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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열의 음악앨범', 음악으로 선명해진 아련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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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리뷰

    [리뷰] '유열의 음악앨범', 음악으로 선명해진 아련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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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사진=정지우 필름, ㈜무비락, 필름봉옥 제공)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내용이 나옵니다.

    아침 9시에 밥을 먹으러 나올 때 켜진 라디오. 오늘은 제발 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날이 지나간다. 드디어 소년원에서 나온 날, 그날 세상에 뭐 하나라도 바뀌게 해 달라고 빌었던 현우(정해인). 콩으로 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연히 미수 제과점에 들렀을 때, 오늘부터 새 DJ를 맡게 됐다는 유열의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남들에겐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현우에게 그건 기적이었다.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해피엔드', '사랑니', '모던보이', '은교' 등으로 로맨스/멜로 장르를 꾸준히 선보인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해피엔드'와 '은교'가 금기를 소재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은 주인공이 지닌 그늘이 있긴 하지만 전작보다 훨씬 일상적인 느낌의 생활 밀착형 로맨스/멜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로맨스/멜로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우연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일면식 없던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가 처음 만나게 된 것부터가 우연이었다. 출소 후 보통 두부를 먹는다는 걸 떠올리면 그냥 슈퍼마켓에 가는 게 더 자연스러운 동선이었겠으나, 영화는 아직 오픈 준비도 하지 못한 미수 제과점에 현우를 데려다 놓는다.

    현우가 미수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수와 현우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이 있을 때는 말을 놓을 정도가 되었고, 같이 앉아 비 오는 날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호감의 표시는 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가게로 현우의 옛 친구 무리가 오고, 알바비를 가불까지 해 간 현우는 그 후로 돌아오지 않는다.

    IMF 여파로 제과점은 문을 닫고, 미수도 취직 준비를 한다. 현우는 이삿짐을 나르고 헌책방에서 일한다. 취직 기념으로 옛 가게에 들른 미수와, 거동이 불편한 이웃 할머니를 업어서 데려다주는 현우는 우연히 다시 만난다. 각각 첫 출근과 입대를 앞둔 두 사람은 미수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밤을 보낸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아침을 시작한 인적 없는 골목길에서 아쉬움의 포옹을 나눈다. 미수는 눈을 감고, 두 사람은 떨리는 입맞춤을 나눈다.

    미수와 현우는 팔짱을 끼고, 포옹하고, 입 맞추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미수는 현우가 쓸 메일 주소를 만들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살던 집도 떠난다. 제대해도 현우가 돌아올 곳이 사라져버린 것. 그럼에도 현우는 미수가 살던 집에 들어오고, 메일 비밀번호도 알아내 미수를 다시 만난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나 했더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둘은 또다시 헤어진다.

    세 번째 만남 역시 우연히 이뤄진다. 미수가 다니는 출판사 같은 건물로 청년 창작 집단이 이사 오는데 그곳에 현우가 있었던 것. "또 우연히 만나네, 우린", "그러게, 좀 이상하네"라고 어색한 대화를 나누지만, 겹겹이 쌓인 그리움은 금세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 준다. 예전엔 미수의 집이었고, 지금은 현우의 집이 된 곳에서 연인이 된다.

    드라마 첫 방송에 천지가 개벽할 일이 두세 번 일어날 만큼 몰아치는 전개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낄 수 있다. 두 주인공이 왜 저렇게 반복해서 어긋나고 엇갈려야 하는지, 어쩜 그렇게 또 재회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위쪽부터 각각 미수, 은자 역을 맡은 김고은, 김국희. 아래는 현우 역을 맡은 정해인 (사진=정지우 필름, ㈜무비락, 필름봉옥 제공)
    끊어질 듯 끊어질 듯했던 인연이 10년 넘게 유지됐던 건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한 덕분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않았고, 둘이 처음 만났던 장소를 종종 찾아가며 적극적으로 추억했다. 닿을지 안 닿을지 모르지만 편지를 보냈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메일 주소 비밀번호를 알렸고, 좋아하는 상대가 살았던 집에 들어왔다.

    둘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과정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소 지난하고 답답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다면, 오랜 시간 서로를 향한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을 꺼트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아릴 이들도 있을 것 같다.

    현우가 소년원에 간 원인이 되는 사고에 함께 있던 불량한 친구들이 지나치게 자주 현우의 발목을 잡는 점이나, 미수에게 수작 부리는 대표(박해준 분)의 적극성 등 약간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마저 미수와 현우의 달콤쌉싸름한 연애 일부로 만든 일등 공신은 역시 음악이다.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을 가져오고, 노래와 사연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을 취하면서 적극적으로 음악을 중심에 둔다. 신승훈, 핑클, 유희열, 콜드플레이, 루시드폴, 이소라, 유열의 곡이 적재적소에 나타나 둘에게 더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는 가사를 곱씹으며, 어떤 방해 없이 큰 음량으로 명곡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아닐까.

    선명한 초록 잎과 노란 은행잎, 구름 한 점 없는 짙푸른 하늘 등 자연의 색감이 충분히 살아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역시 밝아. 목소리만인데 주위가 밝아져", "적어도 나한텐 설명 불가능한 제일 위대한 사람" 등 사랑의 언어가 달콤하다. 윈도우즈 95, 주파수를 맞출 때 지직거리는 소리, 천리안 접속화면, 네이트온 메신저 등 향수를 자극하는 옛 풍경이 반갑다.

    "모두 내가 한 선택인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원래 내가 후지면 다 후져 보여", "그럼 언제 괜찮아져? 언제까지 불안해?" 등의 대사는 이미 잘 쓰였지만, 그 밑바닥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킨 것은 김고은의 몫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웃어?"라고 할 만큼 세상을 환하게 하는 웃음부터 흉터처럼 지울 수 없는 그늘 두 면을 지닌 현우의 사랑이 더 애절하게 느껴진 것 역시, 정해인의 호연이 큰 역할을 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람 좋고, 삶의 고단한 흔적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은자 역 김국희의 연기도 꼭 언급하고 싶다.

    이 영화에는 미수와 현우가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무작정 달리는 둘에게서 무모함보다는 낭만을 발견했다. 늦여름의 싱그러움과 가을의 차분한 정서 모두를 지닌 멜로.

    28일 개봉, 상영시간 122분 25초, 12세 이상 관람가, 한국, 멜로/로맨스/드라마.

    미수와 현우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뜻하지 않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사진=(사진=정지우 필름, ㈜무비락, 필름봉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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