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주요 정책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경제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상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후보자는 27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게임의 심판자로서 공정위는 유명한 '스타플레이어'의 잘못도, 조그만 기업의 잘못도 제재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만큼, 경기 하강기에도 이 같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재벌이 과거 우리나라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던 지난 1997년 당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피규제 대상과의 소통도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또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여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관련 심사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정보 독과점 구조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 빅데이터 관련 사업계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관심도 표했다.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취임하게 된다면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한편, '위법행위 은폐 폭로' 논란이 일었던 유선주 전 심판관리관 사건에 대해서도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고 있지만, 취임하게 된다면 자세히 조사하고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학자로서만 25년을 살아온 것은 맞지만, 학회 회장이나 정부 위원회의 민간위원 등 여러 경험이 있다"며 "지난해에는 해외 유명 저널에 사외이사 제도에 관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를 언급하며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추진하면서 권한을 책임으로 간주하는 것, 신뢰를 확보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서 조직을 설득할 능력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직 유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위원장직을 끝내게 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휴직 의사를 밝히는 한편, "돌아갔을 때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수가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공정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이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직 쇄신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조직쇄신안은 정부 부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이었다"며 "이 때문에 공정위가 외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만큼, 세미나도 많이 열고 공정위 역할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의 영향이나 비교에 관한 질문에는 "앞으로 제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는가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 독과점 시장에 대해 조사, 제재로 그치지 않고 시장 구조 개선을 염두에 둔다고 했는데, 특히 어떤 시장을 말하는 건가.
= 공정위에서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가 ICT.다. 플랫폼 사업자라든가 빅데이터 사업자들이 많다. 이쪽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특정산업을 여기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일감몰아주기 관행 개선의지를 많이 밝힌 것 같은데, 호반건설 집중 보도도 있었다. 어떤 개선 대책이 있나.
= 호반건설 사건에 대해선 공정위에서 보고받은 건 없지만 언론을 통해 보고 있다. 취임하게된다면 예의 주시하겠다. 불공정 행위나 일감몰아주기 등 사건이 발생하면 말씀드렸듯 엄정히 법 집행을 해나갈 예정이다.
▶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의 '비효율성'과 ICT, 플랫폼기업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 대기업의 효율성도 낮춘다. 능력 있는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대기업이 계열사, 즉 일감몰아주기 받을 기업하고만 거래하면 거래비용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또, 플랫폼기업이 갖고 있는 정보 독점형, 독과점 지위 가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 갑을관계에 대한 개선은 긴급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나.
= 갑을관계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아시다시피 공정위에는 신고 민원사건이 1년에 4000건 이상이다. 공정위 인력은 650명이 안 된다. 다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갑을관계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것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 완화하도록 시장에 더 많은 정보 주면서 추진하고자 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종원에서 주요 정책 추진에 대한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대기업집단 규율 체계 개선과 관련해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전임 위원장은 4대 그룹을 좀 더 엄격히 평가하겠다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입장이 어떤가.
= 재벌 관련해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 공정위는 어떻게 보면 게임의 심판자다. 심판자는 유명한 '스타플레이어'의 잘못에도, 조그만 무명의 플레이어의 잘못에도 규율해야 한다. 다만 규모에 따라 양형기준이 달라질 수는 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조했는데, 기존 하도급법 거래에 대한 규제와 충돌하지는 않나.
= 상생협력은 장기적 성장파트너로서 대기업과 경쟁력 있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이 같이 갈 수 있다는 건데, 이런 경우 실제 장기거래를 만들어주면 거래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있다. 상생협력하면서 전속거래로 다른 기업에게는 거래를 못 하게 하란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물량, 가격 측면에서부터 불확실성을 낮춰주면 중소나 혁신기업에 혁신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 최대 이슈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만큼, 통과되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겠다.
▶ 경기활성화 욕구가 커지면서 공정경제 기조가 다소 후퇴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 경기 하강기에 공정위가 가진 제재 수단을 안 쓰는 게 아니냐는 말로 이해했는데, 경기 심판자는 어떤 경우에도 룰을 지켜나가야 한다. 일관성이나 원칙이 중요하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또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관련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적 분업에 의존했던 대기업들이 수입 다변화해야하는 상황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할 수 있다. 일본의 고농도불화수소와 관련해 한국으로 돌아올지 타이완, 미국, EU로 갈지 고민할 듯 하다. 여기에서 투자결정을 할 때 저희들의 의사결정이나 심사가 늦어져 발생하는 그런 문제는 신속히 처리해드리겠다. 또, 일감몰아주기에 있어 긴급성이란 정확히 무슨 의미냐는 이런 부분은 명확히 밝혀 기업의 혼돈과 불확실성 줄여 기업들을 돕겠다.
▶ 서울대 교수직은 휴직인가, 퇴직인가.
= 굉장히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평생을 교수로 살아왔고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공정위원장으로서 3년이, 그보다 적을 수도 있지만,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휴직을 할거라고 말씀을 드릴 것이다. 학생들에게 돌아갔을 때 부끄럽지 않은 교수가 될 것이다. 공정위원장으로서 활동이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학계에서 주로 활동해 공정위를 잘 이끌 수 있을지 비판적 시각이 있는데, 소견 좀 부탁드린다.
= 학자로서만 25년 살아온 건 맞지만 실제로는 많은 경험을 했다. 학회 회장도 했고, 정부 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서 역할도 했다. 비상임으로 일하는 민간위원회가 여럿 있었다. 나름대로 리더십 훈련을 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리더십을 조금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경영학에서 리더는 목표를 먼저 분명히 설정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 권한을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간주하는 것,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 변화하는 화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목표설정하고 공정위 직원과 같이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할능 력이 있다. 650명의 거대한 조직을 끌어본 적은 없지만, 소위 경영학에서의 리더십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 우선 법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이기보다는 펌다이너믹스 전공자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셨는데 공정위 업무 전문성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 간단하게 말씀드리겠다. 지난해 Corporate Governance Internatioanl Review, 기업 지배 구조에 관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평판 좋은 해외 저널 중 하나에 우리나라 사외이사에 대한 제 논문이 들어가 있다.
▶ 조직 쇄신을 언급했었다. 더 강한 수준의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건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유선주 전 국장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 지난해 공정거래위위원의회 조직쇄신안은 정부 부처 중 가장 강력했다. 오히려 너무 강해서 일부에서는 저희 공정위가 외부와의 소통에 문제있는 게 아니냐 지적도 있다. 세미나도 많이 열고, 실무진 포함 많은 사람들이 공정위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다. 유선주 전 심판관리관에 대해선 제가 정확한 내용 잘 모르고 있다. 실제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한다면 보다 면밀하게 조사하고 듣도록 하겠다.
▶ 첫 출근에 당시 전임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축하메시지 받았냐 했을 때 그땐 못했다고 했는데, 확인했는지. 어떤 조언이 있었나.
=그날은 메시지 확인을 못했지만 김 전 위원장께서 다른 행사로 상공회의소에 왔다가 사무실에 와서 5분 정도 축하해주고 공정위를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짧게 남기고 갔다.
▶ 김 전 위원장이 재벌 개혁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나 보건복지부 등에 따로 보고를 받았는데, 계속 이어지는지. 공정위가 업무 범위를 넘어서서 컨트롤타워가 되는 건가.
= 재벌 정책에 대한 대응은 공정위 하나만으로는 어렵고, 타 부처와 협력이 필요하다.
▶ 김 전 위원장께서는 지난해 기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기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단 정례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후보자께서도 이 같은 회동 계획이 있는지.
= 어떻게 보면 저희는 레귤레이터다. 피규제 대상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형태는 고민해봐야겠지만, 기업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정책당국으로서 국회와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다. 열심히 만나고 질타, 조언을 많이 듣겠다. 저희에게 도움되는 의견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반영하겠다. 언론과도 열심히 만나겠다.
▶ 김 전 위원장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보도에 대한 생각과, 기업과 재계에 대한 정책 강도가 전임위원장과 대비해서 어느 정도가 될까.
= 제가 앞으로 어떤 정책 추진하고 어떻게 추진하는가를 보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향후 제가 추진할 정책 방향 말씀드렸다. 추진할 방향에 대해 보시면서 여러분들이 스스로 평가해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
재벌 규제가 기존과 비교했을 때 강화냐, 유지냐, 완화냐 질문하셨는데, 공정위는 재벌에 대해서 공정위가 갖고 있는 법에 위반할 경우 엄격하게 다룰 것이다. 기업 규모에 무관하다. 재벌은 지난 몇 십년 간 많은 성장을 해왔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렇지만 일부에선 부족한 점 분명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한다. 지난 1997년 위기 당시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의 시스템적 리스크를 만드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 있는 재벌, 생존한 재벌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분들이 가진 건 시스템적 리스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