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의 역사는 다시 씌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버락 오바마라는 젊고, 매력있는, 무엇보다 검은 피부를 가진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세계의 관심과 추측이 난무했던 ''여성이 먼저냐, 흑인이 먼저냐''의 결론은 ''''성''''보다 ''''인종''''이 우위를 점했다.
이 시점에서 516년 전 콜룸버스가 아프리카라는 신대륙을 발견하고부터 지금까지, 미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오래도록, 그리고 혹독하게 억압받는 이들이 누구인 지 묻고싶다. 그것은 흑인, 혹은 여성이 아닌 바로 ''''흑인여성''''이었다!
오바마
◈''''흑인''''과 ''''여성''''의 참정권 투쟁 역사 ''검은 그녀''들의 시린 역사를 말하기 앞서, ''''흑인(흑인남성)''''과 ''''여성(당연히 백인여성)''''의 투쟁사를 간단히 짚어보자.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링컨은 노예해방을 선포한다. 그리고 7년 후 수정헌법 제15조 제1항에 의거, ''''투표권을 인종, 피부색 또는 과거의 신분을 이유로 거부하거나 제한하지 못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노예해방은 1862년 링컨이 <뉴욕 트리뷴>의 편집장에게 보낸 서한에서처럼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구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최초로 투표장에 갔던 백인여성 수잔 브라우넬 앤소니는 선거인 등록에는 성공했으나, 곧바로 기소되었다.
이들의 권리가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백인여성의 경우 수정헌법 제19조 제1항에 의해 ''''시민의 투표권은 성별을 이유로 합중국 또는 어느 주에 의해서도 거부되거나 제한되지 아니한다''''고 정의한 57년 후, 흑인은 그보다 33년 더 늦은 1964년 수정헌법 제24조 제1항 "인두세 또는 기타 조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부인하거나 제한하지 못한다"에 의해 보장받기 이르렀다.
◈''''성과 인종'''' 이중억압에 짓밟힌 흑인여성 ''''여행자와 진실''''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소저너 트루스는 1851년에 열린 여성권리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저보다 일 잘하는 남자는 없습니다, 그럼 전 여자가 아닌가요? 저는 (먹을 게 있기만 하다면) 남자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전 여자가 아닌가요? 저는 제 아이가 노예로 팔려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럼 전 여자가 아닌가요?''''
흑인여성 인권운동은, 19세기 초 백인여성 인권운동의 부흥과 궤를 같이 했지만 그들의 투쟁은 출발선이 달랐다.
오프라
흑인여성들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이중억압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노예제도 하에서 흑인의 ''성''이란 개념은 그 씨앗조차 태생하지 않았으며, 먼 훗날 ''''흑인인권''''이 부각되었을 때도 ''''인종''''이란 대명제에 밀려 더 음습한 곳으로 밀려났다.
앤서니 기든스는 그의 저서 ''''현대 사회학''''에서 ''''흑인여성의 경우 그들의 피부색깔, 성 그리고 계급지위라는 여러 겹이 중첩된 피억압 집단으로, 이 복합적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하게 되면 각 차별적 요인은 서로 재강화를 하거나 더 강력한 효과(억압)를 지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에 가려져 더욱 오래, 그리고 처참하게 억압받았던 흑인여성들의 묻혀진 소리를 체계적인 형태로 최초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건 ''''페미니스트의 어머니'''' 게르다 러너의 저서 ''''백인 아메리카의 흑인여성들''''이었다.
러너는 앞선 소저너 트루스를 포함한 이름없는 노예들과, 노예출신, 그리고 운명을 뛰어넘어 삶을 쟁취한 수많은 흑인여성들의 일기와 서편, 저작과 강의, 연설 등을 모아 발표했다.
그 중에는 1912년 전국신문 ''''인디펜던트''''지에 실린 한 흑인 간호사의 기고문도 포함되는데, 그 내용은 ''''우리는 백인 남성들에게 당하고, 게다가 우리의 보호자여야 할 남성들에게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BestNocut_R]
이처럼 흑인여성들은 흑인남성, 백인여성과 동시대에, 그러나 보이지 않는 더 낮은 자리에서 ''''살아남는 것이 생존이다''''라고 부르짖으며 자신들의 정체성과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끈질긴 투쟁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것은 그 옛날, 주인의 채찍에 찢기고 찢겨 제형태를 잃은 짓이겨진 살가죽의 형상과 같은 것일게다.
그 결과, 1972년 연방 국회의원에 당선, 대선에 출마한 셜리 치좀 여사, 1983년 미스 아메리카 바네라 윌리엄스,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모리슨, 1996년 미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인물로 선정된 오프라 윈프리, 그리고 2004년 콘돌리자 라이스 여성 국무장관 등 미국역사에 있어서 흑인여성의 ''최초의 역사''는 씌어왔으며, 이제 흑인대통령과 함께 동등한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열고자 하고 있다.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