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헌법재판소가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인 방송광고판매대행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독점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과연 독점을 해소해 누구에게 평등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냐는 질타와 종부세 위헌 결정에 이어 정권의 눈치보기식 ''코드'' 결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헌재의 결정은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장한 내용과 민영미디어렙 도입 시기 등에서 판박이처럼 일치한다"며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주문생산형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헌재, 종부세 이은 코드결정에 유감스럽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우리 헌법을 경쟁과 효율로 갈무리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헌재마저 정치와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것 같아 매우 서글프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상파방송 광고 독점 판매가 평등권 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 또한 매우 모호하다"며 "과연 독점을 해소해 누구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인가? 오늘 헌재 재판관들은 법 해석 기술자임을 국민에게 고백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BestNocut_L]성명은 또 "헌재는 지난 2년여 동안 판결을 미뤄오다 정부의 광고 시장 전면 개방 방침이 천명되고 여론의 역풍에 부닥친 이 시점에 헌법불합치를 결정해 정부 여당 그리고 대자본의 선봉 역할에 나선 것이다"고 비난했다.
또 "오늘 판결은 헌재의 권능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대표적 판결로 기록될 것이다"며 "오늘 판결로 광고주가 방송에 개입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자본이 방송을 압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인 시국선언을 이끌었던 새언론포럼의 최용익 회장은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상업주의 심화는 물론 방송과 대자본의 유착 등으로 언론 본연의 감시, 견제기능이 약화되고 종교, 지역방송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방송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코바코가 담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 규모가 30% 이하로 추락하는데다 지상파, 특히 지역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 날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헌재가 이를 지탱해주는 순기능을 단순한 시장적 논리로 재단한 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지역MBC 정책연합의 김 현 팀장은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3차 선진화 방안에서 밝힌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안 마련 시기와 헌재가 불합치 결정을 내린 해당 법 조항의 개정 주문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점, 그리고 위헌 확인 신고 후 2년 반 동안이나 구체적 진행이 없던 사안이 기획재정부의 3차 선진화 방안 직후 갑작스레 추진된 점 등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견지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권력에 휘둘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헌재가 사회합의로 만들어진 기구인 만큼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방송광고공사와 공사가 출자한 회사만 방송광고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은 비례성을 상실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