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제작 지원금' 그 다음은?… 여성 영화인들의 고민



영화

    '제작 지원금' 그 다음은?… 여성 영화인들의 고민

    [현장]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테이블-'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 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점에서 열린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 테이블' 에 참석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 여성영화제 집행위원, 영화 '해빙' 이수연 감독, 영화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마켓 강사라 팀장,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박세리 코디네이터, 딥 포커스 안보영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

     

    "온갖 공모전을 전전한 일생을 살았네요." (이수연 감독)
    "지옥도 천국도 못 가고 연옥에 갇혀서 계속 지원금 타 먹으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김보람 감독)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테이블-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 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이 열렸다. 김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미루픽처스 대표), 이수연 '해빙' 감독, 김보람 '피의 연대기' 감독, 강사라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마켓 팀장, 박세리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 코디네이터/팀장, 안보영 PD(딥 포커스 대표)가 참석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에서 2010년 시작한 '피치&캐치'는 여성 기획자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투자사·제작사·방송사 등 영상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공개 피칭 행사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두 부문으로 나뉜다. 수상자는 상금을 받고, 본선 진출작에는 전문가의 멘토링과 비즈니스 미팅이 지원된다. 현재까지 영화 '벌새', '차이나타운', '해빙', '피의 연대기', '야근 대신 뜨개질' 등의 작품이 피치&캐치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왔다.

    생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를 연출한 김보람 감독은 '여성영화'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제작비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PD님과 2년 동안 갈등이 굉장히 많았는데 원인은 다 돈이었다. 돈이 없으니까 쫄리고, 짜증 나더라"라며 "여성 기업이든 다른 펀드들이 결국 힘을 더 실어줘야만 한다. 남자(창작자)는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 넘어가는데 여자는 그러지도 못한다. 지옥도 천국도 못 가고 연옥에 갇혀서 계속 지원금 타 먹으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공동체 상영하면 제가 돈을 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금은 세금에서 나오더라. 시장이 없으니 연옥에 갇혀서 있는 거다. 결국 여성주의 영화를 만들려면 기본 페이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여성주의적일 수 있다. 여성이 어떤 임금을 받느냐가 평등의 중요한 기점인 것처럼"이라며 "안정적으로 영화 만들고 다음 스태프를 이어갈 수 있으려면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감독조합에서 첫 장편 (연출)한 사람들 초대해줘서 갔는데 전체 (조합원) 중 여성 감독이 10명 정도더라. 나머지가 다 남자였고, 그 어워즈에 있는 거의 모든 분도 남성이었다"라며 여성 창작자들에게 '네트워킹'의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여성 캐릭터가 별로 없으니 남성 배우들끼리 네트워킹할 수밖에 없고, 한 작품 끝나면 끈끈해지고. 이다음 세대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시장이 없어서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지원금을 많이 주시면 영화 더 빨리 만들고 (여성 창작자들끼리도) 더 자주 만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장편영화 데뷔작 '4인용 식탁'을 비롯해 '해빙' 두 편을 공모전으로 만들게 된 이 감독은, 공모전의 맹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예심에 들어서 마켓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큰 행운이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뭐랄까, 인맥을 통해서 영화화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큰 상업영화 시장에서 이렇게 모두가 와서 볼 수 있도록 장마당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저처럼 주변머리 없는 사람에게는 꽤 유리한 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프로그램의 맹점이, 본선에 가면 상당히 좋을 것 같지만 본선에 가서 상금도 못 받고 제작 지원 못 받으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그래서 피치&캐치에 내게 됐고 제작자분과 연결돼서 영화 만들게 됐다. 얘기하다 보니 제가 이런 공모전을 꽤 많이 전전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사회를 본 김영 위원이 피치&캐치가 도움이 되었냐고 묻자 이 감독은 "두 번의 프로젝트 마켓을 거치면서 이런 행사가 굉장히 공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인은 항상 돈에 목말라하니까"라며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전 도움이 필요해서 왔는데 솔직히 제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 분들이 절반 정도는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상금이 커서 상금을 노리고라도 오든가. 아니면 정말 업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와서 나를 그 사람들과 한 번이라도 대면할 수 있게 해 주는가. 이게 그 프로젝트 마켓에 갈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보영 PD는 "지금 드리는 얘기가 여성영화제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를 단 후, 영화를 만들 때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안 PD는 "영화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공동작업이라 스태핑을 해야 하고 PD, 촬영감독도 있어야 하고 캐스팅도 해야 하는데, 그 프로세스가 전혀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한다"라고 말했다.

    안 PD는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도 이후 피드백이나 비평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점이 고쳐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PD는 "선댄스영화제는 개별 작품에 맞는 서포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다"라며 "대부분의 기획 개발 사업을 보면 이미 멘토가 정해져 있더라. 창작자와 상의해서 어떤 분이 멘토를 했으면 좋겠는지를 정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 PD는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 마켓 담당자분은 한 해만 하시는 게 아니라 계속 경험을 축적하면서 담당하고 있지 않나. 이후 10년의 피치&캐치 지원의 핵심은 여성영화제 안에 피치&캐치 전담하는 상근자를 두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펀드 끌어와야 하고 네트워킹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획자·담당자가 없으면 힘드니 (담당자를 두라고) 꼭 부탁드리고 싶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