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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리·재정+ α 없인 경제 추락 못 막아



칼럼

    [칼럼] 금리·재정+ α 없인 경제 추락 못 막아

    (일러스트=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은 박근혜 정부(2013~2017.5) 때부터 나온 얘기인지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작금에 이르러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기재부 차관 등만 모르는 듯 한국 경제가 괜찮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좋은데 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까지 내리며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초유의 조치 검토 발언이 나왔겠는가.

    또 적자 재정을 감수하며 513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예산을 편성했을까.

    물론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홍남기 부총리도,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수십 년간 경제정책에 관여해왔으니 다 알 테지만 경제 불안을 의식해 심리전을 편 것이겠거니 라고 여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이유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관계자들이 유리한 통계 수치와 정보를 가지고 국민을 상대로 과도한 홍보전을 펴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때론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불신하는 것이다.

    조셉S.나이 2세는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에서 정부 불신의 여러 원인 가운데 "정부가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을 좇다가 많은 정책혼선을 자초하고 영역을 지나치게 넓히면서 국민의 기대를 높인데 따른 국민의 실망이 증폭됐기 때문 등"이라고 분석했다.

    17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전세계가 성장둔화를 겪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투자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수출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부터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는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해서도 안 되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 대책이 별로 안 보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한국 경제가 추락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는 데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우리 국민은 위기 때 빛을 발하는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질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일부 정책적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에게 '저녁 있는 삶'을 위한 아주 선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 진입한 현 국제경제 질서 하에서는 한가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특정 고등학교 1학년 1반과 2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1반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규제도 가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 반면, 2반 학생들에겐 오후 3시 이후엔 절대 공부하면 안 된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뒤 1년이 지나고 나서 학생들의 성적을 테스트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과는 볼 것도 없다.

    일률적인 주 52시간제도가 바로 이런 愚(어리석을 우)를 범한 것이다.

    각 기업체들은 주 52시간 또는 주 40시간에 맞춘 근무형태를 만드느라 머리를 아파한다.

    한국은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지만 한국과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은 근로 시간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를 남겨뒀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전 세계가 같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모르되 한국만 52시간에 묶어 두면 결과는 볼 것도 없이 우리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국민경제자문회원회 부의장을 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에 대해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주 52시간제를 어기면 사업주를 처벌하겠다는 형사 처벌 조항이 문제의 핵심이다.

    처벌 조항을 넣지 않으면 사업주들(특히 악덕 기업인)이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을 을 우려해 '형사 처벌'이라는 강권적 조항을 넣었다고 해명하지만 청와대는 그걸 짚었어야 했다.

    주 52시간제 법에 동의한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상당하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전 세계가 무한경쟁에 빠져든 세계 경쟁 속에서 한국만 독야청청 한다고 세계 1등 과학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정책인 대동법을 시행하는 데 무려 100년이 걸렸다.

    양반들의 반발이 거세 경기도에서부터 시작해 충청, 경상, 전라도까지 확대하는데 백 년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제도도 시범적으로 먼저 실시했다.

    정부가 전국민의료보험실시를 위한 준비에 착수해 1981년 7월부터 홍천군과 옥구군, 군위군을 대상으로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 실시했으며 1982년 7월부터는 강화군, 보은군, 목포시를 대상으로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 확대 실시한 뒤 1988년부터 전국적으로 정착시켰다.

    이어 2000년에 직장건강보험과 지역건강보험을 통합해 오늘의 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 것이다.

    경제 정책은 돈과 관련이 깊다. 돈은 탐욕덩어리이자 이 시대 최고 우상이다.

    정책, 특히 경제 정책은 악의 뿌리라는 돈의 나쁜 속성을 간과하고선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17일자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가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2년간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쓴 3조 8천억원 중 99%는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였다는 보도다.

    SK이노베이션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며 2조 200억원을 미국에 투자했다.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외면하고 해외로 달려가고 있다.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U턴한 기업들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한국 돈을 미화로 바꿔 해외로 떠나는 이민설명회가 북적이고 있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증여.상속세를 피하려는 부자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돈은 어떤 존재이기에 한국을 피하는 것일까.

    금리를 내렸다고, 국가재정을 대폭 확대했다고 민간 소비가 되살아나고 1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투자가 살아날까?

    금리는 역대 최저치이고 돈은 사상 최대로 풀려 돈 풍년이지만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돈이 돌지 않고 금융기관에 쌓이면서 시중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만 요동치게 할 개연성도 있다.

    부자들은 더 부자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빈곤하게 되는 정부 정책의 역설이 자심하다.

    케인즈와 밀턴 프리드만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내놓은 경제정책은 저성장과 극심한 양극화, 빈곤 문제 등 현재의 경제 현실을 대처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미흡하고 그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노동시장도 정부의 자평처럼 녹록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취업자수는 23년 만에 최대치로 늘었다지만 주 36시간 미만 노동자와 60대 이상의 취업자만 대폭 확대됐을 뿐, 경제 주체의 중심 세력인 40대들의 일자리와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큰 폭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조업과 고용 있는 자영업이 추락한 데 기인한다.

    경기도 반월.시화 공단만 가보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을 세종시에 가둬놓으니 현장 감각은 떨어진 채 책상 위 정책을, 그것도 20~30년 전 정책들을 자구만 좀 수정해 내놓는다.

    사실 세계 각국의 경제는 극도로 불안정하고 저성장 국면에 처했다.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만한 세계적 호재가 거의 없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이 6%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현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마저도 2%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북한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 부흥은 당분간(언제일지 모름) 기대난망이다.

    2년 5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과도하게 시행한 정책과 법, 제도들을 보완하지 않으면, 경제 주체들에게 자율을 부여하지 않으면, 정치권의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0년과 2021년에 무슨 일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여야 정치권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엔 아랑곳하지 않고 너 죽고 나 살기식의 필살기만 보이는데 골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규제 정책을 쓸 게 아니라 약간의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자율적인 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진단하면서 "총체적인 구조개혁만이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설파했다.

    많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 간다'고 우려하지만 대한민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는 국가다.

    말이라도 일본을 닮아간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은 나쁜 씨앗이 된다.

    우리의 역동성과 위기 극복 역량은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다.

    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건 지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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