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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알라딘'엔 자스민, '토이 스토리 4'엔 보핍이 있다



영화

    [리뷰] '알라딘'엔 자스민, '토이 스토리 4'엔 보핍이 있다

    [노컷 리뷰] 드레스 벗어 던지고 모험에 앞장서는 보핍 눈길
    우디의 포키 구하기 작전 돕고, 말과 행동으로 용기 줘
    '씩씩하게 도전하는 여성', 디즈니 최신작의 일관된 기조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포키'로 '명명' 문제 다뤄
    더키&버니, 개비개비, 듀크 카붐, 기글 맥딤플즈 등 새 캐릭터 활약 눈부셔

    '토이 스토리 4'의 우디(왼쪽)와 보핍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이 기사에는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든 주인이자 오랜 친구인 앤디와 헤어지고 새로운 주인 보니의 장난감이 된 우디. 그러나 보니와 우디의 사이는 예전 같지 않다. 장난감 놀이를 하기 전 대기 장소인 벽장에 머물러 있던 날이 일주일에 사흘이나 될 정도로 서먹해졌다.

    유치원 예비 소집일 날, 보니는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뗐다. 원칙상 장난감을 가지고 가선 안 되지만, 날랜 우디는 몰래 가방 속에 숨어 들어가 보니를 돕는다. 친구가 가져가 버린 색칠 도구와, 휴지통에 있는 재료를 보니 자리에 두어 수제 장난감 '포키'의 탄생에 일조했다.

    자가 직접 만든 장난감 포키에 애정을 퍼붓는 보니. 정작 포키 맘은 딴 데 가 있다. 버려진 것들로 만들어진 포키는 틈만 나면 보니 품을 벗어나 자꾸만 쓰레기통에 들어가려고 한다. 캠핑카로 여행을 떠나던 날, 포키는 "난 장난감이 아니야, 자유다!"라고 외치며 밖으로 뛰어든다.

    '토이 스토리 4'는 자기를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장난감 포키가 떠나면서, 우디가 벌이는 모험으로 시작된다. 비록 휴지통에서 구한 재료로 만들어졌어도 발바닥에 이름이 쓰였다는 건 주인이 있다는 것이고, 곁을 지켜줄 상대가 있는 장난감이라는 것을, 우디는 포키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포키와 함께 온 새로운 동네에서 옛 친구 보핍의 흔적을 발견하고 골동품점에 들어간 우디. 소리상자만 고치면 주인의 선택을 받을 거라고 믿는 섬뜩한 소녀 개비개비를 만나고, 다툼 끝에 포키를 그 자리에 두고 나오게 된다.

    '토이 스토리 4'의 흥미로운 점은 여기부터다. 우디가 그리워하던 친구 보핍이 '포키 구하기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핍은 과거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도자기 인형이었다. 골동품점 선반에 놓인 채 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보핍은 밖으로 나와 '야생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알아서 피할 수 있는 스컹크 모양 이동기구를 만들어 언제라도 양 세 마리(빌리·고트·그러프), 여경 기글 맥딤플즈와 함께 움직일 수 있게 기동성을 갖췄다. 움직이기 편하도록 치마에서 바지로 옷도 바꿔 입었고, 기품을 더해주던 긴 지팡이를 이제는 각종 돌발 상황에서 무기로 쓴다.

    가장 달라진 건 '사는 태도'다. 팔이 부러져도 태연하게 붕대를 감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언제 올지,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며 아늑하지만 제한된 일상을 사는 것을 거부한다.

    '토이 스토리 4' 속 우디의 포키 찾기 모험에 동행하며 기지를 발휘하는 보핍. 어깨 위에 있는 미니어처 장난감은 기글 맥딤플즈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인이 왜 필요해? 이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는데"라는 보핍의 말은 괜한 으쓱거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바깥'에서 살며 경험한 깨달음이다. 포키를 구하러 간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주인을 잃은 장난감은 이해 못 하겠지"라고 말하는 우디에게도 보핍은 '나는 주인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정정한다.

    자신의 주인 보니가 그토록 아끼는 것을 알기에 포키를 제자리에 두는 데 안간힘을 쓴 우디. 워낙 위험한 상황을 겪은지라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쳤지만, 사실 보핍은 누구보다 우디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다시 우디의 작전을 돕기 위해 골동품점으로 가는 이유다.

    새 친구인 더키&버니와도 합을 이뤄 작전을 펼쳐나갔고, 우디를 돕기 위해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 캐나다 출신 라이더 듀크 카붐을 아군으로 만들기도 했다. 우디가 주인 보니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한한 공간에서 자기 삶을 사는' 결정을 내린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역시 보핍이다.

    올해 나온 디즈니 신작에서 발견되는 일관성이 있다. 씩씩하게 도전하는 여성의 존재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첫 여성 영웅담 '캡틴 마블'의 캐럴 댄버스를 시작으로, 지난달 개봉해 입소문으로 역주행 중인 '알라딘'의 자스민, '토이 스토리 4'의 보핍까지.

    또한 '토이 스토리 4'는 장난감의 정체성과 운명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가 장난감인지 쓰레기인지는 태생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어떤 존재로 인정받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아이 곁을 지켜주는 것'만이 장난감의 사명감이 아니라는 것은 우디 스스로 증명해 보였고.

    '토이 스토리 4'는 이전 시리즈가 그랬듯,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재미있고 탄탄한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톰 행크스(우디), 팀 알렌(버즈) 등 원년 성우진이 참여해 익숙한 그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 듀크 카붐의 목소리는 키아누 리브스가 맡았다.

    비뚤어진 듯하지만 의외의 웃음을 안기는 포키, 엉뚱한 상상력과 입담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인형 더키&버니 콤비, 신비롭고 오싹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개비개비, 개비개비의 충직한 부하이자 고전 복화술 인형인 벤슨, 크기는 작아도 할 말은 다 하는 미니어처 장난감 기글 맥딤플즈까지 새 캐릭터는 모두 매력적이다. 누구보다 우디 마음을 잘 헤아리는 원년 멤버 버즈는 '마음의 소리'로 웃음을 준다.

    보니의 새 장난감 포키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모험'이 기본이기에 신남과 통쾌함이 곁들여졌다. 그 여정에 앞장서는 것이 모험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자기 인형 보핍이라는 점 또한 신선하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20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상영시간 99분 58초,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어드벤처/코미디.

    원년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가 함께 나타난 '토이 스토리 4' 포스터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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