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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억 받으면 5천만원 줄게"…버닝썬 '청탁 첩보' 의혹



사건/사고

    [단독] "3억 받으면 5천만원 줄게"…버닝썬 '청탁 첩보' 의혹

    • 2019-06-07 06:00

    [버닝썬 수사,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②돈거래 약속하고 특진에 눈멀고…시작부터 오염된 '버닝썬 첩보'

    (사진=연합뉴스)

     

    클럽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 수사의 첫 단추가 된 최초 첩보가 청탁 제보로 만들어진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제보가 담당 경찰관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돈 거래를 약속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확인됐다.

    오염된 첩보로 시작된 수사는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현직 경찰관이 "버닝썬 유착 수사가 허위 제보로 이뤄진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거액의 돈이 거래되려던 정황까지 나와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지휘부가 첩보 생산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상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청탁과 채권·채무, 특진으로 '얼룩진' 첩보

    6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염모 경위는 지난 2월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담긴 첩보를 제출했다.

    '전직 경찰 강모씨가 버닝썬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아 부하 직원인 이모씨를 통해 강남경찰서 직원들에게 전달했다'는 게 첩보의 주요 내용이다.

    염 경위가 작성한 첩보는 애초 강남경찰서 김모 경사가 일부 내용을 제공하면서 만들어졌다. 김 경사는 염 경위에게 첩보를 건네면서 '버닝썬 돈을 강남경찰서 직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부하 직원 이씨도 연결해줬다.

    문제는 김 경사가 첩보를 제공한 배경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다.

    김 경사가 염 경위에게 소개해준 이씨는 당시 첩보의 핵심 피의자인 전직 경찰 강씨와 채권·채무관계였다. 이씨는 강씨의 밑에서 일하면서 사업에 3억원을 투자했다가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이씨가 김 경사에게 털어놨고, 김 경사는 광수대가 강씨를 수사하도록 만들어 돈을 받게끔 도와주겠다며 일종의 민원 해결을 약속했다.

    특히 이씨가 강씨에게 3억원을 돌려받게 될 경우 김 경사에게 5000만원을 떼주겠다는 검은 거래도 이뤄졌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 경사가 당시 경기도 모처에 아파트를 얻어야 해 돈이 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를 통해 이씨를 알게 된 염 경위는 소개받은 그날부터 본격적으로 이씨에게 접촉했다. 김상교씨 폭행 사건으로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경찰 유착 첩보를 갖고 오라'는 지휘부 요구가 강할 때였다.

    당시 광수대 내부에서는 버닝썬과 경찰 유착 수사에 공을 세운 경찰관을 최우선 특진 대상자로 올리겠다는 소문까지 무성했다. 청탁으로 물들어 '독이 든 사과'임에도 염 경위가 해당 첩보에 집착한 이유다.

    한 경찰 관계자는 "(클럽과 경찰 사이) 유착을 파헤치라는 지시가 세게 내려오다 보니 염 경위도 어쩔 수 없이 첩보를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위 청탁' 가능성 처음부터 인지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수사 '강행'

    첩보가 정식으로 생성된 시점을 전후해 염 경위와 김 경사, 이씨 등 3명은 수십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염 경위가 이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친한 형님(김 경사) 부탁으로 최대한 기다리고 있다. 투자한 돈이 회수가 되든 안 되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꼭 받아라"며 제보를 강요한 흔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염 경위는 이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첩보를 제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경찰 강씨는 버닝썬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강씨 측으로부터 3억원을 돌려받으면서 제보의 목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정작 첩보의 핵심이었던 '강남경찰서 직원들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내용은 아직까지 어떤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염 경위와 김 경사는 과거 강남 한 클럽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최근 각각 구속, 불구속 입건됐다.

    염 경위와 김 경사의 뇌물 혐의를 수사한 강남경찰서 A경위는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과 제보자 이씨 사이 청탁과 뒷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강남서 직원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부분이 허위 제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A경위는 "이씨가 본인 스스로 모두 거짓 진술이었다고 실토한 녹취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경위는 직접 내사에 착수해 이씨 제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강남경찰서장과 지능범죄수사대장이 막아섰다며 이들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진정했다.

    강남경찰서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A경위에게 정상적으로 첩보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거부했다"면서도 "다만, 허위 제보로 만들어진 첩보일 수 있다는 의혹은 한번쯤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윗선에도 우려를 초반에 전달했었다"고 말했다.

    A경위의 진정을 접수한 검찰은 당시 경찰 지휘부가 청탁 제보의 사실을 파악했는지, 첩보 생산 과정을 제대로 검토해 수사 착수를 지시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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