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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상품화' 유튜브 광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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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여성 '상품화' 유튜브 광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난 6일, ‘한국 미디어는 다문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토론회 열려
    국제결혼업체 유튜브 속 '상품'처럼 진열된 외국인 여성들
    여성의 나이, 키, 몸무게 등 기준으로 여성 평가
    전통적인 성 역할 공고히하는 '순종적' 여성 강조하기도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 제기돼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뷰트 채널 '인○○' 화면 갈무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지난 7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남편은 상해 혐의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피해자인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때아닌 '불륜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는 '2차 가해'가 벌어졌다. 이주여성의 사생활이 공개되고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 결혼 과정부터 '물건'처럼 취급되는 이주여성은 피해자가 되어서도 당연한 듯 인권 침해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칼슨홀에서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주최한 '미디어의 다문화수용성: 한국 미디어는 다문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여러 원인 중에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성상품화' 광고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언련은 지난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약 7개월간 올라온 4515개의 영상 중 518개의 영상을 임의 추출해 모니터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유튜브에서 '국제결혼', '동남아 여성', '이주여성'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찾은 국제결혼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다.

    지난 6일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칼슨홀에서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주최한 ‘미디어의 다문화수용성: 한국 미디어는 다문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 99년생·46㎏…'상품'처럼 유튜브에 진열되는 여성들

    "아가씨가 조금 나이는 있는데 예쁘네요. 94년생. 피부도 괜찮고 화장도 괜찮아요."

    "약간 ○○○ 씨(베트남 여성의 이름)는 어려 보여요. 99년생. 첫 번째 아가씨보다는 한 살 더 어린 거지." (이상 국제결혼중개업체 유튜브 채널 '인○○' 중)

    모니터 결과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결혼이주를 희망하는 여성들을 '상품'처럼 전시해 나열했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인○○'에는 지난 1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526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베트남, 필리핀 등 결혼 이주를 희망하는 여성을 인터뷰한 영상이 주로 올라왔는데, 해당 인터뷰 내용을 살펴본 결과 여성의 나이, 키, 몸무게를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해 마치 등급을 매기는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국제△△'이 올린 영상에서도 중개업자가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 남성에게 "사장님 기준에서 몸무게 46㎏ 이하. 솔직하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제결혼업체는 여성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처럼 나열하고 홍보했다. 심지어 국제결혼을 하려는 남성에게 돈을 내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국제결혼업체는 맞선 과정에서 선택지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결혼 적령기 여성의 나이를 기준 세우고, 현재 맞선 대상과 이전 맞선 대상의 나이를 비교했다. 이외에도 여성의 외모, 몸무게, 몸매를 보며 품평했다"라며 "이는 여성을 상품처럼 대하는 국제결혼업체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방식이라기보다, 집에 놔둘 인형이나 상품을 고르는 태도와 같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여성을 '돈을 주고 사 온 상품'으로 이미지화하며, '나(남성)의 선택에 의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여성'으로 위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뷰트 채널 화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순종적이고 온순한' 여성 이미지 내세우며 왜곡된 성 역할 공고하게 해

    한국 남성 : 제 양말까지 신겨줘요. (중략) 솔직히 한국 여자와 결혼했을 때, 제 친구들이나 이렇게 봤을 때, 제 동생도 여동생 있고 한데, 솔직히 그 이상으로 과분하게 내조를 잘해요.

    중개업자 : 요리도 잘해요?

    한국 남성 : 요리? 된장찌개 잘해요. (중략) 요즘에 결혼하신 한국 여자들도 단언컨대 7~80%는 밥도 잘할 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요리도 못 하는데 사 먹고 하니까, 시켜 먹고, 신랑 밥 안 하는 여자들 많아요. 근데 (아내를 향해 손짓하며) 일단 잘하든 못하든 이건 내가 해야 될 일이다,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으니까 남편이 늦게 들어와도 밥을 안 먹고 기다려요. 밥 먹으라 해도, 같이 먹으려고.

    중개업자 : 어우, 착하네. (태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이야기, 유튜브 채널 '굿□□' 중)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여성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상품처럼 나열하는 것은 물론, 여성에게 '순종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광고했다. 국제결혼중개업체 유튜브 속에는 국제결혼에 성공한 남성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보면 국제결혼 여성에 대한 왜곡된 기대가 담겨 있다.

    또한 업체는 여성의 외모, 성품의 특정한 면을 강조하는 모습을 영상에 많이 담는다. 대체로 순종적이며, 온순하고 착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해피□□'이라는 유튜브 채널에는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고 묻는 말에 한 여성이 '일하면서 신랑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성의 대답에 "와우! 착하다"라는 문구와 박수 소리 배경을 삽입해 전통적 성 역할에 부응하는 여성상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같은 유튜브에 대해 김언경 사무처장은 "결혼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나 인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돈 주고 사 온 사람'으로 여기고, 결혼이주여성도 꿈이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지워버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결국 이런 광고들은 이주여성을 상품화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가정폭력을 야기하는 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무처장은 "결혼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모니터하는 등 적극적으로 단속해 권고, 영업정지, 폐쇄조치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동영상의 제작 및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포털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업체의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라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튜브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광고를 방치했다가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베트남 아내 폭행 영상' 중 (사진=연합뉴스)

     

    ◇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 제기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혐오 콘텐츠의 문제를 지적해야 할 언론에 대해 조언했다. 또한 혐오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규제를 넘어 콘텐츠가 유통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유용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기자들이 대부분 출입처 관행 속에서 실제 이주민을 만나거나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취재하는 게 얼마나 활발한지 의문이다. 결국 피상적인 저널리즘의 한계라고 본다"라며 "이런 관행 속에서 이주민 보도의 개선이나 발전이 될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이주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것도 못 하고, 허위·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강한 저널리즘의 기능도 못 하는 기존 저널리즘에 뭔가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저널리즘 모델 대신 솔루션 저널리즘(해법, 대안을 제시하는 저널리즘)이나 저널리즘적 행동주의 등의 모델을 시민사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대표는 "유엔의 권고와 같이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와 차별에 대해 논의하고 인권을 돌보는 논쟁도 중요하다. 또한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압력을 행사해야만 정부도 의식할 거라 생각한다"라며 "방송통신과 관련한 법·제도 결정에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사실은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유튜브 등 플랫폼이 왜 자정하지 않는가도 규제해야 한다. 플랫폼이 자정 노력을 하기만 해도 이런 영상이 조회 수를 높이고 광고까지 붙어가며 돈을 벌 일이 없다"라며 "이걸 어떻게 끊어내느냐는 플랫폼을 어떻게 제재하느냐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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