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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가 사과한 날…죽은 아들 꿈에서 만나"



사건/사고

    "서울대 미대가 사과한 날…죽은 아들 꿈에서 만나"

    대학원생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 후 '학내 따돌림' 논란
    유족 "오로지 바라는 건 명예회복…학교 사과 원해"
    서울대 미대 "죽음 막지 못한 교수들 책임 막중"…추모식 열어 사과하기로
    학내 제도 개선 방안도 발표 예정

    서울대 정문 이미지

     

    "아들이 평소 모습으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숨 막히게 기뻐서 손부터 잡았죠. 뭘 좀 먹이고 싶어서, 맛있는 거 먹자고 했어요."

    아들 A씨가 세상을 떠난 후 '비몽사몽' 지난 몇 달을 버텨온 어머니는 깜빡 눈을 붙였다가 그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남편이 서울대 미술대학 관계자들을 면담하던 그 시간이었다.

    "오로지 아들의 명예회복만을 원한다"고 했던 A씨 아버지는 이 자리에서 아들의 죽음에 대한 미대 교수들의 사과를 약속받고 아내에게 전화했다. 전화벨 소리에 깬 어머니는 꿈이라고 믿고 싶은 현실로 돌아왔다.

    서울대 미대는 '학내 따돌림으로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학원생 A씨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오는 17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장지(葬地)에서 열기로 했다. 이날은 A씨가 숨진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이 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생이었던 A씨는 지난 5월10일 수업 도중 밖으로 나가 학교 안 작업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타살혐의점이 없어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유족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미국 명문인 시카고 예술대학을 졸업한 A씨는 2017년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뒤 가끔씩 부모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너를 뽑지 않으려 했다"는 교수의 공개 막말, 지도 거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시회를 방해받았던 일 등이었다.

    유족들은 한 달에 걸쳐 A씨가 남긴 세 대의 컴퓨터 암호를 풀어내고, 비공개 설정을 걸어놓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열어냈다. A씨는 이 혼자만의 공간에 "학기말 크리틱(비평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부터 교수님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내가 말하는 것이 하찮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망상이고 피해의식인건지"라고 썼다.

    유족들은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 여러 편을 CBS노컷뉴스에 공개하며 '학내 따돌림에 의한 죽음'이라고 주장했고, A씨의 독백은 논란으로 번졌다. (7월26일자 관련기사: '따돌림' 서울대 대학원생의 유언 같은 독백…"모두 날 싫어해")

    서울대 미대는 뒤늦게 '사과를 통한 A씨의 명예회복을 원한다'는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교수들은 '100일 추모행사'에서 사과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낭독하고, 추모패도 전달할 예정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가 입학한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방안들도 이 자리에서 발표된다.

    미대 관계자는 "학생이 스스로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그걸 막을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못했다는 책임은 막중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선택을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와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대가 다른 대학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데, (외국에서 온 학생에 대해) 미흡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을 추모식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메모장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로부터 잊힐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매력이 없었건, 시대가 원하지 않았건, 성격의 문제로 친구가 없었건 간에 강제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해서…단지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할 것이다."

    서울대 미대는 추모 차원에서 그가 남긴 작품도 연말 졸업작품전에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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