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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든 세계관의 '서사', 세계 아우르는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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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후를 위한 2019 콘텐츠 산업포럼]
    이야기 포럼 : 한국형 마블 세계관 탄생의 가능성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22번째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22번째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국내에서만 1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히어로 영화 시리즈에서 공유하는 '가상 세계'인 'MCU'의 잘 만든 '세계관'과 그 세계관이 가진 '서사'의 힘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세계관'이란 현실 세계와 다른 사건 또는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만든 설정이다. MCU처럼 잘 만든 세계관과 캐릭터가 가진 서사는 관객을 '가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가상의 세계에 빠져든 관객은 다시 세계관을 확장하는 힘이 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MCU 같은 세계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을까.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한국콘텐츠진흥원 CKL스테이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19 콘텐츠 산업포럼' 중 '이야기포럼' 섹션에서는 '한국형 마블 세계관 탄생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다.

    다음은 오세정 와이랩(Y-LAB) 팀장의 '한국형 세계관 사례: 슈퍼스트링 프로젝트',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의 '이야기×음악산업, 아티스트 그리고 세계관', 위근우 전 '지금, 만화' 편집장(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의 '이야기의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발제를 바탕으로 한 정리 내용이다.

    와이랩(Y-LAB)의 '슈퍼스트링 프로젝트' (사진=와이랩 홈페이지 캡처)

     

    ◇ 사례 1 : 슈퍼스트링 프로젝트_오세정 와이랩(Y-LAB) 팀장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는 한국형 세계관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는 웹툰 회사인 와이랩(Y-LAB)의 다른 웹툰 캐릭터들이 서로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연계하여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일종의 '웹툰 유니버스' 프로젝트다.

    와이랩은 각 작품의 주인공들을 '슈퍼스트링'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에 등장시켜 이를 영화,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슈퍼스트링'의 세계관은 어느 날 원인불명의 사건으로 인해 목성이 내행성 궤도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화정은 목성 궤도의 영향을 받아 섭씨 800도의 행성이 되고 달은 목성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 파괴된다. 지구도 곧 섭씨 400도의 행성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 가운데, 대한그룹의 회장 원미호는 세계 물리 입자 연구소 '화이트타워'와 함께 차원의 문을 열어 새로운 지구에 인류를 이주시키는 계획을 세운다.

    '화이트타워'는 '초끈이론(Super String)'을 이용해 차원의 문 '멀티버스'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멀티버스의 성공은 다른 차원의 요괴를 현재로 불러들이게 되고, 원미호는 지구 및 다른 세계의 영웅들과 함께 '슈퍼스트링 팀'을 만들어 인류를 구할 계획을 세운다.

    '신석기녀', '신암행어사', '버닝헬', '하우스키퍼', '테러맨', '부활남', '캉타우', '심연의 하늘' 등이 '슈퍼스트링'이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툰이며, 현재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 중이다.

    오세정 와이랩 팀장은 "개별 이야기가 재밌어야 뭉쳤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라며 "하나의 세계관을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중간중간 빈틈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야기 안에서 모든 걸 다 메울 생각은 없다. 팬들의 상상에 맡기고, 재해석하는 재미를 남겨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실시간으로 연재하다 보니 댓글에 작품상 설정 오류라든지 충고나 조언 등이 많이 올라온다"라며 "좋은 부분은 참고해서 반영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룹 엑소(EXO)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사례 2 : 엑소(EXO) & NCT_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케이팝(K-Pop)에도 '세계관'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단순히 음악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얽히고설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그룹 엑소(EXO)와 NCT(Neo Culture Technology)다.

    '우주 너머에서 온 알 수 없는 인물'로 설정을 하자는 게 엑소 세계관의 시작이었다. '엑소'는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exoplanet)'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미지의 세계에서 온 새로운 스타'라는 의미를 지닌다. 전체적으로 기억도 초능력도 잃은 채 지구에 오게 된 외계인들이 힘을 되찾고 적을 물리치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엑소는 6명씩 엑소-K와 엑소-M이라는 두 쌍둥이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이 사는 세계는 전혀 다른 평형 세계다. 그리고 엑소 멤버들은 순간이동(카이), 파이로키네시스(찬열), 치유(레이), 결빙(시우민) 등 모두 초능력을 갖고 있다.

    그룹 NCT127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룹 NCT(Neo Culture Technology)도 세계관을 갖고 있다. NCT는 하나의 '꿈'으로 연결되어 있다. 엑소가 두 팀이 하나의 평행이론으로 묶여 엑소-K와 엑소-M이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했다면, NCT는 하나의 꿈에서 하나의 꿈을 공유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팀이다.

    NCT의 음악이 재생될 때 우리 안에 있는 오감과 육감을 넘어 '7번째 감각'이 깨어나게 되고, 이 '7번째 감각'을 통해 하나의 꿈을 공유하게 된다. '꿈'은 '잠'이란 의미의 꿈과 미래의 어떤 의미를 상징하는 '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꿈'의 공간에서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이다. NCT 그룹의 핵심 키워드가 '개방성'과 '확장성'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한 여러 서브 유닛으로 나뉘고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멤버 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NCT의 세계관은 그들의 핵심 키워드와도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속한 SM 엔터테인먼트 자체가 MCU처럼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서사를 'SM타운'이라 부르며, 여기에 소속된 아티스트를 'SM 아티스트 리그(SM artist league)'라 표현한다. 아티스트 각자가 하나의 세계관을 갖고 있고, 이들이 모여 다시 거대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것이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문화 기술이 가진 세계화 전략에 스토리텔링을 차용하고,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아티스트의 서사와 맞아떨어지며 '아이돌'은 상징적인 존재가 된다"라며 "단, 각각의 파편화된 콘텐츠가 미학적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하나의 큰 서사를 위해서, 하나하나가 완성된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끼리의 놀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는 "세계관이라는 것은 케이팝이 이야기와 음악 산업을 통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위근우 전 '지금, 만화' 편집장(대중문화 칼럼니스트)와 오세정 와이랩(Y-LAB) 팀장(사진 가운데),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 오른쪽)가 '한국형 마블 세계관 탄생의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 이야기의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_위근우 전 '지금, 만화' 편집장

    이처럼 세계관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와 산업으로의 확장성을 지닌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러나 모든 세계관과 모든 서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세계적인 성공 사례 MCU의 강점은 △수십 년 동안 쌓인 인기 IP(지적 재산권) △해당 IP들을 통한 세계관 확장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기존 멀티버스의 설정 교차 및 교환 △영화 개봉 자체가 수많은 떡밥과 추리의 힌트 △관객의 능동적 접근과 놀이 가능(예: 영화 '시빌워'는 원작 설정을 얼마나 따를 것인가) 등이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는 작품들은 장점이 있다. 거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어서 시공간적으로 넓은 영역을 가질 수 있고, 세계관을 바탕으로 2차 창작 및 해석이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MCU나 슈퍼스트링, 엑소, NCT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팬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계관의 빈 공간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점들이 IP의 확장성을 강화하게 된다.

    위근우 전 편집장은 이야기의 우주를 설계하며 잊지 말아야 할 주요 공리들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이 같은 공리를 잊는다면 세계관이 갖고 있던 매력과 서사는 사라지고, 팬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 포스터.

     


    이 공리를 잘 지킨 대표적인 사례가 '실마릴리온', '반지의 제왕', '호빗' 등의 J.R.R. 톨킨의 세계관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 '스타워즈' 역시 전 세계에서 두터운 팬층을 가진 세계관의 사례 중 하나다.

    세계관을 설계할 때는 △세계의 빈 공간을 남김없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세계관의 디테일을 채우는 것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 △어떤 천재적 창작자도 혼자 힘으로 완벽한 무오류의 세계를 세울 수는 없다 △세계관의 일관성보다 중요한 건 동시대적 변화 요청에 응하는 것이다 △세계관은 가지고 노는 것이어야지, 진입 장벽이 되어선 안 된다 △창조주로서의 작가가 독자보다 이 세계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 여섯 가지 공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근우 전 편집장은 "현재 글로벌과 트랜스미디어 환경에서 세계관 설정은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그러나 '우주'에는 느슨한 빈 공간이 존재한다. 그리고 빈 공간에 대해 우리는 상상하고 기대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창조주 노릇을 하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창작자라도 맹점이 생기게 된다. 꽉 짜여 있는, 모든 게 완벽하게 물려 있는 세계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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