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각각 은정, 진주, 한주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천우희, 한지은 (사진=황진환 기자)
'마더', '써니', '26년',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출중한 여자', '카트', '손님',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곡성', '어느날',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우상'… 천우희는 데뷔 후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보여왔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써니', '한공주', '곡성'에서의 캐릭터가 압도적이어서 '어려운 캐릭터를 자주 맡은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내면에서 '즐거움'과 '밝음'을 원했던 것 같다는 천우희는 그래서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선택했다.
'멜로가 체질'은 스물', '바람 바람 바람', 올해 1600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까지, 재기발랄한 코미디를 꾸준히 만들어 낸 이병헌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드라마다.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이병헌 감독표 수다 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그랜드볼룸에서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사회를 본 이날 행사에는 이병헌 감독과 배우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안재홍, 공명이 참석했다.
왜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둔 이야기를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일단 기획은 '스물'이라는 영화 개봉 후인 4년 전부터 천천히 준비했다"라며 "다양한 사람들의 연애, 사랑, 그것이 끝나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여기(이 자리에) 있는 인물도 있지만 저희 드라마 안에는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자라기보다는 사람 이야기고, 멀티 플롯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연애담,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등장한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가치관이 새롭게 형성되는 시기에 그런 연령대 인물들을 찾다 보니까 일단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다"라며 "그 시기의 감정과 고민에 대해 자유롭게 수다 떨고, 그 수다에 (시청자가) 동참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청춘 남녀 이야기에 관심 가지는 이유에 관해서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봤을 때 흔히 보이는 것이다. 그런 제 취향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가장 활발하게 연애 활동을 하는 시기의 사람들 모습이 보기 좋고 재미있고 (이야기로) 많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 10년치 메모장을 다 털어넣은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배우 안재홍,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공명. 안재홍과 공명은 각각 범수, 재훈 역을 맡았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서른은) 뭔가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에 애매한 나이 중 가장 어리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조금 늦었다 싶은 나이 중에선 가장 현명하고 성숙한 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밝힌 캐스팅 배경은 단순했다. "되게 단순하게 접근했다. 서른 즈음 연령대의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는 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감독은 "그게 말은 쉬운데 어렵다"라며 "천우희 씨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데 전여빈-한지은 씨는 저한테는 그 해의 발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극중 드라마 작가 진주 역을 맡은 천우희는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꽤 많이 했는데, 요번에는 저 스스로가 좀 즐겁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항상 새로운 작품을 맡을 때마다 제 나름은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는데, 이번에 특히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세 여자가 중심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우희는 "개인적인 연기 변신도 중요하지만 여자가 중심이라는 것, 세 여자가 각자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이병헌 감독과의 호흡이 너무 궁금했다. 코미디, 밝은 것에 갈증 느꼈는데 감독님이 그걸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겠다, 나에게도 새로운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작품을 열어봤을 때 (시청자들이) 제 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제 평소 모습도 있고 아주 연기적인 모습도 있다"라며 "어떤 반응이든 저는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감독 은정 역의 전여빈은 "대본을 4부까지 읽어볼 수 있었는데, 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다 알기는 어려운 정도의 분량이었다"라면서도 "(극중 인물들이) 떠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이 안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전여빈은 "감독님과 미팅할 때도 대화하는 기운이 되게 좋았다. 존중받는 느낌이다. 현장을 갔는데 더 좋은 거다.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한 현장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드라마 제작사 직원이자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한주 역의 한지은은 "'멜로가 체질'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일단 너무 기뻤고 되게 책임감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작품에 더 깊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답했다.
한지은은 "실제로 일하면서 초등학교 자녀를 둔 어머니를 뵙고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고 최대한 많은 에피소드를 들었다. 아이에 대한 감정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라며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연기하는 데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병헌 감독으로부터 주성치, 잭 블랙과 함께 '코미디 연기를 구사하고 잘하는 사람'으로 꼽힌 안재홍은 자기애가 충만한 드라마 PD 범수 역을 맡았다. 안재홍은 "이전에 보여드린 캐릭터가 진심과 의도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서 보는 순간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역할이었다면, 범수는 인물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감춰서 조금 의뭉스럽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극한직업'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춘 공명은 극중 한주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신입사원 재훈 역을 맡았다. 공명은 "'멜로가 체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오로지 이병헌 감독님 덕분"이라며 "저는 정말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1600만 관객을 넘기며 엄청난 기록을 쓴 '극한직업'의 영광이 부담스럽지 않은지 묻자, 이 감독은 "사실 전작이 안 됐을 때 부담이 더 크다. 저는 드라마로는 신인 감독이다. 앞에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라며 "'극한직업'은 좀 잊어버리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준비했는데 안 드시면 정말 민망할 것 같다. 배우들 케미도 그렇고 공감되는 소소한 이야기도 있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오늘(9일) 밤 10시 50분에 첫 회를 방송한다.
'멜로가 체질'은 영화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드라마다.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