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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이승만·박정희 잇는 지도자 되길" 덕담? 악담?



칼럼

    "황교안, 이승만·박정희 잇는 지도자 되길" 덕담? 악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황교안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MBC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이런 발언이 처음은 아니므로 새삼스럽지는 않다.

    전 대표회장은 지난 3월 20일에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뜻으로 한 얘기였을 것이다. 우파의 지도자로 우뚝 서달라는 나름의 덕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반드시 덕담인 것 같지는 않다. 이승만은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다 시민의 힘에 의해 쫓겨났다.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이 한국전쟁 휴전으로부터 불과 7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민들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승만은 북한이 남침을 하자 수도 서울 사수를 외치며 정작 자신은 한강 다리를 끊고 달아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수의 역사적 평가는 독재자이다. 만약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정의한다면 아버지를 몰아낸 시민들은 패륜을 저지른 셈이 된다.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박정희는 술판을 벌이다 최측근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김재규는 법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형성된 독재국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박정희를 쏘았다고 진술했다. 권력의 핵심 기반이었던 중앙정보부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독재자가 박정희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니 다른 대통령들을 제쳐두고 독재를 일삼다 쫓겨나거나 비명횡사한 대통령들을 콕 집어 이어달라는 당부가 황교안 대표에게 달가울지 또는 황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정치 프레임 구축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여겨진다. 레이코프 교수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프레임 설정의 사례로 닉슨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를테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던 닉슨이 TV에 나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닉슨=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사용하는 언어 또는 이미 광범위하게 유포된 언어의 틀 속에 자신을 스스로 가두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한기총 대표회장의 덕담은 순식간에 황 대표를 이승만·박정희와 같은 프레임으로 엮을 수 있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틈만 나면 문재인정부를 독재라고 비난하는데 제대로 된 프레임인지 알 수 없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고 경제가 어렵더라도 문재인정부에서 독재를 떠올리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자유한국당이 과거 군사독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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