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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LO 법 개정안에 비판 쇄도…"국제기준 이해 못했나"



경제 일반

    정부 ILO 법 개정안에 비판 쇄도…"국제기준 이해 못했나"

    경영계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막아야"
    노동계 "노동권 제약하는 독소조항 포함시켜…'역진금지' 원칙 위반"
    특고의 노조할 권리·업무방해 형사처벌 관행 폐지 등은 아예 사라져

    스위스 제네바 ILO 본부

     

    고용노동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을 공개했지만, 노사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외교부에 최근 비준을 의뢰한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협약에 관한 국내 법 개정사항을 담은 정부 입법안을 30일 공개했다.

    입법안에는 △실업자‧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임원 자격을 노조 자체 규약으로 결정 △공무원·교원 등 노조 가입 범위 확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개편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파업시 사업장 점거 제한 △노동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 제도 정리 등이 담겼다.

     

    앞서 노사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지난해 7월부터 법 개정 내용을 두고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화 자체가 결렬됐다.

    비록 정부가 경사노위 과정에서 제시된 공익위원안을 이번 법 개정안의 토대로 삼았다지만, 노사 모두 공익위원안에 합의하지 못했던 터라 정부의 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도 격렬하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친노동계 교수 위주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파행적인 운영 과정에서 제시한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이라며 "노사 합의 여부는 물론이고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유산된 안으로서 법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국노총 역시 "공익위원안은 '경사노위 논의결과'가 결코 아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결코 합의할 수 없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노총도 "공익위원안을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양 떠받들었다"고 비꼬았다.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계는 노동부가 이번 법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해고자, 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해고한 사원이 노조 조합원으로 다시 나타나면 노사 갈등이 더 증폭되고, 노조의 투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경총은 "정부 안대로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보다 강화되고 활성화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전임자 급여 및 근로시간면제한도 개편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등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정부는 공익위원 권고안에 구속받지 않고 노사를 포함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균형되고 선진화된 입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대량해고에 반대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던 쌍용차 노동자들

     

    반면 노동계는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실망스러운 개정안일 뿐 아니라 경영계의 독소조항까지 포함된 '수준 이하' 입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의 조합원 및 임원 자격에 대한 법적 제한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제한 △노조전임자 활동 및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에 대한 입법적 개입 등은 ILO 핵심협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본부 실장은 "ILO의 입장은 타임오프제의 경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에 법률로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법을 개정한다면서 현행 체제를 그대로 뒀다. 제대로 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협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법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항만 입법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노동권을 제약하는 '독소조항'도 포함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업 시 사업장내 생산‧주요 업무 시설에 대해서는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유 실장은 단협 기간 연장에 대해 "노조가 힘이 세면 매년 임금 인상을 놓고 단협을 벌이고, 사용자가 교섭을 회피할 때 적극 저항할 수 있다"며 "반면 작은 사업장의 신규, 소수노조는 사용자들이 교섭을 회피해도 대응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도 "ILO는 '일터에서 변화하는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반영의 필요성'을 고려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3년의 유효기간은 결사의 자유에 대한 상당한 제한이라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직장점거 제한에 대해서도 "'평화롭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국제기준에 어긋난다"며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은 지나치게 협소하게 보고, 필수유지업무 범위는 지나치게 넓게 보고 있는 법 해석과 사용자에게 허용된 직장폐쇄에 이어 주요 시설에 대한 점거까지 금지하는 등 사용자의 영업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 조항은 차고 넘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약을 비준한다면서 기존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것은 ILO 헌장 제19조 제8항, 제87호 협약 제8조에 명시된 '역진금지'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지난 4월 'ILO 100주년 핵심협약 비준 및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고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국제사회가 반복해서 지적한 노동자 권리 개선 사안이 아예 제외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조할 권리다. ILO, EU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이 제한된 문제를 한국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한 사례로 지적해왔다.

    실제로 ILO는 2011년부터 레미콘기사, 화물차기사 등 '자영노동자'가 단결해 스스로 단체교섭을 벌여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관련 법제를 마련하라고 권고해왔다.

    아울러 정부가 '중장기 과제'로 미뤄둔 '업무방해 형사처벌' 논란도 해결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형사체계에는 파업참가자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무죄판결 사례가 늘었다지만 검찰에 기소돼 법정공방에 시달려야 하는 일이 흔하다.

    이에 대해 ILO 뿐 아니라 OECD, UN 사회권위원회 등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류 국장은 "정부는 EU와의 FTA에 관한 잠재적 분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면서도 EU가 지적한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문제를 법 개정안에서 아예 제외했다"며 "정부가 ILO의 권고, 유럽연합의 문제제기를 아예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또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 발레오 등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사건에 대해 '사용자의 노조파괴 행위를 단념시키기에 충분한 처벌과 해당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발을 막을 것'을 일관되게 권고했다"며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금지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충분한 처벌을 내리라는 것이 국제기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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