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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조리돌림'이라더니…고유정 체포영상 유출한 경찰



제주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더니…고유정 체포영상 유출한 경찰

    경찰청, 수사 공보 규칙 위반으로 박기남 전 서장 진상 파악중
    부실수사 논란으로 수세 몰린 박 전 서장…"국면 전환용" 비판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 (사진=자료사진)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의 긴급체포 당시 영상을 특정 언론사에 제공한 박기남 전 제주 동부경찰서장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체포 영상을 외부에 공개하는 일이 굉장히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경찰청 수사 공보 규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찰청도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박 전 서장이 '고유정 사건' 수사 당시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며 현장검증을 안 했다"고 하는 등 피의자 인권을 중시했던 것과 배치돼 외부 유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경찰청, 고유정 체포영상 유출 경위 파악중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형사과는 고유정의 긴급체포 당시 영상을 특정 언론사에 제공한 박기남 전 서장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박 전 서장은 지난 11일 정기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이 해당 영상을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제공해 경찰청 훈령 제917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해당 규칙 제4조엔 '사건 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 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사건 등은 그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박 전 서장이 언론에 제공한 영상엔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며 했던 발언과 체포 경위가 상세하게 담겨 이 규칙 4조 위반 사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해당 규칙엔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그 예외로 두고 있다. 일각에선 영상 내용이 국민의 알 권리 등 공익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징계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조리돌림 염려' 박 전 서장, 영상 공개 이유는?

    특히 박 전 서장은 '고유정 사건' 수사를 맡았을 당시 언론 브리핑 내내 '피의사실 공표죄' 등에 해당한다며 말을 아꼈던 터라 이번 영상 유출은 그간의 행동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박 전 서장은 긴급체포 직후인 6월 2일 이뤄진 언론 브리핑에서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씀드리겠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극적인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6월 3일 백브리핑에선 "옛날에 (범죄사실이) 무분별하게 공표됐던 것과는 다르게 남겨진 가족들의 명예와 사생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범죄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또 그간 피의자 인권을 중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도 정반대의 모습이다.

    박 전 서장은 지난 6월 20일 초동수사 부실 문제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경찰청 내부망인 '폴넷'엔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으로 비칠 것이 염려된다"며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명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실 수사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박 전 서장이 긴급체포 영상을 공개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재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정은 "긴급체포 당시 모든 언론에 영상을 공개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뒤늦게 특정 언론에만 체포 영상이 제공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박 전 서장이 국면 전환용으로 해당 영상을 제공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은 박기남 전 서장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지난 6월 1일 오전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 되는 고유정의 모습. 이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사진=연합뉴스 제공)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와 세계일보는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경찰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고유정에게 "살인죄로 긴급체포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은 당황한 얼굴로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은 호송차에 올라타면서 "지금 집에 남편이 있는데 불러도 되냐"라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첫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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