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는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왼쪽)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한국과의 무역관계에서 미국이 이익을 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취임 첫 해인 지난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을 이용해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아울러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서도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원) 정도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29일(현지시간) 발간한 '소신 지키기(Holding The Line): 매티스 장관 재직 당시 트럼프의 국방부'라는 제목의 신간에서 이같은 뒷얘기들을 폭로했다.
책에는 자신이 매티스 장관을 수행하며 옆에서 보고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들이 담겨있는데, 한반도와 관련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한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동맹과 해외주둔 미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자는 차원에서 2017년 7월 국방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
브리핑에 앞서 사전 회의가 열렸는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외국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12가지 경제적 효용성 척도를 만들었고 그 기준에 따르면 '최악은 한국'으로 나왔다고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017년 7월 20일에 열린 국방부 브리핑에서 매티스 장관은 미군 해외주둔의 장점을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태평양 지역 미군 주둔지를 표시한 슬라이드를 가리키며 "한국은 (미국을) 심하게 이용해먹는다(major abuser)"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이 오른쪽과 왼쪽에서 미국을 벗겨먹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한미FTA를 '끔찍한 협정'이라 부르면서, 특히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이던 당시 체결한 협정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인 공격의 소재로 사용해왔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한미FTA 개정협정이 발효되면서 많이 바뀌었는데, 지난 21일 백악관 각료회의 때는 "한미FTA 개정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무역협상의 측면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미국에 더 연계되고 있다"며 "많은 돈이 거기서 쓰이고, 그들은 우리를 통해 그것(지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구매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역 문제에서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미군 주둔비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며 부정적 인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첫 국방부 브리핑 직후 "일본, 독일, 한국 등의 동맹은 어느 누구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고, 이듬해 1월에 열린 두 번째 국방부 브리핑 때도 주한미군 주둔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고 책은 서술하고 있다.
당시 매티스 장관이 해외 주둔 미군이 안보를 지키는 '이불'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손해보는 장사다!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이) 연간 600억 달러(70조원)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따라 올해 부담한 금액이 1조원을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70배 정도의 비용을 더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스노드그래스는 자신의 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에 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사용했던 '로켓맨'이라는 용어는 당초 연설문에는 없었던 표현이라고 비사를 전했고, 매티스 장관 재직 당시 국방부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우주군 창설 등의 의사결정에서 소외돼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된 신간에 대해 매티스 전 장관은 책 내용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며, 매티스 전 장관의 측근은 앞서 책 내용이 언론을 통해 사전에 일부 공개되자 스노드그래스가 "일부 회의에서 기록을 작성하는 주니어급 참모였으며 의사결정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책 내용을 평가 절하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