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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관객 떼창…비 온 뒤 더 굳어진 '공감의 노래'



공연/전시

    2만 관객 떼창…비 온 뒤 더 굳어진 '공감의 노래'

    [노컷 리뷰] '제9회 파주 포크페스티벌' 현장 열기
    태풍 영향 하루 연기…공연 기다린 2만 관객 운집
    한결 누그러진 더위·그림 같은 석양 덕 무대 만끽
    시대 초월한 노래의 힘…공감·소통 어울림 진풍경

    8일 오후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제9회 파주 포크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그룹 동물원이 열창하고 있다. (사진=CBS 제공)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했다.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링링 영향으로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늦춰져 8일 열린 제9회 파주 포크페스티벌 현장이 그러했다. 너른 잔디밭이 깔린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을 찾은 2만여 관객들은, 강한 태풍이 지나간 뒤 한결 누그러진 더위와 그림 같은 석양을 배경으로 공감의 노래를 만끽했다.

    이날 축제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가족이나 연인 또는 지인 단위로 삼삼오오 짝을 이룬 채 여유로운 휴일을 즐겼다. 공연 시작을 한참 남겨둔 이른 오후부터 공연장 주변은 돗자리를 깔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본 공연에 앞선 리허설을 지켜보며 일찌감치 환호를 보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수놓은 곡들은 누구나 알 만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우연히 접하고는 커다란 위안과 힘을 얻었을지도 모를 곡들로 채워졌다. 장성한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노인들은 물론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어린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선곡인 셈이다.

    이러한 공감과 소통의 풍경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 공연 말미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무대에서 연출됐다. 첫 곡으로 정태춘이 '시인의 마을'을 부른 뒤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은옥은 "41년 전 정태춘 씨 데뷔곡 '시인의 마을'을 들려드렸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정태춘 씨가 데뷔곡을 들려드렸듯이 저도 40년 전에 데뷔할 때 불렀던 노래, 물론 정태춘 씨가 만들고, 그리고 한 20년 지나서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들어 있었던 '윙윙윙'이란 노래를 하겠습니다."

    이어 경쾌한 반주와 함께 박은옥이 특유의 맑고 당찬 목소리로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관객들 사이에서 '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태춘·박은옥과 함께해 온 중장년층은 물론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 '뽀로로'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보인 공통된 반응이었다.

    "윙윙윙윙 고추 잠자리/ 마당 위로 하나 가득 날으네/ 윙윙윙윙 예쁜 잠자리/ 꼬마아가씨 머리 위로 윙윙윙/ 파란 하늘에 높은 하늘에/ 흰구름만 가벼이 떠 있고/ 바람도 없는 여름 한낮에/ 꼬마아가씨 어딜 가시나/ 고추 잠자리 잡으러/ 예쁜 잠자리 잡으러/ 등뒤에 잠자리채 감추고서 가시나/ 윙윙윙윙 고추 잠자리/ 이리저리 놀리며 윙윙윙/ 윙윙윙윙 꼬마 아가씨/ 이리저리 쫓아가며 윙윙윙…"

    노래 '윙윙윙'이 흐르는 동안 뒤편에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무대 앞으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들도 아는 노래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고 기쁜 듯, 아이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 4시간 30분 내달린 대장정…늦은 밤 이어진 '포크의 향연'

    8일 오후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제9회 파주 포크페스티벌에 참가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CBS 제공)

     

    이날 4시간 반에 이르는 대장장은 말 그대로 '포크의 향연'이었다. 오후 5시 30분쯤 시작된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밤 10시가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차례로 무대에 오른 동물원, 해바라기, 봄여름가을겨울이 각기 노래를 부르는 동안 사위는 점차 어두워졌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대기를 깨끗하게 만든 덕인지, 평소보다 훨씬 아름다운 석양과 노을이 파주 하늘을 수놓으며 공연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돼 젊은 세대에도 친숙한 곡 '혜화동'으로 포문을 연 동물원은 '변해가네'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이어 부르며, 함께 노래했던 고 김광석(1964~1996)을 기렸다. 멤버들은 이들 노래를 부르며 감정이 격앙되는 듯 쓸쓸한 표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역시 한층 세련미를 더한 음악을 통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멤버 전태관(1962~2018)을 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이끄는 김종진은 이날 노래 '미인'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외로운 사람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잇따라 불렀는데, 섹소폰 등이 강조된 편곡으로 뚜렷한 기승전결이 담긴 무대를 선보였다.

    위 두 팀 사이에서 관객들 떼창을 이끌어낸 해바라기 이주호는, 대를 이어 가수로 활동 중인 친아들 이상 등과 함께 세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꾸며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마지막 곡 '사랑으로'를 부르기에 앞서 이주호는 "이 노래가 발표된지 30년이나 됐는데, 기억 나세요?"라고 물어 호응을 이끌어냈고, 관객들은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함께 열창했다.

    공연장 주변에 짙은 어둠이 깃든 시각, 일곱 번째로 무대에 오른 한영애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초록색 가발과 같은 색 짙은 눈화장으로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은 한영애는, 우리네 삶을 되짚어보도록 돕는 '말도 안 돼' '누구 없소' '코뿔소' '조율'을 차례로 부르며 소통 폭을 넓혔다. 아이들이 잔디밭을 자유롭게 뛰노는 풍경, 무대 양 옆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잡힌 관객들의 각양각색 반응이 더해지면서 이들 노랫말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 "이게 그 노래였어?"…남녀노소 흥 하나로 빚어낸 명곡 릴레이

    8일 오후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제9회 파주 포크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이 무대를 즐기고 있다. (사진=CBS 제공)

     

    앞서 이날 무대에서 관객들을 환영한 첫 주자는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진 와이키키브라더스밴드였다. 무대 위에서 느슨하게 악기들을 조율하는 듯하더니 어느새 화음이 맞춰지고 귀에 익숙한 이글스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 도입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가사 "웰컴 투 디 호텔 캘리포니아/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공연 진행자로도 활약한 유리상자 박승화는 세 번째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 유리상자 히트곡 '사랑해도 될까요'에 이어 '당신과 만난 이날'을 열창했다. "우리 이제 지난 일들/ 모두 잊어버려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그룹 코요태가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다음 세대에도 널리 알려진 명곡이다. 박승화는 원곡의 잔잔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 남녀노소 관객들이 노래로 어우러지는 데 보탬을 줬다.

    포크페스티벌이 파주에서 열리는 대표 공연인 만큼, 이날 파주 출신 뮤지션들의 활약도 빛을 발했다.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한 김현성과 레밴드, 열광의 피날레를 빚어낸 YB가 그 주인공이다.

    김현성과 레밴드의 리더 김현성은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와 YB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만든 실력파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이 두 곡을 선보였고, 익숙하게 따라 부르는 관객들과 긴밀하게 호흡했다. 김현성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부르기에 앞서 "그냥 (제목을) '작은 우체국 앞에서'라고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가을 우체국 앞'이라고 해서 이 계절(가을)에만 부를 수밖에 없다"는 푸념 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열정의 무대 마지막은 국내 실력파 인기 록밴드로 손꼽히는 YB 몫이었다. 포크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YB 리더 윤도현은 어쿠스틱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가 입은 티셔츠 전면에 박힌 '걸파워'(girl power)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YB는 '타잔' '꿈꾸는 소녀' '박하사탕' '잊을게' '나는 나비'를 비롯해 앙코르송으로 '흰수염고래' '물고기와 자전거'까지 모두 7곡을 소화했다.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몰렸다. 일군의 청년들은 내내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팬심을 과시했다. YB가 히트곡 '잊을게'를 부르는 대목에서 관객들은 떼창을 터뜨렸고, '나는 나비'를 부를 때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찌르며 높이 점프했다.

    올해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강한 태풍이 상륙한 데 따른 안전 문제로 갑작스레 하루 늦춰지면서 관객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날 2만 관객으로 가득찬 야외 공연장 풍경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날 공연을 주최한 CBS 관계자 역시 "태풍 때문에 걱정했는데 많이 오셨다"는 말로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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