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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분노가 향할 곳, '페미니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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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분노가 향할 곳, '페미니즘' 뿐일까

    [노컷 리뷰] MBC 'MBC스페셜-이 남자, 분노하다' 편

    MBC 'MBC스페셜-이 남자, 분노하다' 편 (사진=방송화면 캡처)

     


    '미투 운동' 이후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백래시'(backlash, 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가 거세졌다. 대학 내에서는 개인에 대해 '너 페미니스트지?'라며 낙인을 찍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대 남자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왜 일부 '20대 남자'들은 페미니즘에 분노하고, 분노를 넘어 '혐오'하는 걸까.

    지난 29일 방송된 MBC 'MBC스페셜-이 남자, 분노하다' 편은 20대 남자, 즉 '이 남자'에 대해 다뤘다. 그중에서도 왜 '이 남자'들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분노하는지 말이다.

    제작진은 온라인상 젠더 갈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7개 대학 익명 게시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 남학생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남성 자신을 희생과 역차별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빅데이터 분석을 담당한 아르스 프락시아 김도훈 대표는 "여혐 담론이 보이는 경우를 보면 전형적으로 두려움과 얄미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며 "한편으로는 사회의 경제적인 여건이 점점 여자들이 나아지고 있고, 본인(남자)들의 기회를 침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얄미움이라는 감정도 있는데 여러 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이라든지, 본인들이 차별받는 약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존의 일부 남성들 입장에서는 (여성의) 약자 코스프레로 비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약자가 아닌데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더 쉽게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한다. 그래서 얄밉다, 이런 생각도 일부 가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터뷰에 참여한 26세 한 남성은 자신이 본 페미니즘은 남성을 비난하기 위한 '공격 수단'이라고 보았다. 여성의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닌 남성과 남성의 행동을 하나하나 비판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20대의 공간 중 하나인 대학에서는 페미니즘 단체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물론 개인에 대해 '너 페미니스트지?', '너 메갈이지?'라며 낙인을 찍기도 한다. 페미니즘 관련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도 생긴다.

    이른바 '반페미니즘 정서'는 온라인을 통해 번지며 '여성 혐오'와 '반페미니즘'을 콘텐츠로 삼아 방송하는 개인 채널도 다수 생겨났다.

    그 중 한 BJ는 '반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면 조회 수가 잘 나오고, 이는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만약에 이게(이 방송이) 이슈화되면 분명 커뮤니티에서 여자들한테 내 욕이 많이 나올 거다. 사실 욕을 먹었으면 좋긴 하겠다. 욕을 먹더라도 어그로(관심) 끌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일부에게 '페미니즘'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고, 관심을 끌 수단이 되기도 한다.

    MBC 'MBC스페셜-이 남자, 분노하다' 편 (사진=방송화면 캡처)

     


    혐오와 차별, 불평등을 넘어서자는 '페미니즘'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혐오의 대상이고 차별의 대상이 됐다.

    대학교 1학년, 스무 살 한 남성은 '대한민국에서 20대 남자는 □다'라는 질문에 "햄버거 사이에 있는 패티"라고 대답했다. "밑에서는 같은 동년배 여성들에게 성평등을 요구받고 위에서는 기성세대들에게 '맨박스'(Manbox·가부장제하에서 남성에게 씌워지는 억압, 즉 '남성이 남성다울 것'을 강요하는 것) 같은 압력을 받으면서 사이에 껴서 오도 가도 못하는" 게 현재의 20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권력, 고정관념과 현재의 불평등 사이에 끼인 게 '햄버거 패티'와 같은 존재라면, 그것은 20대 남자뿐 아니라 20대 여자, 20대를 넘어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페미니즘'이라 한다면, 그건 혐오의 말일까. 그들이 받는 압력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어야 할 곳이 정말 '여성' 혹은 '페미니즘'일까, 아니면 그들을 둘러싼 '맨박스'라 불리는 기울어진 사회의 권력과 고정관념일까.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내가 이 사회에 자유롭게 참여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는 것, 그리고 나의 존엄과 나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것, 그런 사회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며 "이렇게 생각한다면 남성들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자기의 성적 위치라든가 성적 소수자성 같은 것들을 성찰하면서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고, 함께 손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연구원은 "근데 참 어려운 일이긴 하다. 자는 그게 어떻게 보면 성적 위계가 강한 사회일수록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왜냐하면 공기처럼 녹아있는 내가 누려온 것들을 성찰하는 것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로 사람한테 참 쉬운 일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29살의 한 남성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 자신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가 그렇다고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 파편화되어 있는 모양인 것 같지만, 사실 페미니즘은 청년 남성들에게도 굉장히 유효한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분노나 혐오의 대상이 아닌 함께 바라보아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다시 응집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유효한 거울, 렌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렌즈를 통해서 바라본다면 사실 더 여성들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랬을 때 그들은 분명 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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