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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동물보감] "침팬지도 권모술수를? 동물들의 진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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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최재천의 동물보감] "침팬지도 권모술수를? 동물들의 진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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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온킹', 동물의 왕은 사자? 영화적 발상
    부모 서열 높을수록 권좌 오를 가능성은 높아
    하지만 영화처럼 세습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여왕개미, 여왕벌..태생적으로 정해지진 않아
    침팬지들의 정치 관찰한 책 <침팬지 폴리틱스>
    "무엇을 아느냐 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
    권좌 꺾이면 거들떠보지 않아..새 권력 집중
    대부분 리더는 수컷..암컷 리더인 경우는 적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7월 29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각양각색 인간사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놓는 시간. ‘우리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 동물세계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최재천의 동물보감>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동물국회 이야기하다가 잠깐 언급했는데요. 동물들의 정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동물세계에서는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또 그런 리더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진짜 동물들은 이렇게 정치한다, 이런 주제입니다.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우리 이 코너 시작할 때 시작하는 음악이 라이온킹의 주제곡 ‘The Lion Sleeps Tonight’ 일부분이거든요. 지금 라이온킹이 또 실사로 다시 개봉해서. 혹시 보셨어요?

    ◆ 최재천> 아니요, 아직 못 봤습니다. 기어코 볼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라이온킹을 우리는 우선 백수의 왕 사자 이렇게 부르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그게?

    ◆ 최재천> 경우에 따라 다르죠. 하이에나가 여럿이 덤비면 사자가 꼼짝 못합니다.

    ◇ 정관용> 못하죠.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고 이렇게 되면 또.

    ◆ 최재천> 호랑이랑 사자랑 싸울 일이 없습니다, 사실은 둘이 만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데 만약에 한다고 하면.

    ◇ 정관용> 호랑이가 이기죠.

    ◆ 최재천> 호랑이는 1:1로 싸우면 호랑이가 이긴다고 봐야죠.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체격이 더 좋고. 그런데 사자는 원래 혼자 싸우지를 않잖아요.

    ◇ 정관용> 무리를 지어서.

    ◆ 최재천> 여럿이 싸우니까. 원래 싸우는 대로 싸운다. 그러면 사자는 여럿이고 호랑이는 한 마리이고. 그러면 호랑이가 지죠.

    ◇ 정관용> 그리고 코끼리, 기린 이런 큰 짐승들한테 사자가 안 되잖아요. 여러 마리 덤벼도 잘 안 되던데요.

    ◆ 최재천> 그래도 뭐. 아주 성체한테는 안 되고요. 새끼들은 공격하죠.

    ◇ 정관용> 그런데 사자도 새끼에는 약하잖아요.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백수의 왕은 아닌 거죠, 사자가?

    ◆ 최재천> 네.

    ◇ 정관용> 제가 지금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있나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의 호기심입니다, 그게. 그런데 그 라이온킹 영화에 보면 그 사자 무리의 왕이 자기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이런 스토리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삼촌이 찬탈하고 이런 그게 가능한 얘기입니까, 동물 세계에서?

    지난 17일 개봉한 디즈니 라이브 액션 '라이온 킹'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최재천> 부모가 지위가 높으면 유리하죠.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거의 영장류 중에 약간 원시적인 초창기 영장류 중에는 그런 연구가 진행돼 있어요. 상당히 지위가 높은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다른 암컷들이 유산을 합니다.

    ◇ 정관용> 유산을 해요?

    ◆ 최재천> 그런데 그 유산이 어떤 형태냐 하면 재흡수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종은 유산을 해서 미숙아를 낳고 곧바로 엄마가 먹어치웁니다. 왜냐하면 그게 일단 낳아놓으면 영양분이잖아요. 남한테 뺏기는 것은 손해니까 엄마가 자기 새끼를 그냥 먹기도 하고요. 그거보다 조금 덜 진화된 영장류에서는 몸속에서 그냥 아예 유산시키고 재흡수시켜요.

    ◇ 정관용> 그게 가능해요?

    ◆ 최재천>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인간에 오면 전혀 그게 불가능한데 그 진화가 덜 된 영장류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 정관용> 어쨌든 힘 센 암컷이 임신을 하면 나머지 암컷들이 안 낳는다, 아예?

    ◆ 최재천> 네. 그런데 정말 운 나쁘게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다. 그러면 이제 유산을 택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침팬지나 이런 정도 되면 그런 기능을 많이 잃어서 낳죠. 낳고는 아무래도 서열이 낮은 엄마의 자식들은 조금 밀리고 고생하고 그러다 보니까 확률적으로 가장 서열 높은 부모의 자식이 또 권좌에 오를 확률은 높기는 하죠. 그런데 세습은 안 되죠.

    ◇ 정관용> 하지만 아무래도 먹는 게 더 좋을 것이고, 새끼 때부터. 그럼 체격이 좀 더 커질 가능성이 크고 힘이 세질 것이고 그러면 또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은 커진다.

    ◆ 최재천> 커지기는 하죠.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실제로 야외에서 몇 세대에 걸쳐서 이렇게 해 보면 그 연결고리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변수가 너무 많고요. 또 큼지막하게 태어나는 놈이 강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변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우두머리인 성체가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목적의식적으로 그 새끼를 나의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이런 건 없다는 얘기 아닙니까?

    ◆ 최재천> 그런 건 없습니다. 유일하게 그런 일을 하는 건 꿀벌입니다. 예를 들면 개미는 전혀 세습하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개미는 이제 혼인비행 후에 내보내고 그 여왕개미가 어디 가서 나라를 어떻게 건설하는지 엄마는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엄마는 그저 내가 새끼 잘 낳았으면 그놈들이 어디 가서 잘 살 거다 그게 끝이고요.

    ◇ 정관용> 엄마인 여왕개미가 여러 종류를 낳죠?

    ◆ 최재천> 여러 마리의 공주 개미를 낳은 거죠.

    ◇ 정관용> 그럼 일개미나 이런 건 누가 낳아요?

    ◆ 최재천> 일개미도 여왕개미가 낳죠. 그런데 일개미는 평생 일만 하고 어떤 딸은 여왕이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여왕개미가 많은 새끼를 낳는데 상당 부분 일개미가 되고 여왕개미 후보들을 낳아서 그중에 결혼비행 해서 성공해서 어디인가 왕국을 차리면 그가 여왕이 되는 거고.

    ◆ 최재천> 그렇죠. 그러니까 좋은 나라는 또 많은 나라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성공한 나라인데 그건 누가 정말 따라다니면서 조사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요.

    ◇ 정관용> 그리고 여왕 스스로도 모른다? 알려고도 안 한다?

    ◆ 최재천> 알 수도 없고.

    ◇ 정관용> 그런데 꿀벌은?

    ◆ 최재천> 꿀벌은 참 신기하게도 자기 딸들이 나가서 혼인비행을 하고 제일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딸에게 집을 줍니다. 집을 주고 일벌의 절반을 주고 엄마가 나갑니다.

    ◇ 정관용> 그래서 다른 데다 자리를 잡아요?

    ◆ 최재천> 다른 데다. 그게 바로 분봉 과정인데 얼마나 이게 합리적이냐 하면.

    ◇ 정관용> 진짜 합리적이네요.

    ◆ 최재천> 얼마나 합리적이냐면 그 경험도 없는 딸이 저 한데 나가서 아파트 구하는 것보다 그 아파트에 살아본 엄마가 나가서 구하고 딸에게 주고. 이게 거의 우리나라 부모보다 더한 게.

    ◇ 정관용> 최고네요, 최고.

    ◆ 최재천> 그런데 그 엄마도 까칠해서 딸들이 여왕벌로 크는 건 싫어합니다. 그래서 자꾸 돌아다니고 여왕으로 크는 딸을 물어죽입니다. 그런데 일벌들이 여왕벌이 가까이 못 오게 해서 겨우 키워냅니다. 여러 마리를 키워서 내보내면 그 내보낸 중에서 누군가가 돌아오면 그때는 그 엄마가 깨끗이 포기하고 자기 집을 주고 자기가 나갑니다.

    꿀벌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런데 개미네 여왕개미, 꿀벌의 여왕벌. 그건 태어나면서부터 후보군으로 태어나는 거고 그중에 짝짓기를 성공하고 영역을 만들기 시작을 하면 권좌에 오르는 것이지 않습니까?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어찌 보면 그건 태생적으로 정해지는 거네요?

    ◆ 최재천> 그런데 그걸 누가 정하느냐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경우에 여왕이 정하는 게 아니라 일개미, 일벌들이 정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네. 그게 굉장히 민주적인 사회거든요. 여왕이 내가 이 딸을 선호하노라 이게 안 되고요. 낳아놓은 딸들, 낳아놓은 알들 중에서 일개미, 일벌들이 선정해서 누군가를 키워냅니다.

    ◇ 정관용> 어떻게 선정해요, 투표를 해요?

    ◆ 최재천> 그건 아직 모릅니다. 정확하게 그 선정기준이 뭔지, 과정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하여간 선정해서 잘 먹여서 키웁니다. 그러면 여왕으로, 차세대 여왕으로 이제 크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그들이 알아서 하는 줄 알았더니 일개미와의 관계가 있네요. 그런데 그 관계는 아직 안 밝혀졌다?

    ◆ 최재천> 네, 몇 가지 증거들은 있는데 아직은 정확하게 모릅니다.

    ◇ 정관용> 그러면 대표적인 군집생활 하는 그런 종들 말고 침팬지나 원숭이나 이런 등등의 무리생활, 사자같이 무리생활 이런 경우에 우두머리는 어떻게 정하죠. 전부 힘입니까?

    ◆ 최재천> 대체로 그렇죠.

    ◇ 정관용> 힘이죠?

    ◆ 최재천> 네. 그리고 지난번에도 제가 얘기드린 대로 침팬지 정도 되면 두 마리가 동맹을 맺어서 짝을 맺고 한 놈 고꾸라뜨리고 늘리고 여러 가지 그 안에도 정치가 있죠. 그래서 프란스 드 발이라는 제인 구달 박사님에 버금가는 침팬지 학자가 쓴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책이 있거든요.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 양반이 네덜란드에서, 네덜란드분인데 미국으로 교수가 돼서 가기 전에 네덜란드 동물원에서 그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들을 관찰하면서 그걸로 책을 쓴 건데 그냥 그 책 하나로 그냥 대가 반열에 뛰어오른 분이에요. 그 이전에 우리는 침팬지들 사이에 그런 마키아벨리 같은 그런 정치가 있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어요. 그런데 그 양반이 세심하게 그 관계들을 다 밝혀가지고 거의 소설처럼 읽히는 과학책이에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 정관용> 인간사회에 벌어지는 권모술수, 동맹 맺어서 누구를 거꾸러뜨리고 다시 또 배신하고 이런 게 다 있더라?

    ◆ 최재천> 그렇죠. 누구와 손을 잡아야 되는지 언제 어느 시기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이 그 사회에도 다 적용이 되더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양반이 남긴 아주 멋있는 말이 침팬지 사회에서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

    ◇ 정관용>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랑 친하냐.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누구를 아느냐.

    침팬지 (사진=이미지비트)

     


    ◆ 최재천> 그런 말을 남겼어요.

    ◇ 정관용> 거기서 그 누구 중에 누가 제일 중요해요. 힘센 놈이에요?

    ◆ 최재천> 힘센 놈이 그러니까 힘센 놈 옆에 가서 이제 아부를 해야 되는 거죠. 때로는 보면 3위, 4위 이 정도의 수컷이 으뜸 수컷 옆에 가서 그냥 온갖 아부를 다하면서 2인자 자리를 꿰어차요.

    ◇ 정관용> 3위, 4위인데도?

    ◆ 최재천> 네, 그러다가 그 으뜸 수컷이 다치면 그걸 고꾸라뜨린 2인자한테 곧바로 가서 또 엎드립니다. 그러니까 그냥 그 세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하여간 줄 서는, 눈치 보는 게 아주 기가 막힙니다.

    ◇ 정관용> 끊임없이 그렇게 줄 서러 다니는 한 중위그룹이 있을 거고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그런 어떤 상위그룹이 있겠네요.

    ◆ 최재천> 있죠. 그것도 참 이제 저희들이 요즘 하는 동물행동학에서 개성 연구가 아주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이 개성이라는 말을 영어로 퍼스널리티니까 인간만이 있다고 다들 서양에서는 가정을 한 건데 이제는 우리 온갖 동물의 동물들이 다 다르다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몸집도 크고 막 이런데도 그렇게 그런 권력욕이 별로 없는 아이들도 있고요. 체격도 얼마 안 되는 놈이 굳세게 가서 덤비고 깨지고.

    ◇ 정관용> 성격에 따라?

    ◆ 최재천> 그래서 구달 선생님이 관찰한 드발의 침팬지들 중에는 그런 놈들 중에 하나가 그 우리 식으로 하면 드럼통 같은 그런 걸 하나 주워가지고 그걸 두드리면서 다 겁 줘서 등극한 놈도 있어요.

    ◇ 정관용> 사실은 조그만 놈이?

    ◆ 최재천> 체격이 좀 작은데도 그걸 막 두드리면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윽박질러서 다들 무서워서 쫙 엎드리고 등극한 놈도 있고요. 하여간 그러니까 머리 쓰는 놈, 용감한 놈.

    ◇ 정관용> 권력욕이 특별히 많은 놈, 없는 놈 이게 있군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런 동물들 사회의 정치 속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거라면 뭐가 있을까요?

    ◆ 최재천> 솔직히 배울 건 별로 없는데요.

    ◇ 정관용> 글쎄요, 말씀 듣다 보니까 그럴 것 같아서 하는 얘기예요.

    ◆ 최재천> 좀 잔인하고요. 다만 지난 시간에 제가 얘기 드린 것처럼 동물들 사회의 최고의 리더는 그렇게까지 그냥 깡그리 독점하는 것을 선호 안 해요.

    ◇ 정관용> 독식은 없다?

    ◆ 최재천> 상당히 나눌 줄 아는. 그거 하나 괜찮은 거고요. 동물 침팬지는 물론이고 동물 사회에서 일단 권좌에서 꺾이면 다치고 나면 진짜 너무 잔인할 정도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물어뜯고.

    ◇ 정관용> 경로사상이 없군요?

    ◆ 최재천> 없습니다. 효 사상은 아마 호모사피엔스만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사실은 동물 관찰하다 보면 이렇게 조금 가끔 가다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그렇게 독식도 안 하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리더인데도 권좌에서 물러나면 아, 저분이 우리한테 이렇게 했지, 이게 없군요.

    ◆ 최재천> 거의 없습니다.

    ◇ 정관용> 새로운 권력에게만 또 집중해야 되니까. 비정하네요.

    ◆ 최재천>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는 가서 또 물고 그런 걸 보면 그래도 우리는 그런 비정한 인간들도 있지만 우리는 또 옛정을 못 잊어서 그 권좌에서 떨어진 양반을 또 가서 보듬고 괜히 거기 가서 얼쩡거리다가 그러는 사람들도 있는데.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암컷, 수컷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최재천> 대개의 경우에는 수컷이 리더죠. 암컷이 리더인 경우는 새에서 가끔 아주 드물게 나타나요. 영어로는 자카나라고 부르고요. 스페인어로는 하사나라고 부르는 새가 있는데 우리도 주남저수지에 연각이라는 새가 있거든요. 그 연꽃 잎에 이렇게 걸어다니는 새. 그래서 연꽃의 연각이다 이렇게 부르는데 그 새는 암컷이 더 체격이 큽니다. 그리고 암컷이 수컷 몇 마리를 거느립니다. 그러니까 일처다부제인 거죠. 수컷이 이제 짝짓기 철이 되면 둥지를 만들어서 암컷을 기다립니다. 그럼 암컷이 돌아가면서 짝짓기하고 알 몇 개씩 낳아주고 잘 길러 그리고 이제 떠나는데 가끔 가다가 막 홍수가 지거나 이래 가지고 둥지가 떠내려가면 수컷이 또 찾아와서 막 울부짖어요. 새끼 다 잃었다. 그러면 뒤늦게 또 알 낳아서 주기도 하고.

    ◇ 정관용> 베풀듯이?

    ◆ 최재천> 그런 케이스 아주 드문 몇 케이스를 빼고는.

    ◇ 정관용> 나머지는 다 수컷.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 이유는 수컷이 힘이 세기 때문이에요?

    ◆ 최재천> 수컷은 자기 스스로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수컷들끼리의 경쟁을 통해서 힘센 놈이 나타나는 거죠.

    ◇ 정관용> 암컷을 차지해야 되니까?

    ◆ 최재천> 그렇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 암컷은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물론 암컷도 체격이 좋으면 더 건강한 자식을 낳는 거지만 그거에 대한 진화적인 어떤 압력보다는 수컷들끼리 내가 더 커져야 암컷을 차지한다 이게 훨씬 센 진화 압력이기 때문에 수컷들이 다 커졌죠.

    ◇ 정관용> 그러면 남녀평등, 여성정치 이런 것 역시 사람만 있는 거군요.

    ◆ 최재천>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제가 얘기드린 프란스 드 발이 쭉 관찰하면서 해낸 얘기가 권력은 수컷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침팬지 사회에서 보면. 실제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가장 편안하게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는 친구는 암컷이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수컷들은 헛힘만 버럭버럭 쓰고 사는 거 고달프고 다치고 이러고 하지만 실제로 그 시스템을 잘 이용하는 건 오히려 암컷이다.

    ◇ 정관용> 그 우두머리의 사랑을 독차지한 암컷이 아방궁에 앉아서 호의호식.

    ◆ 최재천> 그게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별로 크게 좋은 얘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동물 세계에 그 정도의 흐름은 있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최재천의 동물보감이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인데. 오늘 그래서 이것저것 다 생각하다가 정치도 좀 배울 게 있을까 했는데 솔직히 정치는 별로 배울 게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지난주에 말씀하셨던 싸우다가 내가 못 먹는다고 너도 먹지 마 이건 없다. 이건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내가 권력을 차지해도 완전 독식, 이건 없더라. 그 정도만 좀 배운 걸로.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최재천>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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