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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3년 전이나 지금이나…'프듀'로 엉터리 장사한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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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3년 전이나 지금이나…'프듀'로 엉터리 장사한 엠넷

    '프로듀스x101' 제작발표회(자료사진/이한형 기자)

     

    2016년 3월, CJ ENM 음악채널 엠넷(Mnet)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허술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지적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단독] '프로듀스101' 부정투표에 무방비…공신력 추락)

    당시 '1인당 하루에 한 번씩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프로듀스101' 투표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확인 결과 가상의 이메일을 입력해 트위터 계정을 생성한 뒤 '프로듀스101' 홈페이지에서 동의 절차를 거치면, 한 명이 얼마든지 연달아 투표하는 것이 가능했다.

    온라인 투표는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데뷔 멤버를 직접 선발한다'는 포맷의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들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유령 SNS 계정을 만들어 중복 투표를 할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해당 기사가 나간 뒤 엠넷 측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시 엠넷은 "최근에서야 투표 시스템의 허점을 발견했다"며 "부정투표를 방지할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엠넷은 그 이후 3차 투표 때부터 사람과 컴퓨터(봇, Bot)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세스로, 찌그러진 문자나 왜곡된 숫자 등을 활용해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인 봇을 차단하는 방식인 '캡차'(CAPTCHA) 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었다. 프로그램이 이미 반환점을 돈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미 부정 투표가 발생해 이전까지의 득표수와 순위를 신뢰할 수 없게 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신 연습생들이 나왔지만, 엠넷은 투표를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논란을 어물쩍 넘긴 뒤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결성돼 앨범을 내고 활동을 펼쳤다.

    아이오아이(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워너원(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아이즈원(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그로부터 3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엠넷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계속 이어왔다. 2017년에는 보이그룹 워너원을 탄생시킨 '프로듀스101' 시즌2를, 지난해에는 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을 탄생시킨 시즌3 격의 '프로듀스48'을 선보였다.

    올해는 시즌4 격인 '프로듀스X101'을 통해 또 다른 보이그룹 엑스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된 파이널 생방송이 끝난 직후인 지난 19일 순위 조작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파이널 생방송에서는 20명의 출연자가 엑스원 멤버로 선발되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김요한, 김우석, 한승우, 송형준,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이은상까지 11명이 데뷔 자격을 얻었는데, 일부 시청자들은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차이에 일정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 미심쩍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최종 득표수를 살펴보면,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 7위 이한결과 8위 남도현의 표차가 2만 9978표로 동일했다. 뿐만 아니라 표차가 11만 9911표인 경우와 10만 4922표인 경우도 반복됐다. 표 차이를 분석하면 '7494'나 '7495'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라며 최종 득표수에 일정한 공식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엠넷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일부 시청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논란이 불거진 뒤 5일 만인 24일에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최종 득표수를 집계·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입장문을 통해 엠넷은 "방송 종료 이후 최종 득표수에서 일부 연습생 간 득표수 차이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며 "문자투표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습생 간 동일한 득표수 차이가 난 이유에 대해선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며 "그러나 해당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되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엠넷은 그로 인한 순위의 변동은 없었고 최종 순위 역시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동일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문자 투표 시스템 및 집계 과정의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 앞으로 더욱 더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엑스원

     

    어느덧 네 번째 시즌이 끝났는데 이제서야 투표 시스템·집계 과정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는 엠넷이다. 그러면서 정작 최종 득표수와 관련한 세부 데이터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허술한 투표 시스템이 드러난 3년 전 시즌1 때나 지금이나 준비도 제대로 안 해놓고 시청자를 상대로 엉터리 장사를 하고 논란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일처리 방식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논란 속에 종영한 '프로듀스X101'을 통해 탄생한 엑스원 멤버들이 CJ ENM과 맺는 계약기간은 무려 5년이다. 아이오아이가 8개월, 워너원이 1년 6개월 활동했고, 아이즈원이 2년 6개월 활동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졌다.

    이런 가운데 엑스원은 데뷔도 하기 전에 '조작 그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 데이터 공개 없이 오류가 있었지만 순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엠넷의 부실한 해명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지 않고 있으며, 엑스원을 향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엠넷은 입장문에서 "향후 동일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문자 투표 시스템 및 집계 과정의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 앞으로 더욱 더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으로 새롭게 론칭할 프로그램을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이미 엎질러진 물을 제대로 수습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또 한번 드러난 허술한 시스템에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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