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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100년, 최고조에 오른 '반일 감정'



문화 일반

    3.1 운동 100년, 최고조에 오른 '반일 감정'

    문화 연예계 전반, 반일 이슈로 뒤덮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민중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아베규탄 촛불집회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일본의 식민 지배 속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며 목숨을 내던진 순국선열을 기리는 해로 뜻깊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반일 감정이 드높다. 지난 4일 일본이 단행한 반도체 핵심 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아직까지 일본과 풀지 못한 과거사인 강제징용 배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가뜩이나 우경화 행보를 보이며 우리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이번 경제 보복을 통해 한국 정치 지형까지 흔들려고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석은 과거 경제력을 무기로 시작해 조선을 침탈한 100년 전 일제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국민은 분노했고 '반일(反日) 감정'은 '일본 불매 운동'으로 진화했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이루어진 'NO' 캠페인은 반일 분위기를 타고 온·오프라인에 확산된 지 오래다.

    일본 전범 기업의 제품 불매 운동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전범 기업을 넘어서 모든 일본 기업으로 확대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 도쿄를 제외한 일본의 많은 중소 관광도시의 한국 관광객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일본에 반발하기 위한 여행 금지 운동도 빠르게 퍼졌다.

    그 결과 이러한 일본 불매 운동의 파장은 정치, 사회를 넘어서 문화, 연예 영역으로 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 일본 'No' 외치는 국민들…연예계 불똥 or 참여

    일본 불매로 커진 반일 감정의 분위기는 문화 연예계를 비껴가지 않았다. 대중은 이처럼 확산된 반일 분위기 속에서 매서운 시선으로 문화 연예계를 바라보고 있다.

    일본 여행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다거나, 혹은 일본 상품을 소비하는 콘텐츠를 올린 유명인들은 대중의 어김없는 질타를 받았다.

    시국이 이런데 일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연예인에 대한 퇴출 요구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브랜드의 모델을 맡아 활동하는 연예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몇몇 인기 아이돌 그룹의 예정된 일본 공연 소식은 이러한 성토 분위기를 비껴가긴 했지만 국민들의 일본에 관한 비토는 여전히 매서운 상황이다.

    반면 일본 여행을 취소한다거나, 일본 상품의 불매 운동에 적극 참여 의지를 밝히는 연예인 또한 눈에 띄었다. 향후 일본 활동에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이들은 소신을 밝히며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 일제 침략 역사·진실 다룬 방송, 영화 콘텐츠 '관심 집중'

    한국과 일본의 경색된 관계를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사실을 다룬 문화 연예계 콘텐츠는 다시금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녹두꽃 방송 화면 캡처)

     

    지난 13일 종영한 SBS 드라마 '녹두꽃'이 대표적이다. 동학농민운동을 큰 줄기로 이야기를 풀어낸 녹두꽃은 시청자들에 큰 울림을 선사하며 끝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의 반일 분위기 속에서 지난 5일 방송분인 녹두꽃 41·42회 '우금치 전투' 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우금치 전투' 당시 조선 침탈이라는 일본의 야욕에 맞서 싸웠던 농민군의 모습은 과거를 부정하면서 경제적 보복을 자행하는 일본에 항거하며 '불매 운동' 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재 국민의 모습과 묘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일제와 연합해 동족상잔을 벌인 조선 관군의 모습 또한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9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유튜버 미키 데자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 '주전장'(25일 개봉), 일제 시대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쟁취한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한 작품인 '봉오동 전투'(8월 7일 개봉),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8월 8일 개봉), 1945년 8월 24일 조선인 강제징용차 8천여 명을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침몰한 사건을 다룬 영화 '우키시마 호'(9월 개봉 예정) 등이 줄지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어두운 역사, 혹은 진실을 다루는 이들 영화는 최근의 반일 분위기와 맞물려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영화 개봉 후 흥행으로 까지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약 8초 간의 짧은 악수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 전국민적 반일 분위기 '엇갈린' 언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로 한국의 대북제대 위반 의혹을 거론하자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 간 민사판결을 통상 문제로 연계시키는 데 대해 국제사회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이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경한 어조로 밝혔다.

    전국민적 '반일 감정'을 불러온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반일의 골이 깊어진 심각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정부의 강력 방침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의 차후 조치를 분석하며 그 속내를 짚은 기사를 내놨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은 이러한 정부의 정면 대응 방침을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언론의 시선이 엇갈린 셈이다.

    일부 보수 언론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통령이 고집을 버려야 한다', '타국 사례를 봐도 일본 불매 운동의 효과는 없다', '정면 대응 말고 외교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 등의 취지의 주장을 피력했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의 원인이 된 대법원의 판결을 지적하며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아쉬워하는 내용도 보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는 이같은 보도에 '상대가 죽이려고 드는데 대화하자고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들 언론은 이러한 기사의 한국어 제목을 편향되게 바꿔 일본어판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을 샀다.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이들 언론의 실명을 밝히고 비판했다.

    1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게 진정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이들 언론에 대한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많은 일본인이 한국 기사를 번역한 이런 기사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고 모두 각자 자리에서 지혜를 모으려고 하는 때에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언론사는 이날 저녁 일본어판 홈페이지에 논란이 된 일부 기사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들 언론사는 자신들이 갖고있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라며 "이들 기사를 보면 누가봐도 공평하고 공정하게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통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는데, 그 창이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 무슨 색깔로 덮여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라며 "외국인들 같이 우리나라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러한 언론이 전해주는 프레임에 따라 세상을 보게되는데 이러한 왜곡된 프레임은 결국 진실을 차단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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