사를 찾아가 태수의 소식을 묻는다. 그런 우석에게 그 상사가 말한다.

    "웃기는 얘기지만, 여기는 건달보다 멀쩡한 사람들이 더 많아. 포장마차에서 한잔 걸치고 노래 부르다가 잡혀온 놈, 공원에서 자다가 끌려온 놈, 학교 선생에 야당 당원에…."

    '4주 끝나면 그런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겠죠?'라는 우석의 물음에 그는 "글쎄….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야. 요즘 한참 선별작업 중인데, 그 선별기준이라는 게 웃기다고….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지. 나야 잠깐 차출 나와 있는 거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그렇더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 이런 식으로 (4주 교육 끝나고 근로봉사로) 6개월이 가면 여기서 두 발로 걸어나갈 놈 하나도 없어요. 6개월에 끝난다는 보장도 없고."

    그는 끝으로 "방법은 있다. 어차피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말해줘도 상관은 없겠지. 아냐, 말해주는 게 잘하는 짓일 지도 몰라. 우리 부대장님 보시기에도 말이야. 하하하"라며 군 고위직에 뇌물을 건네라는 뜻을 내비친다.

    삼청교육대에서 만신창이가 된 태수는 수소문 끝에 찾아온 우석과 만나고, 우석 앞에서 빵과 우유를 허겁지접 먹다가 겸연쩍은 듯 말한다.

    "개돼지가 다 됐어. 두 주일 만에 그렇게 되더라. 날짜만 세고 있어. 넉 주만 채우면 된다니까. 모르지 뭐… 그 다음에 또 어디로 보내질지."

    '이번 교육 끝내고 근로봉사 6개월 얘기 들었냐'는 우석의 물음에 태수는 "그냥 각오하고 있어. 아니… 그냥 생각 안해. 거기까지 생각하면 못 버텨. 여긴 그래. 아주 개 같아. 하루 버티기도 힘들어"라고 답한다.

    자신을 빼내기 위해 강직한 우석이 소신을 버리고 윗선에 줄을 대려는 것을 알게 된 태수는 "네가? 강우석이가? 너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짓 못해. 내가 알아"라며 만류한다. 하지만 우석은 "그런 경우가 더러 있나봐. 해보자고. 될 거 같아"라며 친구를 향한 애정을 굽히지 않는다.

    극중 태수, 우석, 혜린으로 대표되는 당대 청년들의 삶과 꿈을 앗아간 것은 권력욕에 취해 민주화 열망을 외면한 군부독재정권이다. 그러한 정당성 없는 정권이 국민들을 옥죄기 위해 만든 곳이 삼청교육대다.

    이러한 조직을 40년이 흐른 2019년 말에 소환한 박찬주 전 대장에게 다음과 같은 '모래시계' 속 의미심장한 대사를 전한다. 5·18 광주에서 계엄군에 맞서 싸우려는 자신을 만류하는 태수에게 부하가 건넨 말이다.

    "형 시방 뭔가 잘못 알고 있소. 이게 싸움이요! 이건 싸움이 아니지라. 길 가는 여자를 쏴 죽이는 게 워째 싸움이다요! 고러커럼 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지라. 그 총이 무신 총이냐. 우덜이 세금 내서 산 총이다. 우덜은 누구냐. 국민이다 이 말이여. 국민한테 고러커럼 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지라. 가만히 놔불면 고 썪을 놈덜 나중에 또 그럴 것 아니겄소. 요러커럼 해도 되는구나 할 것 아니겄소. 나 말이 틀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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