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주년 광복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는 일본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10여 개 단체가 주최하는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가 열렸다.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비가 쏟아졌지만, 주최 추산 2000여 명(경찰 추산 15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우산을 들고 우비를 쓴 와중에도 입을 모아 아베 정부를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95) 할아버지와 양금덕(90) 할머니도 나와 힘을 보탰다.
15일 일본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CBS 사회부 차민지 기자)
지난해 일본제철을 상대로 배상판결을 받아낸 이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참가해주어 (시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도 "일제강점기에는 힘이 없어 우리가 당했지만, 이제는 한몸 한뜻이 돼서 일본을 규탄하자"고 호소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의 연대사도 소개됐다. 민족화해협의회 측은 "일본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통일을 방해하고 군국주의부활을 꿈꾸며 경제침략행위까지 일삼고 있다"며 "일본의 후안무치한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6.15남측위원회 등 700여 개 단체가 8.15민족통일대회를 열었다. 주최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2만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8·15추진위 이창복 상임대표는 "아베 정부는 식민통치를 사죄하고 배상하기는커녕 군사 대국화와 경제보복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동아시아 평화에 역행하는 군사 대국화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일본 평화포럼 후지모토 야스나리 공동대표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나 화이트국가에서의 한국 제외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며 "(일본의) 평화주의는 과거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던 모든 시민들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일본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이한형기자)
이날 같은 공간에서 보수단체 집회도 열렸다.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일파만파 등 보수단체들은 오후 서울광장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8·15 태극기 연합 집회'를 개최했다. 양측 간의 충돌이 우려됐지만, 큰 마찰은 없었다.
오후 6시 광화문광장 북측에서는 광복절 집회를 마무리하는 성격의 '아베 규탄 및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 문화제'가 이어졌다.
곳곳에서 열린 집회로 경찰은 서울 전역에 140개 중대 약 1만여 명을 배치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