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벌새' 은희 오빠는 왜 식탁에서 울었을까?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영화

    '벌새' 은희 오빠는 왜 식탁에서 울었을까?

    뉴스듣기

    [현장] 영화 '벌새' 가족 GV

    왼쪽부터 은희 엄마 역 배우 이승연, 김보라 감독, 앞줄 가운데 은희 역 박지후, 은희 아빠 역 정인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 영화 '벌새' 내용이 나옵니다.

    1994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열다섯 살 중학생 은희(박지후 분)를 주인공으로,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벌새'. 은희가 의지하거나 마음을 터놓는 관계는 주로 여성들이다. 비록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지만, 엄마(이승연 분)를 향한 은희의 외침은 나올 때마다 절박하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동병상련 처지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언니 수희(박수연 분)와 다른 학교 단짝 지숙(박서윤 분)이다. 한 사람으로서, 본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새로 온 한문 교실 선생님 영지(김새벽 분)와 함께할 때 느낀다.

    하지만 극중 남성들은 은희에게 근심과 스트레스를 안기기 일쑤다. 아들이 먼저, 우등생이 먼저인 아빠(정인기 분)는 아들 대훈(손상연 분)이 2년 연속 회장을 하고 대원외고와 서울대에 진학하는 게 지상 목표인 것처럼 행동한다. 대훈은 둘째이지만 수희를 가뿐히 뛰어넘고 아빠의 보호 아래 마음대로 군다. 수틀리면 은희를 때리곤 한다. 담임 선생님은 노래방 말고 서울대에 가야 한다며 학기 초에 반 아이들에게 날라리 이름을 2명 적어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벌새'에서 눈물을 보이는 사람은 은희에게 무관심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아빠와 대훈이다. 혹이 생겨 침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때 시무룩해진 아빠는,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소리 내 운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에는 대훈이 밥상머리에서 운다.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두 남자의 눈물, 그 눈물의 원인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단골처럼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동작구 사당동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무비토크 시네마 구구 '벌새' 가족 GV가 열렸다. 은희 역 박지후, 은희 아빠 역 정인기, 은희 엄마 역 이승연, 은희 오빠 대훈 역 손상연과 김보라 감독이 참석했고,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이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수희 역 박수연은 다른 촬영 때문에 오지 못했다.

    ◇ 은희 오빠와 은희 아빠 눈물의 이유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대훈이 왜 식탁에서 울었는지 묻는 관객이 있었다. 그러자 손상연은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울음은… 사실 대훈 캐릭터가 맏아들로 기대도 많이 받고 부담감을 갖고 살면서 스트레스가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스트레스를 은희, 수희가 약자라고 생각해서 많이 풀었는데 성수대교 무너졌다는 소리 듣고 나서 혹시나 누나가 그랬으면(죽었으면) 어쩌지? 했던 것 같다. 티는 안 냈어도 속으로는 되게 많이 걱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식탁의 울음은 안도감과 약간의 미안함도 섞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김보라 감독은 "상연이가 말한 감정이 제가 연출하고자 했던 감정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 울음에는) 굉장히 많은 맥락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미안함'이고, 상연이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상연이가 누나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그런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연기해 보라고 했던 테이크에서 '누나, 미안해'라고 하더라. 제가 조금 놀랐던 순간이었다. 그 테이크를 직접 쓰진 않았다, 우리 영화와 맞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대훈은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 식탁에서 울음을 보인다. (사진=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제공)
    김 감독은 "감정은 되게 좋았다. 자기가 되게 못되게 굴다가 우는 게 되게 비겁해 보일 수도 있고, 자기감정에 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하루종일 누나를 걱정했던 게 탁 풀어지는 거라고 봤다. 살아 돌아왔지만 어딘가 우리가 진 기분? 상연이가 '미안해'라고 한 게 네 번째 테이크부터 한 것 같다. 그걸 쓰진 않았지만 그 감정을 갖고 가길 바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인기는 "(은희 수술 장면은) 촬영 막바지에 찍은 거로 안다. 어떻게 은희의 아픔을 함께 공감할까 했다. 아빠로서는 혹시 얘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두려움이 몰려와서, 어떻게 눈물과 울음을 보일지 되게 고민이 많았다. 상당히 준비를 잘하려고 애썼는데 병원에서 (충분히) 감정을 가지고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긴 고민을 했지만 빠른 판단으로 연기해야 할 상황이어서 되게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왜 은희는 자신을 괴롭히는 대훈에게 대들지 않는지 묻는 관객도 있었다. 이에 박지후는 "물론 대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겠지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집안 분위기를 봤을 것 같다. '김대훈이 때렸어요!'라고 했을 때도 되게 눈치 보면서 말했다. (제게) 무관심했던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했어도 그게 반복되고 일상이니까 김대훈 오빠한테 (나는) 약자라고 생각하는 게 없잖아 있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박지후는 "영지 선생님(김새벽 분)이 더 이상 맞지 말라고 하는데, 결국 뒤에서는 (대훈이 은희) 뺨을 때리기 전에 '네가 대원외고 갈 수 있냐?'고 이때까지 속에 담아뒀던 말을 내뿜으면서 그때 한 번 터진 게 아닌가. 무의식적으로 은희의 마음이 나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 잊지 못할 특이한 리허설

    '벌새'에서 은희 가족은 식탁 앞에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 배우들은 김보라 감독 집에 모여서 리허설을 했다. 박지후는 "감독님 댁 식탁에서 저희가 다 둘러앉아서 리딩을 했는데 그때마다 되게 재밌었던 게, 감독님께서 한 분씩 다 방에 데려가신다. 미션을 주면 그걸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에 손상연과 정인기는 안 불려갔다고 답해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김 감독은 "집 세팅(된 상황에서 리허설하기를)을 바랐는데 다른 사람 집 빌리기가 뭐 했다. 사무실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도 집도 같은 동네라서 집에서 한 거다. 엄마가 소파에 누워서 하는 장면도 있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 명씩 방으로 데려가서 이야기한 것에 관해서는 "제가 지금 기억이 나는데 디렉팅할 때 어떤 툴인 것 같다. 귓속말로 디렉션을 주기도 했다, 가끔은. 다 있는 데서 얘기하면 어떤 연기인지를 기대하고 반응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동작구 사당동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벌새' 가족 GV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 배우 이승연, 박지후, 손상연, 정인기, 김보라 감독 (사진=김수정 기자)
    이승연은 은희 엄마 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김 감독의 어머니를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승연은 "제가 작품을 할 때 여러 가지 작업 라인이 있는데, 이번에는 퍼즐 맞추기처럼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에서 제 부분은) 은희가 바라보는 엄마로 쓰여 있다. 너무 이해되는데, 나는 사람으로 연기해야 하지 않나. 그림으로 돌아다니면 안 되고. 내가 마구 해 버리면 내가 받은 시나리오 느낌을 해치는 것 같아서 이걸 어떻게 풀지? 했다"라고 말했다.

    이승연은 "저도 집요한 편인데 감독님도 만만치 않으셔서 전화를 진짜 많이 했는데 그걸 다 받아주시더라"라며 "(영화에) 역할이 너무 많지 않나. 더 이상 괴롭히면 안 되겠다며 퍼즐을 혼자서 막 푸는데 도저히 하나도 안 풀려서 감독님 어머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뭐 이런 배우가 있나 하실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어머니를 만났다. 정말로 어머니를 뵙는 순간 그동안 왜 풀리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답 같은 모습이시더라. 시나리오 봤을 때랑 되게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 멋있으시고 카리스마도 있고 약간 무덤덤한 성격이시고 하고. 시나리오에 있는 사연과 비슷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되게 많이 풀렸다. '아, 이거다!' 했다. 영화 (촬영) 들어가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질문드린 적 없고, 감독님도 (제게) 다르게 (연기)해 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밝혔다.

    ◇ '벌새' 배우들과 김보라 감독의 당부

    '벌새'는 개봉 날 스크린 수(145개)와 상영횟수(262회)가 가장 높을 정도로 적은 상영관이 배정된 상황에서도 개봉 11일 만에 4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는 스크린 수가 1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 7일 기준 스크린 수는 90개, 상영회수는 172회였다.

    배우들과 김보라 감독은 좀 더 오랫동안 '벌새'를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입소문을 많이 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승연은 "너무 진짜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벌새'가 잘돼서 다른 다양성 영화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머님과 손잡고 보시면 1994년 살아온 사람과 현재를 사는 사람이 연결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벌새' (사진=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제공)
    박지후는 "SNS 리뷰 찾아보고 있는데, 트친(트위터 친구)분께서 '벌새' 보고 싶은데 상영관이 없다고 하시더라. 저도, 제 친구들도 보고 싶은데 학교 가는 시간에 '벌새'가 상영해서 너무 슬프다. 상영관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손상연은 "오늘 '벌새'가 3만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다들 바쁘신 와중에 늦은 시간까지 좋은 영화, 좋게 찍은 영화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많은 입소문 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라고, 정인기는 "저희 예매율이 지난주엔 11위였는데 아까 보니까 8위까지 올라왔더라. 저희 영화 소문이 좋게 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관객들에게) 작은 역, 큰 역 할 것 없이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배우분들한테 되게 감사하다"라며 "3만까지 되게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 귀한 시간 내서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 영화 좋으셨다면 '벌새'가 내리기 전에 보라고 추천 좀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