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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봉사상 '경찰 특진', 53년 만에 완전 폐지됐다



사건/사고

    청룡봉사상 '경찰 특진', 53년 만에 완전 폐지됐다

    장자연 수사 경찰, 수상 사실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제정 당시 상황도 논란…경찰 조직 내부 반발도 커져
    정부, 언론·공공기관 포상 인사상 특전 전면 폐지 결정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사진=자료사진)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은 경찰관을 1계급 승진시키는 ‘청룡봉사상 특진 혜택’이 53년 만에 사라진다. CBS가 장자연 사건 수사 경찰이 상을 받았음을 밝히고, 역대 수상자와 심사위원들 면면을 분석, 1967년 상의 탄생과정까지 심층 보도한 결과 폐지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조선일보가 주는 청룡봉사상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 등 민간에서 주관한 상에 따르는 공무원의 인사 특전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언론사가 포상을 통해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면 유착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받아들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룡봉사상이 한시적으로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민간 포상 관련 대대적인 제도 손질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자연 수사, 청룡봉사상 수상' 확인되자 논란 일파만파

    CBS는 지난달 15일 경찰청이 올해에도 조선일보와 청룡봉사상 시상을 강행할 것이라는 방침을 최초 보도한 뒤 이 상을 둘러싼 문제점을 분석·취재해 연속 보도했다.

    특히 지난 2009년 '고(故) 장자연씨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관이 수사 대상자였던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게 그해 청룡봉사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국민이 아닌 조선일보에게 봉사한 경찰에게 주는 상이냐'는 비판까지 나온 배경이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함구하다가 최근에서야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나는 장자연 수사팀에 속하지 않았다"는 수상 경찰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고, 포상을 연결고리 삼은 유착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청룡봉사상 수상자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면면도 도마에 올랐다. 2009년 장자연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경찰 수뇌부를 협박한 인사로 지목된 이동한 전 사회부장은 2010년 심사위원을 맡았다. 조선일보 '장자연 사건 대책반'의 중심인물이었다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편집국장 시절인 2013~2015년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외압·무마 의혹의 당사자들이 줄줄이 경찰 특진 인사에 개입한 모양새가 되면서 이 상을 유지하는 게 적절한가를 묻는 물음표는 더욱 커졌다. 같은 맥락에서 대검찰청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지난 13개월 동안 장자연 사건을 살펴본 결과 '만장일치'로 청룡봉사상 특진 혜택이 폐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정부도 이번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인사 공정성, 기관장 인사권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왔다"면서 개선안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청룡봉사상 탄생 과정도 도마…경찰 내부서도 “자존심 구긴다”

    1967년 만들어진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 방우영 전 회장과 최석재 주필, 금암 최치환 의원, 내부부 한옥신 치안국장(현 경찰청장) 등 네 명의 고급 요정 회동에서 처음 논의됐다. 이는 방 전 회장의 회고록에 나오는 장면이다.

    최치환 의원은 수많은 양민의 희생을 낳은 '제주 4·3사건' 당시 경찰 토벌대를 이끈 인물이다. 한옥신 국장은 '1차 인혁당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포함한 공안경찰들이 청룡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건 이런 탄생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회고록에는 당시 내무부가 이 상에 경찰 특진 혜택을 부여하는 걸 거절했지만, 조선일보 국장이 관철시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조선일보가 정권에 입김을 넣은 점이 확인된 것이다.

    처음에는 '오래된 관례'라는 이유를 앞세워 상을 유지하려고 했던 경찰의 입장도 조금씩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경찰이 수상 후보 경찰관의 민감한 감찰·세평을 조선일보에 심사 자료로 제공해온 사실은 일반 국민뿐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강한 반감을 불렀다. 이내 현직 경찰 간부가 내부 통신망에 '우리의 자존심을 구기는 청룡봉사상을 폐지하라'는 반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공공기관 포상, 인사상 특전 모두 폐지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50여 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이어져 온 조선일보의 경찰 인사 개입 고리는 끊어졌지만, 청룡봉사상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상 취지나 공무원 사기 등을 고려하면 상 자체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절차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경찰 간부들을 협박하고 장자연 수사 경찰이 그해 상을 받았던 것이 확인된 만큼 경찰청이 공동주최를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도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한편, 청룡봉사상 문제를 계기로 언론사와 공공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모든 포상에 인사 특진이 폐지된다.

    행안부는 △올해의 스승상(조선일보-교육부) △교정대상(법무부-서울신문·KBS) △영예로운 제복상(동아일보-경찰청·소방청·국방부·해경청) △KBS119상(KBS-소방청) △청백봉사상(중앙일보-행안부) △민원봉사대상(SBS-행안부) 등이 있다고 밝혔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이번 조처를 통해 공무원 조직 전체의 특진 정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수 공무원에 대한 특진 제도를 별도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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