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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딜레마…영남, 친박계 '이율배반' 행태



국회/정당

    황교안의 딜레마…영남, 친박계 '이율배반' 행태

    황교안 지지하면서 동시에 망치는 ‘모순’
    ‘黃=햄릿’, ‘親朴=레밍’ 불만 쏟아져
    친박 VS 비박 → 黃필요 VS 不필요 ‘구도 전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총선을 지휘하기 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딜레마적인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을 발판으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이해관계가 전제로 깔려 있다.

    2022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후보가 되려면 내년 4월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총선의 필승 전략으로 손꼽히는 ‘혁신‧물갈이‧통합’에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개혁에 나서자니 ‘집토끼’가 떠나갈까 두렵고, 과감히 변화하지 않으면 수도권-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 사이에 낀 형국이 됐다는 얘기다. 정치적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자칫 햄릿형 리더십으로 굳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 쌓이는 악재…인재 영입 잡음, 당내 인사들과 불화설

    3일 오전 한때, 황 대표가 이날 오후 2시경 ‘보수 통합’ 메시지를 낼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브리핑은 열리지 않았다. 당 최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헛소문이었던 것 아니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지도부 내부에서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만으로 제기되는 것이 ‘보안의 역설’이다. 당 대표가 지나치게 보안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정작 같은 지도부도 모르는 결정들이 뜬금없이 언론에 새어나오곤 한다는 것이다.

    보안이 오히려 독(毒)이 됐던 사례가 지난 인재영입 과정이다. 다수의 최고위원들이 “왜 상의하지 않고 인재 영입 결정을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박찬주‧백경훈 등의 영입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때문에 황 대표의 정적(政敵)들은 그의 ‘아마추어 리더십’을 단골 비판 소재로 삼고 있다. 최근 경남 창녕 출마 의사로 당내 입지가 불안해진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일 한 차례, 3일 두 차례 각각 페이스북 글을 통해 황 대표를 ‘정치 초년생’, ‘보따리상’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친박계를 피리 부는 대로 따라다니다가 물에 빠져죽는 신세의 ‘레밍(lemming‧나그네쥐)’에 빗댔다.

    ◇ 황교안이 필요한 VS 필요없는 사람…총선 뒤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홍 전 대표처럼 대놓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당 안팎에선 사석에서 황 대표와 친박계를 싸잡는 비판이 잦아지며,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자조(自嘲)적인 어법으로 당내 구조를 분석했다. 그간 한국당(옛 새누리당 포함)이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싸웠다면, 이젠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이 필요한 사람 대(對) 필요 없는 사람’의 대립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필요한 집단’은 이른바 영남권 친박계다. 이들은 ‘공천=당선’인 가운데, 오히려 당내 쇄신 바람이 불면 제일 먼저 날아갈 입장이라 당 대표를 둘러싸고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묘사된다.

    반면 ‘필요 없는 집단’은 지역구가 수도권-충청 등에 퍼져 있는 의원들이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잘 나갈 때 안정적인 기반을 갖고 이들 지역의 선거까지 도왔다면, 지금 황 대표는 수천 표에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때문에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황 대표를 ‘구조의 노예’라고 평가 절하했다. 황 대표 주변에 공식적 구조와 비공식적 구조가 있는데, 공식적 구조는 사무총장 이하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 비공식적 구조는 박근혜 정부 관료-검사 출신들의 측근 의원들로 분석했다.

    해당 의원은 황 대표가 ‘노예’인 이유에 대해 “형세 판단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식‧비공식 측근들이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적쇄신‧외연확장 없이 총선 승리가 가능하고, 오히려 ‘분열’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경선’ 등 제도를 통해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었다고 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물갈이’, ‘혁신’ 등을 거부하는 황 대표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면 자기 대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의 비전을 세운 뒤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안을 내야 한다”며 ‘3대 과제’를 받아들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의 ‘이율배반’을 꼬집었다. 그는 “황 대표는 총선에서 성과를 내야 대선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영남 친박들은 황 대표의 성과와 무관하게 당선이 되는 사람들”이라며 “성과를 위해 자신들을 쳐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적당히 당이 엉망이 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안 좋은 이벤트를 좋게 포장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남 의원들은 좋은 텃밭 덕에 당선됐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총선 뒤에 계속 황 대표를 챙길 것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진짜 측근이 생겨나는데, 황 대표가 승부수를 띄우지 못해 답답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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