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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사건' 경찰 실종수사 한계…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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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유정 사건' 경찰 실종수사 한계…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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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등 수사 여건상 신속한 범죄 혐의 확인 어려워
    구체적 매뉴얼 없어 개인 수사관 역량에 결과 달라져
    촉각 다투는 수사… 형사과 인계 과정서 시간 지체
    "'고유정 사건' 계기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해야"
    현장 경찰관 "실종 업무 형사과로 이관 필요" 제언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고유정 사건' 발생 두 달 가까이 전남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실종신고 이후 경찰의 초동수사가 아쉬움이 남는다. 유족의 신고 이후 경찰이 신속하게 대처했다면 시신 유기까지는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실종 수사 인력과 구조상 강력사건 발생 시 초기에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유정 사건' 실종수사 '2명'…범죄 혐의 확인 한계

    현재 실종사건 업무는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내 수사팀에서 담당한다. 실종신고 대부분이 가출, 음주 미귀가 등 단순 신고에 그친다. 이 경우 수사상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고유정 사건'처럼 강력사건인 경우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다. 현 수사 여건상 조기에 강력사건 수사로 전환할 기회를 놓치며 시신 유기 등 추가 범행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청 실종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실종신고 접수 시 여청 수사팀은 위험도 판단에 따라 실종자 수색과 함께 최종목격지 탐문수사, 신고자 면담, 목격자 조사 등의 수사를 진행한다.

    제주지역 내 실종 전담 수사 인력은 3명이다. 이 중 '고유정 사건' 당시 제주동부경찰서의 여청 수사팀 실종 전담 인력은 2명에 불과했다. 2명의 인원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탐문수사 등을 벌이며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더욱이 당시 동부서 여청 수사팀에는 처리해야 할 실종사건이 30여 건에 달했다. 뚜렷한 범죄 의심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정 사건' 수사에만 집중할 수도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서의 여청 수사 담당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명확해야 사건을 형사과로 인계할 수 있는데 제한된 인력과 시간을 가지고 범죄 혐의점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개괄적인 매뉴얼…개인 수사 역량에 따라 결과 달라져

    특히 현재 '경찰청 실종사건 처리 매뉴얼'은 구체적이지 않고 조치해야 할 사항이 단어로만 나열되는 등 개괄적인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실종 수사도 개인 수사관 역량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또 수사 인력이나 시간도 제한적이어서 실종 수사 담당 경찰들은 '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고유정 사건'에서도 경찰은 '성인 남성의 자살 의심' 신고로 접수됐다는 점에서 강력사건에 연루됐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채 사건 초기 실종자 수색에 전념했다.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 등의 경우 사건 초기부터 범죄 연루 가능성을 폭넓게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피해자 유해 수색 모습. (사진=자료사진)

    ◇ '여청과→형사과' 사건 인계 과정서 수사 지체

    이 밖에도 강력사건일 경우 '1분1초'가 소중한 가운데 여청 수사팀이 사건을 형사과로 넘기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체되는 문제점이 있다.

    실종사건 처리 매뉴얼상 사건 초기 여청 수사팀에서 강력 범죄 의심 정황을 확인하면 수사팀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승인을 거친다. 이후 형사과로 수사 요청 공문을 보내거나 긴급 상황 시에는 먼저 통보한 뒤 나중에 공문을 발송한다.

    이 과정에서도 형사과장이 범죄 의심점이 적다며 반려할 경우 서장 주관의 실종수사 조정위원회에 회부돼 형사과 인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고유정 사건에서도 담당 여성청소년과장은 5월 27일 실종신고 이후 사흘이 지나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해 형사과에 알렸다. 다음날인 30일 사건이 형사과로 넘어가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그 사이 고유정은 훼손한 전남편의 시신을 가지고 제주를 빠져나온 뒤 31일 새벽까지 경기도 김포시 등지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 반복되는 부실 초동수사…"기존 형사과로 업무 이관" 지적

    실종신고 이후 강력사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건 '고유정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당시 여청 수사 경찰은 피해자 실종신고 직후 피의자 한정민을 면담까지 했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하다 놓쳤다.

    한 씨는 제주를 유유히 빠져나갔다가 결국 충남 천안시의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또 재작년 10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때도 경찰은 피해 여중생 실종 당시 단순 가출로 치부하다 피해 여중생이 숨지고 나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경찰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될 때마다 실종 전담팀 구성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유정 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노출된 부분은 사례 분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실종 수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라든가 정부의 장비나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현장 일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실종 업무를 기존 형사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인력 등 수사 여건상 형사과에서 실종 업무를 맡는 게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지방청 총경은 "형사과가 여청과보다 인력이나 장비 면에서 수사 여건이 훨씬 낫고, 사건 인계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어 실종사건을 형사과에서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종 업무를 이관하더라도 기존 형사 업무도 많은 만큼 관련 인력이나 장비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한편 고유정(36‧여)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첫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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