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출연한 배우 도은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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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은비에게 드라마 '보좌관'은 '처음'이란 수식어를 달게 해 준 소중한 드라마다.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준 것도, 드라마 촬영 현장이 어떤 곳인지 알려준 것도,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모두 '보좌관'이다. 그렇기에 '보좌관'은 도은비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대본에 없는 연기, 대본에 없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은비에게는 쉽사리 넘지 못할 '경계'와도 같았다. 그 경계를 뛰어넘게 해준 것은 극 중 송희섭 의원 역의 배우 김갑수였다. 그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도은비를 노다정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게끔 해줬다. 배우라는 존재는 대본에 있는 것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대본에 없는 빈틈까지 메우며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함을 알았다.
하나의 경계를 넘자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 조금 더 다양한 연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은비는 '배우'로서 배우며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1일, 2일, 그렇게 매일 자신의 연기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도은비를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눈을 반짝이며 웃는 도은비에게서 즐거움이 묻어났다.
다음은 배우 도은비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출연한 배우 도은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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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만 보좌관(임원희 분)은 '다정하지 않아서 노다정인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시크하기도 한 노다정인데, 도은비가 본 노다정은 어떤 인물인가.
내가 보기에 다정이는 다정스러운 면이 있다. 잘 보면 자기한테 잘해주거나 다정이한테 '다정 씨' 또는 '부탁해요'라고 존중을 해주는 장태준 보좌관이나 윤혜원 비서님에게 되게 다정스럽다. 실제로 한도경 인턴이 다정이 심부름을 대신해 주거나 하면서, 처음에는 고양이 마냥 경계하지만 다정이도 마음을 연다.
▶ 고석만 보좌관하고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른바 '케미'를 선보였다는 평이 많다.
고석만 보좌관은 자꾸만 의원실 탕비실에 있는 먹을 걸 가져간다. 의원실은 다정이의 일터고, 탕비실 비품을 정리하고 사야 하는 건 다정이의 일인데 그걸 자꾸 뺏어가니까 까칠하게 굴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웃음) 다정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국회에서 8년을 행정 비서로 일했다. 그간 수많은 사람을 만났을 거다. 급은 다를지 몰라도 국회의원 밑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국회의원이 재선되지 않으면 자리를 잃는 거다. 다정이도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재선이 안 된 국회의원 밑에 있는 보좌진까지 자리를 잃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일은 다르지만 국회의원 밑에 있는 사람, 흔히 말하는 '파리 목숨'이라고 하는 그런 위치인 거다. 그렇기 때문에 다정이도 어떻게 말하면 고석만 보좌관에게서 그런 걸 느꼈는지 모른다. 국회의원 보좌관임에도 불구하고 툭툭대며 쉽게 말할 수 있는 자체가 그러한 다정이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의원실 안에서만 봐도 김갑수(송희섭 의원 역), 이정재(장태준 보좌관 역)를 비롯해 신민아(강선영 의원 역), 이엘리야(윤혜원 비서 역), 타 의원실 임원희(고석만 보좌관 역), 정진영(이성민 의원 역), 정웅인(오원식 보좌관 역), 김홍파(조갑영 의원), 이철민(김형도 비서관 역)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처음 연기할 때 심적인 부담도 부담이지만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을 것 같다.
데뷔작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 그렇게 진짜 쟁쟁한 선배님들일 줄 정말 몰랐다. 꿈에도 몰랐다. 김갑수 선생님을 대본 리딩 때 처음 마주하는데 진짜 얼마나 떨리겠나. 이정재 선배님하고도 현장에서 처음 뵐 때 정말 떨렸다. 저는 오늘은 1일 차, 내일은 2일 차 이렇게 하루하루 연기 경력을 1일씩 갱신하는데, 그분들은 10년 단위로 갱신하는 수준이다. 엄청나게 긴장했다. 아시다시피 김갑수 선생님은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시다. 정말 재밌으시다. 그런데 신기한 게 촬영 들어가자마자 바로 송희섭 의원으로 변신한다. 그게 진짜 신기하다. 경력도 경력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기에 저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제는 그런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게 실감이 나나.
진짜 드라마 '보좌관'이 첫 데뷔작이기도 정말 소중하다. 얼마 전 영화 '사바하'를 봤는데, 그때 재밌게 본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연기를 한다? 누군가가 나를 비웃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정말 영광이다. 영광이란 단어가 모자랄 정도로, 그분들과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분들과 같은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꿈같고 믿어지지 않는다. '보좌관' 방영될 때 인물 정보에 내가 나오는 데 믿기지 않았다. 촬영할 때도 믿기지 않더니, 1화 방영할 때 보니 내가 저기에 진짜 있더라. (웃음)
JTBC ‘보좌관’ 속 노다정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도은비 (사진=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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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로 이름난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기에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을 거 같다.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또 감독님께서 현장 경험을 해보라고 해서 '보좌관' 촬영 들어갈 때부터 계속 촬영 현장에 갔다. 가서 스태프분들 얼굴도 익히고 카메라 구도도 봤다. 감독님이 많은 걸 도와주셨다. 이정재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보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구나 느끼고 많은 걸 배우기도 했다. 또 김갑수 선생님이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
송희섭 의원이 시위하는 분들한테 도시락을 맞는 장면이 있다. 도시락을 맞은 채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정이가 송 의원을 걱정하며 옷에 묻은 잔여물을 닦아주면서 '괜찮냐'라고 하는 장면이다. 대본상에는 대사가 없어서 동작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리허설을 들어가니 김갑수 선생님께서 '너 말 해도 돼'라고 하셨다. 대사를 해도 된다고 말이다. 내가 아무 말을 안 하니 얼마나 이상했겠나. 선생님도 이상하셨을 거다. 선생님이 대본에 없어도 대사를 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 괜찮다고, 해도 된다는 말이 많은 용기를 줬겠다.
그 기회로 리허설 때 대사 외에 다른 것도 한 번 시도해 보게 됐다. 촬영 초반에는 눈치도 많이 보고 긴장해서 얼어 있었는데, 김갑수 선생님이 해주신 그 말을 듣자마자 리허설 때만이라도 시도해보자 했다. 좋으면 오케이가 될 테고, 아니면 죄송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많은 시도를 하니 감독님도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원실 자리에서 일어서 있어 보기도 하고, 탕비실을 왔다 갔다 해보기도 하는 등의 시도를 드라마 후반부에 많이 하게 됐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출연한 배우 도은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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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해 본다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김갑수 선생님께서 주신 거다. 용기가 없으면 시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용기로 인해서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장면, 좋은 신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 도은비가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원래 연극이 좋고 연극에 빠져서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나보다 연기도 더 잘하고 더 예쁜 선배들조차 포기하는 걸 보고 나도 포기해야 하는 건가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 번도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기에 이르지 않나, 그래서 시도해본 게 지금 내가 있는 소속사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게 이 자리에 오지 않았나 싶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대학 입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배우로 변했다. 나는 뒤늦게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건데, 이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 그동안 해 온 게 있기에 운도 따라준 것 아닐까.
서른 살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 뭐 하나 된 것도 없고, 학업이란 이름으로 시간을 끌어온 것도 사실이니까. 7년이란 시간을 돌아서, 서른 살을 3년 남긴 27살에서야 다행히 배우가 됐다. 성공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도 운이지만 노력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노력형 인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웃음) <끝>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출연한 배우 도은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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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출연한 배우 도은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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