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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년만에 돌아온 김현철 "시티팝, 아이스크림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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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13년만에 돌아온 김현철 "시티팝, 아이스크림인 줄"

     

    "음악이 재미없어졌기 때문이다" 13년 만에 신보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가수 김현철은 길고도 길었던 공백의 이유를 묻기도 전에 스스로 이 같은 말을 꺼냈다.

    "9집(2006)을 내고난 뒤 이유도 모르게 음악이 재미없어졌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나 재미없었다. 라디오 DJ 하고 '복면가왕' 출연하고 그러다 보니까 음악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악기, 컴퓨터 다 팔고 집에 블루투스 스피커 한 대만 두고 지냈다. 그러다 보니 음악과 거리를 두게 되더라. 음악이 다시 재미있어지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둘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 김현철을 다시 깨운 건 '시티팝 열풍'이었다. '시티팝'은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스타일로 도회적인 분위기와 세련된 편곡, 깔끔한 연주가 특징이다. '시티팝' 스타일 음악은 재작년쯤부터 다시금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김현철의 1집(1989) 수록곡 '동네', '오랜만에' 등이 '한국의 시티팝'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가수 김현철'을 '강제 소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년 전, 어떤 기자가 전화를 하더니 '시티팝이란 걸 들어봤냐'고 묻더라. 그래서 '시티팝이 뭐냐, 아이스크림 이름 같다'고 했다. (웃음). 그런데 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 그리고 내가 우리나라에서 시티팝 대표주자라는 거다. 그래서 진짜 모르겠다고 했고, 한동안 그 얘기를 잊고 살았다. 장르 이름이라는 게 사실 음악이 나오고 나서 미디어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무튼 그러다가 그해 겨울 쯤, 일본에 가 있는 한 후배가 전화를 하더니 일본 아마추어 DJ가 내 음악을 가끔 튼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야, 진짜 웃긴다. 일본이라고 하면 온천에 몇 번가서 몸 담근 게 전부인데 일본 DJ가 내 음악을 안다니' 하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 넘어갔는데 작년 봄쯤 음악 하는 한 후배가 자기네 회사에서 '시티팝 디깅 프로젝트'를 하는데 죠지라는 친구를 통해 내 노래를 리메이크하겠다고 하는 거다. 허락해주고 나서 죠지의 노래를 들어봤는데 '음악 좀 하는데?' 싶더라. (미소). 그러다가 몇 달 뒤 실제로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의 공연에 게스트로도 섰는데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아, 나도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백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음악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연도 길다. 어쨌든 김현철은 다시 악기와 컴퓨터를 사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10월부터는 라디오 DJ까지 그만두고 10집 작업에 몰두했다. 김현철은 "쉬다가 다시 노래를 하려니 잘 안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랜만에 음악 작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김현철은 지난 23일에 '10집 - 프리뷰'(10th preview)라는 타이틀의 EP를 내고 10집 수록곡 중 5곡을 먼저 공개했다. 마마무 화사와 휘인이 가창자로 나선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앨범 작업을 시작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죠지와 함께 부른 '드라이브'(Drive), 우연히 노래를 듣고 직접 피처링을 제안한 쏠과 부른 '투나잇 이즈 더 나잇'(Tonight Is The Night), 결혼할 때 주례를 서줬을 정도로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인 김윤주가 속한 옥상달빛이 참여한 '웨딩왈츠', 유일한 솔로곡인 '열심' 등이다.

    "음악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하기 싫을 때 충분히 안 하고 쉬어서 그런 것 같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걸 넣어볼까, 저걸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음악이 재미있다"

    김현철은 올가을에는 이번에 공개한 5곡을 포함한 10집의 전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향후 추가로 공개될 곡들에 대해 묻자 최백호, 새소년 황소윤, 정인, 박정현, 박원, 오존 등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10집은 꼭 LP와 카세트테이프로도 내고 싶다. 예전에 CD 없이 LP로 앨범을 냈을 때의 그 기분이 너무 그립더라. 또, 앞으로 몇 살까지 음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10집으로 방점을 찍고 싶다. 아마 10집이 몇 집 몇 집 하는 앨범으로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0집을 내고 나면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싱글을 내든 50분짜리 곡을 내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한편 향후 공연장에서도 김현철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신보 발매 전인 지난달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관객과 마주한 그는 공연을 마친 뒤 "그동안 내가 왜 이런 걸 안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공연을 자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연 첫 날, 예순이 넘으신 관객 분이 내 LP를 들고 공연장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신 걸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 저런 분들이 있는데 내가 뭐 잘났다고 열심히 음악 안 했나 싶기도 했다. 사실 옛날에는 음악 하는 게 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음반 안내면 너흰 못 듣잖아'라는. 그런데 이젠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 잘해야겠다는 소명 같은 게 생겼다. 관심을 가져주시고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열심히 음악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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